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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결 May 06. 2018

2017-68: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리뷰

꿈이 결핍된 자들을 자유케 하리라

지난 토요일 제 18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봄. 베를린국제영화제 및 유럽 필름 페스티벌에서 수상한 작품. 시놉시스 읽고 봤는데도 예상과 전혀 달랐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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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니 올해들어 본 영화들 중 주인공 남녀 단 두명의 이야기가 주요 서사를 끌어가는 영화는 대개 어딘가 부족한 각자가 서로를 만나 그 부족분을 채워가며 겪는 진통을 그린 공통점이 있단 생각이 듦. 그게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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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선 로봇같은 여자와 한 팔이 불구인 남자가 등장. 굳이 표현하자면 내면과 외면에 각각 모자란 점이 있어뵈는 두 사람. 같은 꿈을 꾸는 그들은 현실에서 어려움을 겪으나 꿈속에서 만큼은 자유롭게 노님. 비록 현실에서 둘 사이 관계의 좋고 나쁨에 따라 꿈속에서의 풍경이 바뀌기도 하지만 대자연속에서 동물의 모습으로 아무 말없이 본능에 충실하게 움직이는 그들은 행복해보임. 꿈과 현실이 완전히 대비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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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일터가 도축장인게 꽤 의미있다고 생각함. 도축장은 살아있던 것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곳. 한 순간에 목이 잘려나가고 몸과 다리가 축 늘어지며 온기가 남아있는 피가 피가 아닌 것마냥 바닥에 흩뿌려져 흘러넘치는 공간. 그에 반해 그들 꿈속은 순백의 겨울이거나 푸른 초목이 가득한 살아있는 공간. 그곳에서 흐르는건 끈적거리는 피가 아닌 깨끗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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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에서 마리카가 남주에게 맘을 거절 당한 뒤 삶의 의미를 잃고 자살을 시도하다가 걸려온 전화를 앉아서 받는 장면은 도축장에서 죽은 소의 늘어진 다리에 피가 흐르는 모습과 묘하게 겹침. 그에게 그런 통보를 받은 마리카는 살아있으되 죽은 것이나 다름없음을 의미한다고 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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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관계를 맺고 깊은 사이가 된 그들은 그날 밤 꿈을 꾸지 않음. 꿈같은 현실을 경험한 덕에 무의식적으로 더 이상 도피처로서의 꿈을 꿀 필요가 없음을 인식한 듯.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함을 얻고 현실에서 행복한 생활을 시작한 덕에 흰 눈이 덮인 여느 숲은 더 이상 살아있는 생명체가 없는 고요한 공간으로 남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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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흐름과는 다른 얘기지만 영화 내내 인물의 모습이 유리창 한 겹 혹은 여러 겹에 비추어 난반사되는 장면이 굉장히 많이 잡힘. 문틈이나 창 밖으로 보이는 인물을 잡아주는 장면도 그렇고. 거울이나 유리에 투영된 사람의 모습을 통해 그 인물의 자아 상태를 관객에게 보이는건 굉장히 뻔한 수법. 그런데도 눈에 띄게 그런 장면들이 나와 기억에 남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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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곳곳에 엉뚱한 부분이 있어 웃음터졌던 영화. 잔잔한 멜로가 아닌 사랑 얘길 보고 싶다면 보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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