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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엽여비소엽 Oct 12. 2016

짚어보기(外)

혼란을 두려워 마요.




우리의 마음은 여러 가지로 가득 차 있어요.


지나간 추억, 그때의 감정, 잊고 싶지 않은 것들, 떨쳐내고 싶은 악몽들.

 

어떤 식으로 접한 것이든 분명한 건,

 

지금 당신의 인생이 살아오기까지 겪었던 부분 부분들의 조각들이란 거죠.




  때문에 우린 언제나 혼란스러워요. 


섣불리 어떤 걸 단 한두 단어로 결정짓기도 하지만, 


한켠엔 그 끝맺음이 잘못됐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둬요. 


어쩌면 이런 과정 자체를 분리할 필요 없이, 우리의 마음은 혼란스러운 게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죠.




  숱한 짚어보기들에서 언급해왔듯 우리의 마음은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또는 보다 효율적인 사고 판단을 위해 갖가지 자극/정보 들을 한두 개의 묶음으로 정리해두려 해요. 


그게 꺼내 쓰기도 편하고, 다음 단계를 위한 딜레이도 적으니까. 




허나 그만큼 사소한 부분에서의 디테일도 떨어져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내겐 특별했던 부분들도, 그다음부턴 누구나 처럼 대하게 되는 거죠. 


익숙함이란 단어가 이 현상을 우리 속에서 잘 포장해주고 새로운 디테일에 목말라 하지만, 


겪는 일과 정리된 보따리가 많은 맘속에선 점점 더 


'생소' 가 아닌 '기대'를 채워주길 바라는 우리네 욕구는 충족되기 어려워요.




  좋음과 나쁨은 항상 상대적이에요. 


좋은 일이 많을수록 나쁜 감정도 많아지고,


 나쁜 일이 클수록 좋은 감정도 커질 수 있어요. 


우린 갖가지 변수를 통제하기 위해 사건과 대상에게서 납득 가능한 한 가지의 컨셉을 요구하지만, 


그건 우리의 기대일 뿐, 그 대상이 갖는 수백 개의 성질 중 하나일 뿐이란 거죠.




  이건 특히 사람에 대한 기대에 명백히 적용돼요. 


애인, 친구, 멘토, 가족. 그들은 한 단어와 한 가지 감정으로써 우리 곁에 절대 남을 수 없어요. 


사랑이 커질수록 불안도 커지고, 익숙함이 커지면 불필요한 감정들에 대한 경계도 약해져요. 


온전히 좋기만 한 관계도 있을 수 없고, 사랑을 받거나 주는 일방통행인 관계도 유효할 수 없는 거죠.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혼란과 손잡으세요. 

우린 지금까지 잘해왔고, 그 과정 속에서도 언제나 혼란은 있었어요.

 그 속에서 어떤 일들과 결론을 내려왔든 그 큰 틀은 변하지 않죠.

 아이러니하게도 위에서 말한 '보따리' 가 다시 등장하는 기분이지만, 그것보단 조금 큰 개념이에요. 

보따리를 쌓아놓는 방에 대한 이야기랄까.




  일사천리로 잘된 일들은 누군가를 향한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지언정 


우리 맘속에서 큰 의미로 자리 잡진 못해요. 


반대로 정말 힘겹게 원하는 바를 이뤄낸 기억은 객관적인 가치가 낮을지언정 


나에겐 특별하죠. 


혼란은 우리가 이 일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고 고민하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일지도 몰라요. 


대외적인 모습 속에까지 혼란이 드러나면 타인에게 평가받는 나 자신이 초라해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 속은 우리가 드러내지 않는 이상 그 어떤 가까운 사람도 절대로 알 수가 없죠. 


맘 안에서 몰아치는 혼란들을 가까이하고 들여다보며 즐기세요. 


예전엔 어떤 결과를 선택했을까, 


나중엔 어떻게 대처할까 등을 고민하는 시간이 점점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게 되고, 


이 솔직함은 곧 남에게 닿았을 땐 진심 어린 사람으로 보이게 될 거예요.




  물론 사람마다 가치관도, 파훼법도, 스스로를 다스리는 방법은 달라요. 


위에 언급된 내용들은 누군가의 인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죠. 


단지,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건 간단해요.




혼란이 당신을 망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내 마음속은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것. 


그리고 내가 내비치지 않으면 속생각을 남들은 절대 알 수 없다는 것.




나와 상대의 격차를 줄이려고 크기를 재고 따질 필요 없어요.


 우리가 만난 이상 우린 이미 서로의 세상에 속한 거니까요. 


중요한 건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건 아마, 


누구나 평생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을 때까지 겪어야 할 숙제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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