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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노래 Nov 01. 2022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약속

#엄마, 다녀올게, #안녕히 다녀오세요

아침 출근 시간에 운전하다 가슴에 돌덩이가 가라앉아 있는 것처럼 무겁고,  막혀 있었다. 돌덩이 같은 그것을 뱉어내고 싶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가족에게 전화를 하면 덜컥 걱정부터 할 거라 가족 이외의 누군가에 전화해야 한다.

이 시간에 놀라지 않고  전화를 받아줄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있다.

신호가 채 가지도 않았는데 받는다.


- 어, 미리애~

- 어, 혜숙아~


그냥 이걸로 다 아니겠는가.

서로 부르는 이름 속에 내가 왜 전화했으며, 친구는 어떻게 지내는지.. 다 들어 있었다.


- 그냥,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 그래, 왜 안 그러겠냐.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 있잖아, 어제 퇴근길에 차 사고 난 걸 봤거든.

반파되어버린 차 옆으로 60대로 보이는 여자 둘이 차 밖에 쪼그려 앉아 있더라구. 그걸 퇴근길에 보니 아침에 출근할 때 '잘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오세요'라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 가족 간 최고의 인사말인지 새삼 또 알겠더라. 이태원 사고 희생자 아이들도 아침에 다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갔을 텐데 말이야.


- 그렇지, 나도 어릴 때 엄마한테 '엄마, 다녀올게~'라며 나갈 때 하는 인사가 엄청 큰 약속인 걸 깨달았어.  무사히 집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이잖아. 우린 이렇게 중요한 약속을 매일 하며 집을 나오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또 집에 들어가잖아. 이젠 우리도, 아이들도 이 약속을 잘 지키기 위해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해.


척.. 하면 착.. 이해하고 받아주는 친구가 있어 마음에 위무가 많이 된다.


- 그래, 혜숙아, 우리 오늘도 안전하게 운전하고, 직장에서 집으로 잘 돌아가자~


다 키워놓은 아이들을 잃어버린 부모의 찢긴 마음들이 우리에게 또  전달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또 이런 찢김을 간접 경험해야 하다니 앞으로 자부심으로 K- 어쩌구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입 다물라고 말할 참이다.


다들 오늘도 무사히, 안녕히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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