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
오늘날의 우리는 초라함 속에 살아오며
초라함 속에서 잊혀지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 과정 속에서 초라하지 않은 누군가의 그것들에게도
자신이 겪고 있는 초라함을 겹쳐보며 안타까워하며
그들이 원치 않는 눈길을 준다.
기쁨을 가진 자는 주변도 기쁘게 할 수 있지만
슬픔을 가진 자 역시 주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손가락질과 차가운 눈빛을 쏘아대는 그들의 의도 속엔
울음을 딛고 일어나 웃음을 품은 결과가 있길 바라는 것일까
아님 그저 자기가 가진 슬픔을 격언과 관심으로 둔갑시켜
자기도 모르게 웃고 있는 누군가의 입꼬리를 끌어내리는 걸까.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낭비와 포기가 아니라는 걸,
모두 똑같은 길에서 똑같은 자세와 속도로 뛰지 않는다는 걸,
성공과 실패의 결과는 그 끝에서 멈춰 선 자의 입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단 걸,
그리고 모든 이의 인생의 끝이 성공과 실패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단 걸,
우린 알고 있지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겪어본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