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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결 Dec 31. 2018

시골의사 생존 분투기(2018)

2년이 지나도 적응이 되질 않아. 

바야흐로 2018년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뻔하디 뻔하지만 아주 뻔하지는 않은 회고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쓸지 올해 맡은 마지막 일이 끝나기 전부터 고민했다. 시간 흐름에 따라 쓰자니 밋밋하고 키워드를 잡아 쓰자니 몇 개 단어로 한 해를 기록하기에는 3년 은 1년을 보낸터라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한다는 핑계로 모든 일을 마친 지난 일주일 간 원 없이 쉬면서 글쓰기를 미루고 또 미루다 결국 진정한 '연,말'을 맞이하고서야 어떻게 쓸지 감을 잡고선 키보드에 손을 얹는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모든 글을 새로 쓰진 못했으나 그래서인지 양이 적지 않다. 옹달샘을 찾아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먹고 가지 마시고', 아래 목차를 참고하여 원하는 부분을 읽어가시면 좋을 것 같다.


목차는 논문 순서를 따랐다. 1.Intro 2.Method 3.Result 4.Discussion 5.Optional Study 6.Acknowledgement. 가장 일목요연하게 써내려갈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니 불유쾌한(?) 감정이 유발되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아, Abstract는 없다.


1. Intro: 왜 쓰는가?

작년을 시작하는 즈음에는 무언가를 회고할 만큼 생각이 충분히 벼려지지 않았다. 그저 무엇을 해내고 책임지며 살 것인지만 생각했다. 그 덕에 참 유난히 긴 한 해를 보냈다. 2017년엔 4월부터 근무를 시작했으니 사회에서 보낸 17년은 8개월 뿐이었으나, 2018년은 여행으로 사용한 휴가 5일 외에 열두 달을 꼬박 근무하며 보냈으니 그리 느낄 법도 하다. 방학 없는 직장인으로서 '밥값'하며 일 년을 보낸건 처음인 셈이다. 앞으로 맞이할 매년이 이렇게도 길게 느껴질 걸 생각하니 아득하기도 하고 좋기도 한데, 여튼 간에 지금 느끼는 이 감정과 사실을 정리해두어야 가깝고도 먼 훗날 내가 이 시간을 '기록해둔 무엇으로나마' 추억할 수 있을거란 생각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정리를 시작하기로 했다. 2018년, 나는 무엇을 보고 듣고 읽고 썼나. 


2. Method: 뭘 살펴봤나?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나는 살아서 기록을 남긴다. 2017년 5월부터 매일을 기록한 덕에 2018년 한 해동안 450여개의 피드와 300여개의 스토리를 남겼다(인스타그램 기준). 덕분에 결산 는게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매주 월요일 적어둔 한 주 다짐, 큰 행사 및 시험을 마치고 적어둔 글, 거의 모든 일정이 담긴 구글 캘린더가 큰 도움이 됐다. Workflowy, Notion, Evernote, 카카오톡 나만보기 등 기록을 위한 생산성 도구를 사용한 덕에 세밀하게 일상을 기록할 수 있었다. 본 글의 문단을 나누고 구성하는 작업은 Workflowy에서, 문단과 문단을 잇는 문장쓰기는 Brunch 편집창에서 했다.


3. Result: 그래서, 어떻게 지냈나?

예로부터 연예인과 공보의 걱정은 하는게 아니라했다. 말마따나 나는 별일 없이 산다. 근데 뭘하면서 지냈나? 크게 본업, 추가 학습, 문화 생활, 여행으로 나눠 기록해봤다. 


1) 본업

(1) 진료

지소에 내원하는 환자 분들과 오래간 대화하다 몇몇 약제 부작용을 잡아낸 적이 있다. 의학 공부를 좀 더 하긴 해야겠단 생각을 하게 만든 케이스다. 우리마을주치의제로 한 달에 한 번 마을회관에 들러 혈압과 혈당을 재드렸다. 천안흥타령대축제, 전국체전 등의 행사에 의료지원 다녀온 적이 있다.


