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는 길
길 위에서, 우리는 우리가 가야 하고 가고 싶은 곳을 정할 순 있지만,
그 길 위에 무엇이 있으리라는 짐작만 할 뿐, 그저 그렇게 놓여져 있는 게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사건사고는 날씨와 같아 마치 감정이 있는 것처럼 희노애락을 담는다.
경험의 본질적 의미를 떠나 그것을 길 위의 그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걷는 자의 모습을 바꾸겠지.
어디선가 인생은 사계절 같은 것이라 들어본 적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연상케 되는 그 계절의 느낌보단 분기로 나뉜 인생의 극 막을 말하려는 것 일터.
따뜻하고 생기로운 봄에 우린 이루어지고,
격동적이고 활동적인 여름에 우린 곧 무언가를 이뤄내고 쌓아간다.
그리고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 오면 우린 우리의 것들을 되돌아보고 다시금 정돈할 수 있으며,
그 끝의 겨울에선 새로운 봄을 꿈꾸며 차갑게 식어가리라.
난 아직 봄이라고 확신한다. 아니, 내가 부정한다 해도 그것은 진리일 것이다.
나와 희노애락을 같이하며 길 위에서 손을 잡았었고, 지금 잡고 있는 자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고,
이들의 행동과 생각, 그 시행착오 속에선 서로에게 가져야 할 책임감이 그리 무겁진 않으리라.
내게 상처를 줬고, 내게 칼을 들이밀었고, 내게 행복을 줬고, 날 이해해준 그들은
곧 지나쳐질 봄을 기억하게 해줄 유일한 그 무엇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의미로써 남게 되겠지.
서로의 길은 다르기에, 여름에 곁에 없다 해도 난 떠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
아무것도 하지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린 아직 봄일 뿐이니까,
그래도 된다.
겨울에 겪어도 될 일들을,
봄에 앞다투어 미리 겪으려 할 필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