희망과 낙관성은 어떻게 다를까?
희망: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믿음과 열망
우리는 희망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잘 안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아는 것과, 심리학적으로 희망을 정의하고 연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사실 연구 물 좀 먹어본 입장에서 희망이라는 단어는 무척 골치가 아프다. 이를 정서라고 봐야 하는지, 생각(인지)이라고 봐야 하는지 헷갈린다. 또 비슷한 개념들, 이를테면 낙관성이라든지 자기효능감이라든지, 이런 것들과 어떤 면에서 다른지 고민을 해 봐야 한다.
그래서일까, 관련 연구를 좀 찾아보니 희망에 대해 심리학자들의 정의는 서로 엇갈리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바는, 희망이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무척 중요한 자원이 된다는 점이다. 희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무리 상황이 불확실하고 어려워도,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한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줄 안다. 이 과정에서 불안이나 우울, 절망감 등 부정적인 감정은 옅어지고 기쁨이나 안녕감, 만족감 등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된다.
심리학자 Snyder는 희망에 관한 재미있는 설명을 내놨다. 희망 모형model of hope이 그것인데, 이에 따르면 희망이라는 개념은 주체적 사고agency thinking와 경로적 사고pathways thinking로 구분된다. 먼저 주체적 사고란, 목표 달성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경로)을 동원할 수 있는 자기 능력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 Snyder에 따르면 주체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다음과 같이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한다.
나는 해낼 수 있어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
한편, 희망이라는 것은 결코 마음속으로 비는 것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 백마 탄 왕자님이 내려와서 해결해 주는 꿈같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여기서부터는 더 이상 '희망'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 같다. 차라리 '기적'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희망은 모름지기 자신이 직접 노력하여 일궈내야 한다. 그래서 희망을 실현하는 사람들은 주체적 사고에 더해, 경로적 사고를 적극적으로 가동할 줄 안다. 즉,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방법들을 부지런히 탐구한다는 것이다.
[정리] Snyder의 희망 모형model of hope
- 주체적 사고agency thinking: 해낼 수 있다는,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
- 경로적 사고pathways thinking: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실천
희망? 자기효능감? 낙관주의?
하지만 희망을 정의하기 전에, 반드시 다뤄야 할 중요한 문제가 있다. 굳이 '희망'이라는 개념이 있어야 하냐는 질문이다(학술적으로). 비슷한 말로 이미 자기효능감self-efficacy라는 것이 있다. 자기효능감이란 자신이 맡은 과업을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말한다. 자신의 능력을 신뢰하며,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자기효능감은 희망과 비슷해 보인다. 자기효능감 말고 낙관주의optimism도 있다. 낙관주의는 미래 일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의미하는데, 이 역시 희망과 의미적으로 크게 겹치는 것 같다.
심리학자들은 희망이 갖고 있는 특유의 선언적 힘에 주목한다. 먼저 자기효능감과의 차이를 보면, 자기효능감이란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다/없다에 관한 판단이다. 반면 희망은 할 수 있다/없다 보다는 '해내겠다'에 좀 더 가깝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설명이다. 즉, 실제로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차치하고 자신이 어떤 목표를 해내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일 때, 이를 자기효능감이 아닌 희망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낙관주의와 희망도 비교해 보자. 낙관주의라는 건, 일상에서 상시 작동한다. 기분이 좋건 나쁘건, 일이 잘 풀리건 아니건 미래를 긍정적으로 예상하는 걸 낙관주의라 한다. 하지만 희망은 맥락적이다. 특히, 상황이 어렵고 절망적이고 힘들 때 비로소 엿볼 수 있는 것이 희망이다. 상황이 힘들 때 우리는 미래를 낙관하지 못한다. 다만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할 수 있을 따름이다. 심리학자들은 낙관주의와 달리,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보여주는 자기 주도 행동에 주목한다. 요컨대 더 적극적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 희망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자기효능감 = 할 수 있다/없다에 관한 판단
희망 = 할 수 있든, 없든 나는 해낼 것이다
낙관주의 =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하자(하지만 상황이 너무 나쁘다면, 그건 기만일 수 있다)
희망 = 상황이 어렵지만, 그럼에도 노력해서 어떻게든 역전시켜 보자
결국 희망이라는 건 뭘까? 희망이라는 개념을 정리하며 내가 느낀 바는 '의지'와 '행동'의 뒷받침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긍정적인 기대만으로는 희망이 성립되기 어렵다. 방법에 대한 탐구와 실천 없이 막연히 긍정적으로 미래를 낙관한다 해서 그것이 곧 희망이 되는 건 아니다. 희망이 희망으로서 빛나기 위해서는, 낙관적인 기대는 물론, 시궁창 같은 현실 또한 치열하게 마주하며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여러분은 미래를 낙관하고 있는가, 아니면 '희망'하고 나아가려 하고 있는가?
여러분이 바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라는 것에, 혹시 실천이 빠져 있지는 않은가?
** 참고 문헌
정예슬, 나진경, 김진형 (2024). 희망의 심리학: 희망의 개념과 연구 동향을 중심으로,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38(1), 1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