(2) 충남 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표 선출

12월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직 임기는 3월부터 시작이나 사실상 민원이 접수되기 시작한 2월부터 업무를 수행했다. 기존 공중보건의사의 근무지 이동(도내, 도간) 및 신규 공중보건의사의 근무지 배치에 적극 관여하는 바, 충남으로 이동하고자 하는 분들의 연락을 모두 내가 받았다. 이런 대민업무로 2-4월을 보냈는데, 그게 정점에 달한 4월 셋째 주는 잊을 수가 없다. 보건소 대진으로 평소보다 많은 환자를 보는 도중 신규 배치자들의 쇄도하는 문의를 받아내야 했다. 전입지 오리엔테이션 일정과 대학원 원서 접수 마감일이 겹쳐 입학허가서를 미리 받을 수 있을는지 염치없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그날 밤새 짐을 싸 간신히 이사를 마쳤다. 이후 7월 충남 공보의 체육대회, 7월, 8월 신규/기존 충남 공보의 직무교육을 실시했고 그 외 충남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대공협과 연대하여 대응했다. 12/31일자로 모든 회계 내역을 정리하고 감사를 받았다.  


(3)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학술이사 선임

매 집행부마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각자의 집행 연도가 참 유난스럽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역시 신통찮은 시간을 보냈다. 임기 시작 후 '처음이라 미숙하다'는 말을 뱉지 않기 위해 모두가 숨죽이며 노력했던 2월이 지나고 3월에는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 후보자 비공개 토론/간담회를 진행했다. 7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 시행으로 갖은 민원에 답했다. 주무이사로서 6월 대전, 12월 서울에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한 번쯤 만나뵙고 싶던 분들을 연자로 모셔 강연을 진행했다. 덕분에 잠깐이나마 그 분들과 대화나눌 기회를 얻었다. 특히 12월 학술대회의 경우 이전과 달리 대의원총회를 병행개최했고 4년 만에 정족수 달성으로 산적해있던 의결사안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 외에 각종 보도자료 및 성명서 등의 작성 및 교정에 다수 관여했고 여러 글의 퇴고 및 감수를 맡았다. 의료인 폭행 방지 국민 청원 독려 홍보물 제작과 보건소 진료기능 축소에 관한 기초조사를 진행했고 관련하여 기사를 낸 적이 있다. 업무를 도맡아 수행하며 무엇보다 가장 크게 얻은건 '사람'이었다. 조직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최고의 동료'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4)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역학(epidemiology) 전공 선택

https://brunch.co.kr/@friedmelon/17

보건대학원은 지난 2018년을 계획하는데 있어 모든 일의 중심에 놓여있었다. 문제는 중심으로 삼았다기엔 충분한 준비 없이 개강을 맞이했다는 것. 노트북을 구비하지 않고 학기를 시작한 덕에 기 신청한 9학점 중 한 수업을 뒤늦게 드롭했다. 중간고사 기간에서야 노트북을 구입해 비로소 정돈된 형태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후기 입학생으로 맞은 첫 학기가 다소 난감했던 건, 주요 필수 수업이 1학기에 다수 열린다는 점이었다. 해서 기초과목인 역학원론 수업과 재미있어 보이는 법역학 수업을 들었는데 한 쪽에서는 역학의 기본 개념을 배우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인과란 무엇인가? 인과를 어떻게 추론할 수 있는가? 등을 배우는게 다소 아이러니했다. 물론 수업은 후자가 압도적으로 흥미로웠다. 역학적 증거를 법적 증거로 인정하기 위한 논증과정을 배우면서 교통사고에서의 인과관계부터 담배 소송, 가습기 살균제 사건 소송, 삼성 반도체 산업 노동자 산재 인정 소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보고 그 사건을 맡았던 전문가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만 골라 공부했다는 점이 스스로에게 다소 아쉽지만 그럼에도 만족스러웠던 학기였다.


2) 기타 학습

(1) 의료인 창업 아카데미 4,5회: 코스메슈티컬 산업 관련 내용, 창업 전반 준비 관련 내용의 강의를 들었다. 회계법인 측에서 준비해준 강의자료가 분석적이라 좋았다.


(2) 중국어 기초 수업: 중국어 학습 교재 오래도록 묵혔다가 대학원 합격 이후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을 것 같아  7월 초부터 9월 중순까지 토요일 오전 9-11시에 과외를 받았다. 선생님이 친구라 그때그때 궁금한 걸 눈치보지 않고 맘 편히 물어볼 수 있어 좋았다. 내년엔 4-5급 취득을 목표로 한다.  


