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의 표현에 대하여
부고장이 왔다. 그곳에는 ‘000의 모친께서 소천하셨다’고 써있었다. 아마도 지인의 어머님이 돌아가셨음을 알리려는 내용으로 보인다. 소천(召天)은 ‘하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로 기독교 용어로 보이지만 어법에는 맞지 않는 말이다. 한문으로는 ‘하늘을 불렀다’는 뜻이 되니 원래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말이 된다. 이런 이유로 소천은 한자사전은 물론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다. 어법에 틀린 말인 데다가 사용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독교TV 등의 누리집에 의하면 잘못 쓰는 기독교 용어의 첫 번째로 바로 이 ‘소천’이라는 말을 예로 들고 있을 정도다. (https://www.cts.tv/news/view?ncate=&dpid=96258)
우리말로 죽음을 뜻하는 말은 ‘돌아가셨다’이다. 이 세상에 살다가 원래의 곳,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는 의미가 있다. 한자로는 ‘세상을 버리다’는 뜻의 ‘기세(棄世)’ 또는 ‘세상과 작별하다’의 뜻인 별세(別世)하다’는 표현이 주로 쓴다. ‘운명하다’란 표현도 널리 쓰이고, 직책에 따라 ‘작고하다’, ‘서거하다’는 표현이 쓰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타계하다(다른 세상으로 가다)’, ‘(극락)왕생했다’는 표현이 사용되고 스님의 경우 입적(入寂)이나 입멸(入滅), 해탈(解脫), ‘원적(圓寂)’ 등 다양한 표현(모두 생사가 없는 ‘열반의 세계에 들어가다’의 뜻)이, 천주교의 경우는 선종(善終)이라고 해서 ‘착하고 복된 삶을 마치다’의 표현을 사용한다.
그 외에도 ‘영면하다(영원히 잠들다)’, ‘귀천하다(하늘로 돌아가다)’, ‘귀토하다(흙으로 돌아가다)’란 표현이 사용되기도 한다. 그 밖에 속된 말로 ‘명을 다하다’, ‘불귀의 객이 되다(돌아오지 못하는 여행객이 되었다)’, ‘숟가락을 놨다’, ‘숨이 넘어갔다’, ‘(골로) 갔다’, ‘잠들다’, ‘황천길로 가다’, ‘눈을 감다’, ‘요단강을 건넜다’ 등의 다양한 표현이 쓰이기도 한다.
아무튼 죽음은 산자나 죽은 자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죽음에 따른 상례(喪禮)는 인생의 큰일을 뜻하는 ‘관혼상제(冠婚喪祭)’라는 삶의 중대한 4가지 예법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 만큼 어법이나 예의에 맞는 표현이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차라리 잘 모르는 한자어보다는 한글로 쓰는 것도 방법이지 싶다.
“저희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연락드립니다. ...”
부고를 받고 나서 아직 큰 슬픔도 가슴으로 느낄 수 없는 상황인데 주절주절 말이 많았다. 고인이 돌아가시는 것은 명절과 연휴의 세상사를 가리지 않으니 상사의 일은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