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Self love

by 그사이

어느 순간부터 Self love라는 말이 표어처럼 남발되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사랑하세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세요.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말하세요.

빛깔 좋은 말들 옆에 우리는 작은 괄호를 친다.

(세상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만)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다.

나를 표현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내 머릿속에서 만큼은.

나만의 세상에서 벗어나 눈을 돌리면 나는 눈빛 하나에서도 수 십 개의 생각을 읽는다.

눈치를 보는 나의 모습이 좀 짠해도 덕분에 적당히 섞여 살아갈 수 있다.


사람은 다양하다.

인종, 성별, 나이, 생김새 등 흔한 다양성들을 제외해도 사람 개개인은 다양하다.

오히려 같은 점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 정도로 다르다.

이제 공책 가득 나의 다른 점을 써내려 간다.

그리고 이제 세상이 좋아하는 나의 다른 점에 밑줄을 긋는다.

사랑받고 싶다면 이제 밑줄 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잊으면 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분만 부각하면 된다.

밑줄 친 부분이 많다면 좀 더 쉽게 사랑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별로 없다면 조심해야 한다.

절실해 보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세상이 기피하는 내가 사랑하는 나의 모습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누군가 바꿀 수 없는 나의 모습이 싫다고 면전에 말하면 등을 돌려 내 갈 길을 가면 된다.

그렇게 세상에서 등을 돌리고 살아가면 된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살 수가 없다.

우리는 왜 독립적인 인격체로 태어났으면서 다른 인격체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만들어졌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비합리적이다.

이토록 다양한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에서 공기보다 자유로운 생각이 편협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그게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는 걸까.






작가의 이전글최선을 다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