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번아웃의 중요한 신호들과 해결법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날그날 발생하는 스트레스 원인들을 적당히 쳐내며, 버텨 낸다. 미쳐 다 해소하지 못하고 누적된 묵은 스트레스는 장기간의 휴가, 바캉스, 여행 등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직장인들은 스스로를 '지쳤다'라고 진단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어쩌다 일찍 퇴근하고 일찍 잠든 그 다음 날에도 여전히 피로가 다 풀리지 않은 그 흐리멍텅한 느낌을, 직장인이라면 경험해봤을 것이다.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고, 놀아도 논 것 같지 않은, 그럼에도 어김없이 출근의 '때'는 찾아오고야 마는, 내 마음과 상관없이 굴러가는 회사 생활의 사이클 속에서 이리저리 몸과 마음이 떠도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만약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저 '견딘다', '버틴다'는 마음가짐으로 회사를 꾸역꾸역 다니고 있다면 여러분은 스스로에게 번아웃burnout이 찾아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번아웃이란 뭘까?


사실 번아웃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다. 그리고 보통 증후군이라는 말은 인과관계가 완전히 확정되지 않은, 아직 더 연구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는 현상들을 가리킬 때 쓴다. 따라서 번아웃에 관해 아직 전문가들도 알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이 동의하는 번아웃의 중요한 특성은 있다.


자원의 고갈로 인해, 더 이상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없을 때 = 번아웃


심리학자들이 생각하는 번아웃의 정의다. 심리학자들은 예전부터 스트레스 대처 전략stress coping strategy이라 해서, 스트레스에 (비)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여러 가지 전략들을 분류하고 각각의 효과성을 검증해 왔다.


문제해결 기반 대처(정면돌파)

사회적 지지 추구 대처(타인의 도움을 구하기)

소망적 사고 대처(기도하기)

회피 대처(잊기, 무시하기, 애써 딴 일 하기)

관점 전환 대처(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하기)


하지만 이 모든 방법들도 결국 내가 수행할 의지가 있을 때나 가능한 것들이다. 모든 행동적/심리적 활동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직장생활에서의 잦은 무기력과 스트레스, 정서적 고통 등은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빠르게 소진시킨다. 특히 퇴근 후에도 미처 회사에 두고 오지 못한 '일 생각', '상사 생각'은 집에 와서도 지속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갉아먹는 주범이다. 결국 에너지의 고갈로 인해 저 위에 언급한 그 어떤 대처 방식도 효과적으로 써먹지 못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을 가리켜 번아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번아웃의 증상들


좀 더 자세히, 번아웃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의 상태를 갖고 있는지 알아보자. 심리학자들은 크게 세 가지 증상을 이야기하는 편이다. 소진exhaustion, 냉소cynicism, 그리고 직업비효능감professional inefficacy이다.


먼저 소진이라는 것은 번아웃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으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어 '지친 듯한' 기분이 드는 상태를 의미한다. 소진이 찾아온 직장인은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 스트레스에 빠르게 침식된 마음은 더 이상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냉소, 비효능감 등 번아웃의 다른 증상을 유발하기 시작한다.


번아웃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냉소적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주변 대인관계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특히 자신이 하는 일, 직무에 대해 냉담하고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하는 일에 대해 '무가치감'을 느끼기 쉬우며, 더 나아가 '쓸데 없는 일', '하지 않아도 되는 일' 취급을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당연하겠지만 자기 직무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은 경력 관리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직업비효능감 역시 번아웃의 주요 증상 중 하나다. 설사 상사의 지시로, 마감기한의 압박으로 인해 일을 해낸다 해도 자신의 노력을 통해 어떠한 성취감도 느낄 수 없게 된다. 운이 좋다면 주변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잠시 뿐, 번아웃에 빠진 사람은 대체적으로 양질의 성과를 내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생산성의 저하). '나는 이 일을 잘해낼 수 없어', '내 능력은 형편없어' 등과 같은 무능력감을 진하게 경험하기 때문에 어떤 과업에서도 역량을 십분 발휘하기 어렵다.



내가 번아웃인 것 같다면?


냉정히 말해, 현재의 위치를 고수한다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 당신은 이미 지친 상황이고, 매일매일 밀려드는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감당하기에는 더 이상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번아웃 = 변화가 필요한 시점

번아웃은 '이대로는 안되니 뭐든 바꿔봐'라고 마음이 나 자신에게 보내는 신호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직무를 바꾸든, 부서를 바꾸든, 회사를 바꾸든, 일터에서 여행지로 자리를 바꾸든, 어쨌든 현재 얻어맞고 있는 스트레스로부터 '거리두기'를 하고 다시 에너지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당장 큰 변화가 어렵다면 일터와 집을 확실하게 분리하는 연습부터 해보는 것은 어떨까? 흔히 휴식이라고 하면 맛있는 것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가만히 있는 것 등을 생각한다. 하지만 신체적 회복 말고도 심리적 회복이라는 것도 있다. 비록 몸은 집에 와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회사에 가 있다면(그리고 일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회복이 아니다. 따라서 의식적으로라도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업무와 관련된 연락이든, 생각이든, 자료이든 그 모든 것들로부터 확실히 거리두기를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퇴근 후에 즐길 수 있는, 기존과는 결이 다른 취미생활을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급적 직장이나 일상과는 관계가 하나도 없었던 새로운 취미생활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번아웃이라 잔뜩 지쳤는데 새로운 취미생활할 기운이 어디 있나요?' 이런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여가', '놀이'야말로 번아웃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훌륭한 돌파구 중 하나다. 어느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자기오락화self-as-entertainment 역량, 즉 직접 놀이를 탐구하며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번아웃을 덜 경험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

[요약]

번아웃 증후군의 증상

소진: 신체적, 정서적 지침,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없음

냉소: 내가 하는 직무에 냉담해지며,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됨

직업비효능감: 무기력, 무능력감, 생산성의 저하


번아웃 증후군의 탈출법

무조건 자리에서 이탈하여 크고작은 변화를 도모

일터와 집은 확실하게 분리하도록 노력

퇴근 후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오락거리에 관심



*이 글은 원티드 HR커뮤니티 인살롱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social.wanted.co.kr/community/article/112649




*나름 읽을만 하셨다면, 좋아요 & 댓글 & 공유 부탁드립니다!

*심리학적 글쓰기, 직장심리, 자존감, 목표관리, 마음건강, 메타인지, 외로움 극복, 공간활용의 심리학 등 다양한 주제로 강연 가능합니다(출강 제안 환영). 허작가의 사이콜로피아 홈페이지(바로가기)에서 제 소개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