(3) SAS championship: '리얼 공보의' 중 한 명의 하드캐리 덕에 참가하게 됐다. 근데 SAS Enterprise 사용법을 배우곤 바로 잊어버렸다(...). 1차 통과 후 2차를 준비하지 못해 간략히라도 제출하지 않았는데, 제출한 사람들 다 상받았더라. 우리도 할 걸 땅을 치고 후회했다.


(4)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최고위과정: 생일부터 시작해 11월 중순까지 진행된 과정을 수료했다. 강사진이 공단, 심평원, 보사연 등 각 분야 실무 담당자 혹은 전문가라 강의자료가 실했고 강의 후 질의응답도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됐다. 예상치 못한 수확은 소위 '민초의사'라 말하는 개원가 원장님들(지역의사회 활동을 병행하시는 선생님들)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 학교와 대학병원 그리고 시골 외의 환경에 놓여본 적 없는 나는 같은 강의를 듣고 강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다른 분들을 보고 '이렇게 온도차가 크구나' 싶어 몇 번 놀랐다. 덕분에 '젊은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도 의미있지만,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다음에야 세대를 아우르며 각자가 처한 현실과 그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야 비교적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럴 때라야 비로소 뭔가 일을 되게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5) 의료정보분석 전문가 기본과정: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인력개발원이 주최한 과정에 참여했다. 10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9-6 수업이 이뤄졌다. 공보의로서는 유일하게 선발되어(= 초보자) 다소 들뜬 기분으로 수강했으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정보분석을 위한 전과정을 한 번 훑었다는 것, 프로그램 실행을 위한 기본 환경을 세팅했다는 것, SQL/Python을 사용해봤다는것, 분석에 관심있거나 혹은 현직에 계신 다양한 직군의 선생님을 만나본 데 의의를 둔다. CPBMI, 대한의료정보학회 운영에 관여하는 몇몇 교수님을 만나뵀다.


(6) 그 외: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시험 다수, 정보분석 시험, HSK 3급 시험, TEPS, 대학원 입학 시험에 응시했다. 결과는... 묻지 말자. 


3) 문화생활

; 크게 4개 세션으로 구성했다. 독서/독서모임, 영화/드라마, 러닝, 공연이 그 네 가지다.  


(1) 독서/독서모임

홀로 읽기

작년보다 많이 샀고 덜 읽었다(작년 60권). 구매한 건 100권이 넘는데 읽은 건 40권이 채 안된다. 상반기까지 14권을 읽었고, 이후 하반기에는 25권을 읽었다. 작년과 다른 점은 '원서'를 읽기 시작했다는 것과 전공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읽은 원서로는 에리히 프롬의 <The Art of Loving>, 전공서적인 <Political sociology and the people's health>가 있다. 올 한 해는 의료윤리와 전공 서적을 톺아보려 한다.


함께 읽기

직접 운영하던 두 독서모임, 가끔 참여하던 한 독서모임, 그리고 양서 정보를 제공받아온 두 채널 모두에 변화가 생겼다.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17년 6월부터 18년 11월까지 19회에 걸쳐 모인 '온라인 독서모임'을 마무리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집한 지인 4, 5명과 보이스톡으로 의견을 주고 받는 모임이었고, 3-4주에 한 번씩 돌아가며 발제를 맡고 발제자가 두, 세권의 도서를 선정하면 다수결에 의해 도서를 정한 뒤 이를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눴다. 발제를 기반으로 대화나누기로 한 덕에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성공적인 독서모임을 위해 온/오프를 가리지 않고 여러 독서모임을 탐방했고 독서 소모임 지원정책, 작은도서관 정책 등 도서관련 정부지원사업 및 민간지원사업을 수소문한 것도 도움이 됐다. 덕분에 지난해 말까지는 모임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나, 모임원들이 모두 바빠지기 시작하며 모임이 어려워지다 '헤어지지 못하는 연인' 같은 모습을 보이기에 어렵사리 말을 꺼내 모두의 합의 하에 아름답게 모임을 마무리했다. 모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주도했던 입장에서 난감했던 점을 굳이 꼽자면, 모임을 거듭할 수록 모두가 어렵지 않게 대화할 수 있는 공통 소재를 찾기가 어려워진다는 것과 그에 따라 발제가 어려워진다는 점, 발제의 퀄리티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 선호하는 도서 장르가 달랐다는 점 등이 있었다. 좋은 경험이었다.


