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이야기
두말할 것 없이 자기를 믿으라며 의기양양한 그 모습 속엔
내 눈에 익숙한 서투름이 적셔져 있었다.
거대한 파도에 맞설 수 있으리라 믿었던 그는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났을 때
낯선 모습으로 익숙하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날 잘 알고, 그 역시 내가 그를 잘 아는 걸 알고 있으니,
스스로 원치 않은 상황에 휘말리고 빨려 들어가는 것에 대해 의연히 포장하려 한다 한들
그 얼굴 뒤의 두려움이 가려지지 못할 거란 것 역시 알 수밖에 없을 터.
자유로웠던 그의 팔다리엔 실이 묶여있었고
어느새 그 실들은 줄이 되어 그의 모든 행동에 제약이 되었다.
몸이 묶이고 가려야 할 것이 생기자 표정도 굳어버린 그는
이젠 머릿속에 떠다니는 단어들을 올려다보는 것 마저 버겁나 보다.
평생을 1~2년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
허나 그 '선택'이 필연이 되는 데엔 온전히 스스로의 의지가 담겨있다.
객관적 사실에 부딪치지 않고 낮아진 자존감에 기준을 스스로로 잡을 수 없을 때
남을 통한 대입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
누구나 그렇게 살고 있지만
누구나 그렇듯 결국 마음속 깊은 곳의 소리가 외면되고 있음도 알고 있다.
이 또한 과정이랴 이 또한 내 원(願)이랴 고개를 숙이며 눈을 돌린다 한들
한 치 앞 하루 뒤 일도 모르는 게 사람 사는 일이니,
괴롭다 싫다 힘들다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조차 죄악감을 느낄 필욘 없지 않을까,
우리의 머릿속만큼은 우리들 것이기에,
틀에 갇혀 숨 막혀도 그 '숨 막힌다'란 느낌조차 온전히 나만의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