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한결 May 06. 2018

2017-68: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리뷰

꿈이 결핍된 자들을 자유케 하리라

지난 토요일 제 18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봄. 베를린국제영화제 및 유럽 필름 페스티벌에서 수상한 작품. 시놉시스 읽고 봤는데도 예상과 전혀 달랐던 영화.
ㅤㅤ
돌이켜보니 올해들어 본 영화들 중 주인공 남녀 단 두명의 이야기가 주요 서사를 끌어가는 영화는 대개 어딘가 부족한 각자가 서로를 만나 그 부족분을 채워가며 겪는 진통을 그린 공통점이 있단 생각이 듦. 그게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ㅤㅤ
이번 영화선 로봇같은 여자와 한 팔이 불구인 남자가 등장. 굳이 표현하자면 내면과 외면에 각각 모자란 점이 있어뵈는 두 사람. 같은 꿈을 꾸는 그들은 현실에서 어려움을 겪으나 꿈속에서 만큼은 자유롭게 노님. 비록 현실에서 둘 사이 관계의 좋고 나쁨에 따라 꿈속에서의 풍경이 바뀌기도 하지만 대자연속에서 동물의 모습으로 아무 말없이 본능에 충실하게 움직이는 그들은 행복해보임. 꿈과 현실이 완전히 대비됨. 
ㅤㅤ
그들이 일터가 도축장인게 꽤 의미있다고 생각함. 도축장은 살아있던 것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곳. 한 순간에 목이 잘려나가고 몸과 다리가 축 늘어지며 온기가 남아있는 피가 피가 아닌 것마냥 바닥에 흩뿌려져 흘러넘치는 공간. 그에 반해 그들 꿈속은 순백의 겨울이거나 푸른 초목이 가득한 살아있는 공간. 그곳에서 흐르는건 끈적거리는 피가 아닌 깨끗한 물. 
ㅤㅤ
같은 맥락에서 마리카가 남주에게 맘을 거절 당한 뒤 삶의 의미를 잃고 자살을 시도하다가 걸려온 전화를 앉아서 받는 장면은 도축장에서 죽은 소의 늘어진 다리에 피가 흐르는 모습과 묘하게 겹침. 그에게 그런 통보를 받은 마리카는 살아있으되 죽은 것이나 다름없음을 의미한다고 봤음. 
ㅤㅤ
결국 관계를 맺고 깊은 사이가 된 그들은 그날 밤 꿈을 꾸지 않음. 꿈같은 현실을 경험한 덕에 무의식적으로 더 이상 도피처로서의 꿈을 꿀 필요가 없음을 인식한 듯.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함을 얻고 현실에서 행복한 생활을 시작한 덕에 흰 눈이 덮인 여느 숲은 더 이상 살아있는 생명체가 없는 고요한 공간으로 남게 됨. 
ㅤㅤ
위의 흐름과는 다른 얘기지만 영화 내내 인물의 모습이 유리창 한 겹 혹은 여러 겹에 비추어 난반사되는 장면이 굉장히 많이 잡힘. 문틈이나 창 밖으로 보이는 인물을 잡아주는 장면도 그렇고. 거울이나 유리에 투영된 사람의 모습을 통해 그 인물의 자아 상태를 관객에게 보이는건 굉장히 뻔한 수법. 그런데도 눈에 띄게 그런 장면들이 나와 기억에 남았음. 
ㅤㅤ
생각보다 곳곳에 엉뚱한 부분이 있어 웃음터졌던 영화. 잔잔한 멜로가 아닌 사랑 얘길 보고 싶다면 보길 추천. 

작가의 이전글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