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엽여비소엽 Mar 26. 2017

짚어보기

혼자 가는 길









길 위에서, 우리는 우리가 가야 하고 가고 싶은 곳을 정할 순 있지만,


그 길 위에 무엇이 있으리라는 짐작만 할 뿐, 그저 그렇게 놓여져 있는 게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사건사고는 날씨와 같아 마치 감정이 있는 것처럼 희노애락을 담는다.


경험의 본질적 의미를 떠나 그것을 길 위의 그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걷는 자의 모습을 바꾸겠지.




어디선가 인생은 사계절 같은 것이라 들어본 적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연상케 되는 그 계절의 느낌보단 분기로 나뉜 인생의 극 막을 말하려는 것 일터.





따뜻하고 생기로운 봄에 우린 이루어지고,


격동적이고 활동적인 여름에 우린 곧 무언가를 이뤄내고 쌓아간다.


그리고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 오면 우린 우리의 것들을 되돌아보고 다시금 정돈할 수 있으며,


그 끝의 겨울에선 새로운 봄을 꿈꾸며 차갑게 식어가리라.





난 아직 봄이라고 확신한다. 아니, 내가 부정한다 해도 그것은 진리일 것이다.


나와 희노애락을 같이하며 길 위에서 손을 잡았었고, 지금 잡고 있는 자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고,


이들의 행동과 생각, 그 시행착오 속에선 서로에게 가져야 할 책임감이 그리 무겁진 않으리라.




내게 상처를 줬고, 내게 칼을 들이밀었고, 내게 행복을 줬고, 날 이해해준 그들은


곧 지나쳐질 봄을 기억하게 해줄 유일한 그 무엇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의미로써 남게 되겠지.


서로의 길은 다르기에, 여름에 곁에 없다 해도 난 떠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


아무것도 하지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린 아직 봄일 뿐이니까,


그래도 된다.


겨울에 겪어도 될 일들을,


봄에 앞다투어 미리 겪으려 할 필욘 없지 않은가.







작가의 이전글 짚어보기(外)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