 2017년 7월 페이스북에 합리주의에 대한 비판 글을 올려 모집한 '의학사 함께 읽기' 모임을 '보건의료 및 정책 읽기' 로 피벗하여 현재까지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처음 의도와는 달리 현재는 읽을 도서를 선정한 이후 매주 읽을 분량을 돌아가며 공지하는 모임이 됐다. 실제로 모두가 책을 잘 챙겨읽고 있는지는 의문이나 지난 8월 한 차례 오프라인에서 만난 이후에도 모임이 계속되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오는 2월부터는 교류를 보다 활발히 하고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또 한 번의 피벗을 계획하는 중에 있다. 물론 모두의 합의 하에 진행될 예정이다. 지속적인 Input이 있었으니 Output이 나올 때가 됐다. 이게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모임 초기에 제의받은 모 의료계 언론사를 통해 별도 칼럼을 실을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당시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은 아래와 같다.

https://brunch.co.kr/@friedmelon/7


 대학교 1학년 글쓰기 수업 때 만난 법학과 4학년 누님과 연이 닿아 함께하게 된 독서모임 '카이로스'가 시즌제로 변경됐다. 근 10년 가량 유지된 유서 깊은 독서모임으로 주로 문과 계열 분들이 많다. 덕분에 참석하면 늘 조용히 경청하게 된다. 당차게 참여했던 첫 모임과 지난해 송년모임(?) 이후 일이 바빠져 거의 참석하지 못해 아쉬운 맘이 크다. 그간 선정해 함께 읽은 도서 목록을 보면 누구라도 정말 가고 싶을텐데, 내년에는 매주 금요일에 수업이 겹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소망이 소망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평생할 수 있을 것처럼 기회가 될 때라도 참석하고 싶다.  


 그 외 꾸준히 새로운 책을 소개받던 두 채널이 사라졌다. 하나는 '북클럽 오리진' 으로 매주 월, 수 카톡으로 좋은 글귀와 명화, 혹은 리뷰 오브 리뷰, 북클럽 오리진 등의 컨텐츠를 보내주던 서비스였는데 관리하시던 선생님께서 직장을 옮기시게 되면서 당분간 휴면에 들어가게 됐다. 지난 2년 간 서비스를 받아보던 입장에선 정말 아쉬운 일이다. 정말 고퀄이었던터라 사람들이 물어봐도 잘 알리지 않았던 소스였다. 남은 하나는 오픈카톡 '성장판' 인데, 카톡방 초창기부터 참여해왔으나 점점 소수가 독점하는 잡담방이 된데다 최근 주요정보 아카이빙을 위한 네이버 카페가 생겨 한치의 고민 없이 방을 나왔다.  


 여러 모임을 발족하고 마치며 지난 2년 간 느낀 점이 있다면 '모임의 목적과 모임의 시작과 끝'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공연한 시간과 정력만 낭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십~수백명 단위의 행사를 기획할 때와는 달리 소수 인원으로 진행하는 모임은 구성원 모두가 중요하기 때문에 공통의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는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2) 영화/드라마

본 영화

작년 90편의 영화를 봤던데 비해 올해는 상반기 24편, 하반기 11편 총 35편의 영화를 봤다. 작년과 올해 본 영화 편수를 절대비교하기는 어려운데, 이는 영화제에서 본 영화를 위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편, 올해의 특이점 중 하나를 꼽자면 함께 영화보는 모임을 조직해본 적이 있단 것이다. 독립영화 상영관을 찾다 발견한 '인디플러스 천안' 의 독립영화감상동아리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해 같은 지역에 근무하는 동료들과 모임을 가졌다. 덕분에 상영관을 대관한 듯한 기분을 내며 <홈>, <오마르> 등의 영화를 봤다. 대학원 진학 이후 모임을 통 가지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전반적으로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본 영화들이 인상 깊다. <너와 극장에서>,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홍상수의 <풀잎들>, <이자크의 행복한 바이올린>, <더 파티>, <보헤미안 랩소디> 등이 그 예다.


