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수
그렇게 조급해할 필요 없다.
단지 지금의 시련을 이겨내기 위한 도박일 뿐,
확실하다 여기고 있는 손에 든 패들은 그저 나의 입장에서의 전력일 뿐,
가치도, 상황도 상대의 패에 따라 또 달라진다.
지금까지의 평화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이젠 이상이 되어버린 뭔가를 위해,
끝없이 무시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상황을 다르게 쳐다보려 해봐도
이미 벌어진 상황들은 내 뜻, 내 심정과는 제멋대로 움직인다.
알면서도, 뭔가 잘못될 게 있으리란 걸 분명히 느끼면서도
이분법적인 사고로 간편히 뭔가를 정리하고 싶어 하고,
이분법으로 분류되지 않는 그 무언가엔 그저 상관없거나 의미 없는 낙인을 찍어
보여도 보이지 않는다 믿고 흘려 넘겨버린다.
그렇기에, 우리네 인생에 후회라는 단어가 있는 게 아닐까.
그렇기에, 나의 선택 나의 생각이 깃든 그 추억에도 미련이 남는 게 아닐까.
되돌려도 똑같은 일을 벌일 나 자신을 그렇게 뼈저리게 잘 알면서도
왜 우린, 같은 일을 반복하려 하고, 같은 길을 가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싸워나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