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명상은 고양이들이 노니는 언덕들과 회색빛 하늘이 도드라진 공원 아래,작은 돌의자 위에서 시작했다.
어떤 마음을 버리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다른 사람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애쓰는 마음을 버리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무엇이든 잘 해내야지, 완벽하게 해내야지, 하는 마음을 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우리 삶의 기준이 ‘다른 사람’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필요없는 짐을 지우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숨막히게 하고, 고통스럽게 했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말을 들으며 열심히 대답했다
네 맞아요 선생님, 제 삶엔 제가 없었어요.
그래서 늘 공허했고 외로웠어요.
그리고 난 의자에서 일어나 산책하며 명상을 계속 했다. 꽃을 보며 풀냄새를 맡으며 걷는 흙길은 벌레 알레르기로 온몸이 가려운 와중에도 '좋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를 입밖으로 '표현'하는 일은 그만큼 참 의미있는 치유 과정인 것 같다.
또 한가지, 깨달은게 있다면
사실 그 날의 선생님 말씀은 그간 문자로 수도 없이 읽었던 말이었는데도 누군가 내 귀로 말해주는, 그 언어의 온도가 문자보다 훨씬 높게 느껴졌다. 내 마음에 가닿는 속도나 촉감도 더 빠르고, 부드러웠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마음이 열리는 느낌이었다.
명상은 ‘마음’만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유익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날은 다른 부분에서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내가 진심으로 듣고 싶었던 말이 들려올 때, 좋은 에너지를 창조할 수 있고, 때로는 문자로 된 글보다 더 높은 수준의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요즘 내가 책을 읽기보다 오디북을 선호하는 이유도 거기에서 비롯된 거 같다) 결과적으로그날의 명상은 내게위로와 위안의 시간이었다.
사람들이 돈 들여 힐링 에세이를 사서 읽으며 느끼고 싶은 정서적인 위안 역시 내가 그날 얻은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늘 위로 받고 싶고, 격려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다
그런 점에서 내가 누군가에게 다정함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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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고통스러운 건, 나뿐만이 아니야. 외로움에 맞서고, 싸우고 있는 건, 나뿐만이 아니야.모두가 느끼는 감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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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아기 고양이 사진.
(우리 동네엔 검은 고양이 가족이 산다. 이 아이는 아기 냥이인데 이름을 뭘로 지어줘야 할 지 고민이다 ㅠㅠ 이름 짓기는 어렵다. 정성을 들여야 하니까. 이 아이들은 꼬리를 흔들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녀석들인데 언덕을 좋아해서 풀속에 매복하듯 그 안에 숨어있을 때가 많다. 초록빛 언덕에서 검은색을 찾으면 냥이들이다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