영화제

9월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지금이 내가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자유로운 시기다'란 생각에 5월 전주국제영화제, 6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8월 정동진독립영화제, 대구단편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11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 다녀왔다. 영화제에선 단편독립영화를 주로 관람했고 덕분에 단편의 재미를 알게 됐다. 인상깊었던 단편을 꼽으라면 <김녕회관>과 <시체들의 아침>,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를 얘기할 수 있겠다.  

 

영화제 기획 

9월에 개최한 '천안춤영화제' 한 영화의 모더레이터(라기엔 멘트 세 마디 하고 내려왔으나)를 맡았고 영화 <하이스트렁>의 프로그램 노트를 썼다. 9월 이후 시민상영활동가로서는 모임에 참여하지 못했으나, 모임에서는 10월, 11월 기획상영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40-50대 분들과 함께하는 좋은 기회였다.


영화 이론 공부

5월부터 8월 간 '천안시영상미디어센터 비채', '충남문화산업진흥원' 주관 하에 열린 시민영화큐레이터 양성과정을 수료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님의 15회에 걸친 강의를 통해 영화 이론과 더불어 이론과 연관 유명한 영화들(그러나 보지는 못했던)을 클립으로나마 여러 편 접할 수 있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수강한 <영화의 이해> 수업 이후 간만에 영상물을 자주 마주할 수 있는 수업이라 좋았다. 그 뿐이랴, 영화제에 심사하러 다니시는, '영화계'에 몸담고 계시는 평론가님과 매주 만나 개봉 예정인 영화나 현재 상영 중인 영화에 관한 이모저모를 직접 전해들을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넷플릭스

공보의의 삶에서 넷플릭스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가장 먼저 말할 수 있는 건 <프렌즈> 전 시즌(1~10), <김씨네 편의점> 전 시즌(1~2), <셜록> 전 시즌(1~4)을 본 것이다. 정말 '프렌즈'가 외로울 때 친구가 되어줬다. 그 외에 블랙미러 시즌 4 일부, 트랩드 시즌 1(아이슬란드 범죄 영화), 지정생존자 시즌2 일부, 유병재: 블랙코미디, 치욕의 대지, 토니 로빈스-멘토는 내 안에 있다, 침묵, 하우스오브카드 시즌 6 일부, 위험한 만찬(위험한타인 프랑스판), 사랑의 물리학을 봤다. 위의 영화 편수에 포함시킨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오늘의 연애도 넷플릭스로 봤다.  


아웃랜더, 더 크라운, 굿 플레이스, 위기의 친구들, 맨헌트 유나바머, The Code 는 1회를 보고 더 보진 않았다.


(3) 러닝

2017년 8월 중순에 시작한 러닝 덕에 많은 것을 얻었다. 동갑내기 러닝커뮤니티 '뛰꼬양' 덕에 러닝씬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한 덕이다. 올해 기념비적인 일을 하나 꼽으라면 아마도 3월 동아마라톤 풀코스 대회에 참가해 어쨌든 42.195 km를 뛴 것일테다. 이게 다 존버정신을 학습시킨 비트코인 덕분이다. '어쨌든' 이라 표현하는 건 5시간을 넘었기 때문. 그렇다고 이후 꾸준히 뛰었느냐 하면, 아니다. 대회 때만 뛰었다. 지난 4월 서울하프마라톤 하프코스(21.0975), 10월 서울달리기 하프코스를 뛰었고 그 외 10k 대회에 다수 참여했다. 또 기억에 남는게 있다면 아버지와 함께 5k 구간이나마 함께 뛰어본 것.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이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그 외 손기정마라톤 응원하러 갔다 응원받고 온 날이 기억을 스친다. 2017에 이은 2018 러닝으로 내 몸의 감각을 일깨우며 최소한의 관리를 했다는데 의의를 둔다. 내년엔 모임을 위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으면 싶다. 그럼 공부를 해야겠지. 역시 기승전 공부다.


