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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Aug 04. 2024

오래도록 살아남는 말

      

심리학자들은 악한 말은 선한 말보다 4배 강한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악한 말의 잔상을 없애려면 선한 말을 4배 더 많이 해야 겨우 상쇄가 된다고나 할까? 아무튼 악한 말(남의 감정을 부정적으로 자극하는 말)은 그 강도가 세다(오래도록 잔상이 남는다)는 말이다. 정말 그렇다. 남의 말 중에 부정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말은 오랜 시간 동안 마음에 남아 부정적인 효과를 유지한다. 그래서 혀끝은 붓끝, 칼끝과 더불어 군자가 피해야 할 3가지 끝(군자피삼단, 君子避三端)의 하나로 거론되어 왔다. 칼을 잘못 놀리면 사람이 상하게 되듯이 붓끝과 혀끝도 사용 방법에 따라 사람을 살리게도 상하게도 된다는 뜻으로 군자는 3가지 끝의 운용에 신중해야 함을 나타낸 지혜의 단어다.               

그런데 선한 말은 악한 말보다 힘은 약하지만, 가슴 울림이 있는 경우는 오래도록 유지되는 생명력이 있다고 한다. 특히 상대방의 마음에 큰 공명을 일으킨 경우에는 그 공명에 의한 감동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계속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퍼져 나가는 전염성도 있다. 어릴 적에 이웃집 어른이 무심하게 한 칭찬의 말은 평생토록 기억에 남아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 담임선생님이나 혹은 어떤 과목을 진행했던 선생님이 특별히 나를 위해 인용해 준 구절이나 시나 혹은 음악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는 친구가 어려울 때 해준 위로의 말이 새로운 용기를 갖도록 하기도 하고, 선배의 짧은 한마디가 진로를 바꾸게 하기도 한다. 이처럼 감동의 말, 정겨운 말, 힘을 주는 말, 용기를 주는 말은 말을 전해준 사람과 상관없이, 그 기억이 되살려지는 인연이 있을 때마다, 세월이 지나도 가슴속에서 큰 울림을 준다. 그런 말은 말의 힘은 작을지라도 오래도록 남는 생명력이 있는 말이다.      

최근에 기업인과 만날 기회가 잦아지고 있다. 역시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다 적은 수의 사람과 상대하는 것이 내 능력에 맞는 것 같아 더 편하다. 그렇지만 이 경우 듣는 사람이 적은 만큼 내 말이 더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아 말의 영향력을 내려놓고 전체적인 입장에서 어떤 것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측면에서 고민한다. 말의 강도보다는 일이 잘 될 수 있는 측면에서 도움을 주고자 한다. 먼 훗날에라도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는 그런 마음과 말이 한마디라도 전해질 수 있기를 고민하는 것이다.      

최근에 읽은 1조 달러의 코치, 빌 캠벨에 관한 책(빌 캠벨, 실리콘 밸리의 위대한 코치, 에릭 슈미트, 조너선 로젠버그, 앨런 이글 공저, 김민주, 이엽 옮김, 김영사)을 보다 보니 전해지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입으로 뿐만 아니라 글로서도 또한 전해지는 느낌이 말과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화수분이라는 말이 있다. 꺼내도 꺼내도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를 말한다. 그렇다. 제대로 된 선한 말은 화수분이 되는 것이다. 센 말은 아니지만 오래도록 생명력이 유지되는 선한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꼭 감동이 아니더라도 오래도록 가슴속에서 꺼내서 자신을 다독이고 격려할 수 있는 말이면 더 좋겠다. 일요일 아침에 문득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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