(4) 공연

3월부터 재즈잡지 <JAZZ PEOPLE> 구독을 시작했다. 덕분에 평소에 재즈를 틀어두기 시작했고 재즈바에 몇 차례 드나들었다. 이후 <서울 재즈페스티벌>, <이로 란탈라 내한공연> 에 다녀왔다. 맥주 관련 페스티벌로 <필스너우르켈 페스티벌>, <Hand&Malt Beer camp> 에 다녀왔다. 전자는 공연장에 다녀온게 기억나는데 후자는 기억이 없다는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하하. 11월엔 술탄오브더디스코 2집 발매공연 덕에 간만에 악스홀에 다녀왔고 가서 취향 맞는 친구와 얘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 연말에 짧은 치즈 공연을 봤고 이후 이소라 연말 콘서트에 다녀왔다. 심란한 한 해 연말을 보내던 중 당신의 탄신일에 당신을 듣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 좋았다.


4) 여행 

2월 홋카이도를 훑었다. 무로란-하코다테-삿포로-오타루-요이치-아바시리-시레토코 순으로 다녀왔다. 짧은 기간 동안 빡빡한 일정으로 다녀왔으나 유빙 위를 걷는 경험, 쇄빙선을 탔던 경험,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인 광경을 봤다. 그 외에 특별한 순간들이 몇 차례 있었으나 매일을 여행처럼 사는 덕에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기로 한다. 2017 소망과는 달리 2018 더 많이 돌아다닌 것만큼은 확실하다.


4. Discussion

한 해를 돌아보며 무엇을 얼마나 이뤘는지 깨닫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지난 연말연시에 쓴 글을 살펴보는 것이다. 늘 그렇듯 오글거림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지난 2017 끝과 2018 시작을 장식한 글은 아래와 같다.


- 2017년 문화생활 결산; 독서 60권, 영화 90편, 공연&전시 20회, 드라마 16 시리즈

- 2017을 마무리하며;  당황스러웠던 16년과 깨진 나를 발견했던 17년을 딛고 서는 18년이 되길, 앎을 추구하되 모름을 인정하는 새해이길, 늘 '모르겠다'를 반복하는 나와 이별하고 책임지는 신년이 되길, 그러나 굳은 의지보다 감사와 헌신의 감정에 나를 맡기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 2018을 시작하며; 학창시절부터 자질구레한 일들을 계속해왔지만 나는 아직 완전히 책임지는 것의 진의를 모른다. 늘 관찰자는 아니면서도 책임이 내게 전가되지 않는 위치에서, 언제든 한걸음 내뺄 수 있는 자리에서 일해왔다. 내 의견을 제시하고 일을 기획하는 퍼포머로서 재미를 취하되 그 이면의 고통스런 책임은 다소 외면했던거다. 덕분에 동시에 여러 일을 벌리고 관여하며 어깨 너머로 배운 것들이 많다. 그러나 행함이 없는 배움은 아직 여물지 못한 앎일 뿐이지 않나. 병원으로 바로 가잖고 공보의로 온 진짜 이유는 2016년 인생의 많은 지표들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을 수도 없이 느꼈고 해서 삶을 정돈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 일 년간 정말 원없이 쉬었고(아직 더 쉬고 싶지만) 긴 휴식 끝에 27년 인생 중 처음으로 한 단체의 대표로 일하게 됐다. 사람 잘 안변한다는 말에 사실 걱정도 좀 된다. 그렇지만 성장은 책임지는 것에서 온단 말을 부디 뼈저리게 깨닫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한다.


지난 글을 봤으니 감상을 남겨야 하는데, 난감하다. 그래도 썼다. 의미는 비교와 대조에서 나오기 마련이니까.


-'2017을 마무리하며'를 보며; 돌아보니 내 '밥값' 을 다했는지 의문이다. 책임지는 삶을 살자는 약속을 지켰냐하면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다. 그릇에 넘치는 욕심을 부린 면도 있다. 직접 쓰기 부끄러우나 뭐든 배우려고 했던 것 같다. 책과 사람과 사회를 읽고 사회와 공동체와 나를 손으로 쓰고 입으로 말했다. 덕분에 지금껏 가난한 마음과 가난한 앎이 나를 채우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음'을 알면서도 유난히, 많이 운 한해였다. 다시 오지 않을 인생의 황금기, 공보의 3년차를 맞는 오는 2019년에는 욕심은 덜고 실력을 키우며 주변 이들과 시간과 생명을 나누는, 강단있고 따스한 한 해를 보냈으면 한다. 다가올 한 해를 기쁜 맘으로 기대하며 나를 비롯한 주변 모든 이들의 건투를 빈다.

- 2018을 마무리하며; 결산 글을 쓰기 딱 한달 전, 이래저래 작년 5월부터 써온 글을 싹 훑은 적이 있다. 지금껏 무엇을 나누고 무엇을 받았는지 살펴보기 위함이었는데, 것보다 지향은 변하지 않았으나 행동 방식이 변했다는게 느껴졌다. 그 때의 감상은 아래와 같다.  

2017엔 생각을 정리하며 무른 내면을 단단케했다면 2018엔 말과 글과 행동으로 삶의 외연을 급속히 넓혔다. 앎과 배움에 대한 갈망이 때를 잘 만난 덕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싶으면서도 여기까지 온 것만도 다행이다 싶은게 퍽 양가적이지. 여튼 정신없던 11월도 끝났다. 아직 해야할 게 산더미처럼 남아있지만 그래도 오는 12월은 좋은 소식들과 함께 보다 기쁘고 감사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른이 되기까지 남은 13개월 동안 소중한 사람들을 더 잘 품을 수 있을만큼 지혜롭고 큰, 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이 와중에도 나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분들이 있단 걸 잊지 말아야겠다. 내게 주어진 이 자리와 이 시간에 감사하다.

5. Optional Study: 안하던 것과 하던 것

선물에 관하여

지난 3월 브런치 작가로 글 쓸 자격이 주어졌을 때 '글에 빚졌다' 쓴 적이 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보니 글은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였던 것 같다. 결국 사람에 빚지며 산 셈이다. 일을 통해 소득을 얻는 직장인이 되고 나서 무엇에, 왜 돈을 쓰는지가 내 욕망과 가치관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느꼈다. 돈이 가는 곳에 마음이 가고 마음가는 곳에 돈이 가더라. 해서 그때부터 나는 내가 지금껏 빚져온 이들에게 무엇으로 감사한 맘을 표현하고 그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을지 생각했다. 학생 때처럼 매순간 함께할 수는 없지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많고 그 중 하나가 '아무 이유없이 생각날 때 연락하기'나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근무지 특산물이 멜론이라,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서른 남짓한 분들께는 멜론을 한 상자씩 보냈다. 알레르기가 있어 마음만 받겠다는 분을 제외하고, 멜론 받아보기가 여의치 않은 이들에겐 생일에 "유별난 선물"을 챙기는 것으로 이를 대신했다. 연락이든 작은 선물이든 생일을 이유로 안부를 물어주는 것만으로도 물론 감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다소 쓸쓸하게 스쳐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음을 아는 터라 내 선물로 인해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 피식할 수 있는 순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선물은 아래와 같다.

형수님과 같이 먹을 수 있는 호도파이
시골 청년이 도시의 맛을 볼 수 있는 크리스피 크림
푸석한 나날로 바쁜 이를 위한 마카롱
술로 적신 몸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녹차
북해도 가보는게 꿈인 이에게 북해도 초코롤케이크
인턴 생활하느라 균형잡힌 식사를 하지 못할 것 같은 이에게 쫄깃쫄깃한 늘푸른 맥반석 구운란 두 판
도라이같은 이에게 도라에몽 저금통 젤리(4개)
연애 안한지 오래된 자취생에게 햇반컵반 미역국 세트
국시 준비로 바쁜 이에게 치아 건강을 위한 배달의민족 칫솔 치약세트
자취를 시작하는 이에게 안개꽃-장미 디퓨저 세트
장기간 공부하느라 맘 쓸쓸할 것 같은 친구에게 큰 케잌
건강 안챙길 것 같은 친구에게 종합비타민 세트
공보의 막바지를 보내는 형님에게 야관문주 담금 키트
인턴 마지막 생활을 지나보내는 이에게 동기들과 나눌 수 있는 귤 한 박스

선물할 때는 마냥 재밌기만 했는데, 돌아보니 선물을 고민하며 상대가 지금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필요로 할지, 상대는 내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며 되려 내가 받는 것이 많음을 깨달았다. 더불어 지난 날 가난했던 것은 주머니가 아니라 마음이었음을 알게 됐다. 아직도 나는 사람이 되려면 한참 멀었지만 이전보다 조금은 나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바로 이런 깨달음 덕분이다. 


기록에 관하여: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적자생존의 본뜻을 떠나 해석하는 방법으로 1)적게 적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와 2)적는 사람이 생존한다 가 있다. 정말 똑똑한 사람들은 지식/정보가 머리 속을 그냥 스쳐가도록 둔다. 쓱쓱 읽으면 자동적으로 읽은 내용이 구조화/체계화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도 대개 정리 능력이 탁월하다. 나는 그런 편은 아니고 기록하고 또 기록하고 나서야 비로소 구조가 파악이 된다. 일면 전체를 보고 나야만 직성이 풀리고 불안을 해소하는 성격 탓이기도 하다.


불안을 기록으로 푸는 강박적 습관을 고치려고 시도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잘 안됐다. '결과'만 인정받는 세상에서 '과정'을 보다 즐거이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는지라 그만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이내 다시 쓰게됐다. 고로 나는 앞으로도 필연적으로 계속 무언가 쓰고 있을 것이다.  '나의 보통이 모두의 보편이 아니'므로, 불만이 있으면 불만을, 기쁨이 찾아오면 기쁨을, 어려움이 있으면 어려움을 뱉어낼 것이다. 나를 둘러싼 세상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는지 끊임없이 자각하고 기록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영원 같은 순간의 기억을 영원히 잊을까 두려워 그 자리, 그 시간, 그 사람을 담았던 걸 되돌아보며 '그때 나는 어떤 자세, 어떤 마음으로 대상을 보고 있었을까?'란 물음을 마주할 때가 오겠지. 그에 대한 답은 영원히 짐작만 할 수 있을테니, 어찌됐든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는데는 성공한 셈이다. 나는 그걸로 족하다.

 

다만, 연말에 이르러 '세상 보는 눈을 키우는 글쓰기'는 보다 깊이있는 학습을 필요로 하고, 이를 위해 보다 심도있는 텍스트 읽기를 시도할 때가 된 것 같단 생각을 했다. 나를 파악하느라 말을 내 안에서 너무 오래 맴돌게 한 것 같다. 해서 내년엔 헛소리와 헛생각을 줄이는 걸 제 1순위 목표로 삼는다. 아마 어려울 것이다.


6. Acknowledgement: 감사의 말

올해 명절을 강타했던 모 교수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를 떠올리며 '감사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사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다. 무엇을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같은 사건도 꽤나 달리 해석될 수 있는 까닭이다.

허나 그건 일이 지나간 후에나 뱉어낼 수 있는 말이 아닐까 한다. 지난 2018년은 열심히 노력한 만큼 성과가 따라오지 않을 때 쉽게 좌절하고 자책하는 해였던 것 같다. 나의 소망이 진정 나의 소망인지 스스로에게 묻길 수 차례 반복하다보니 '지금 이대로 죽어도 아주 나쁘지만은 않겠다', '삶이 참 덧없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기저에 그런 생각을 갖고 지내던 11월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친구들과 의료 정책에 관해 얘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주의적 시선을 거두고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한다'는 말에 문득 생각이 나는게 있어 급 그들에게 아래와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삶을 구성하는 큰 대단원은 대다수가 비슷하고, 삶을 통해 토로하는 얘기들은 대부분 소소하기 마련이라 살다보면 생의 부질없음과 덧없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럼에도 어떤 생각과 행동을 근근히라도 이어가게 만드는 건 1)물적,심적 자원과 2)긍정적인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지향이 비슷한 논의대상자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한 3)신념 혹은 비전인 것 같습니다. 1),2) 때문에 3)이 고꾸라지기도 하는 반면 3)이 아주 강력하면 1),2)를 극복해낼 수 있어서,  조직화된 믿음, 영성, 혹은 종교가 삶을 버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같구요. 여튼 그래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는지, 같은 것을 보고 믿는 이가 주변에 있는지 여부가 아주,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2018년은 세상의 모든 아픔과 짐을 홀로 짊어지고 사는 것만 같은 말을 뱉을 때마저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좋은 동료, 선후배, 선생님, 교수님,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이 늘 내 주변에 있었다. 심지어 잔뜩 취한 채 도보로 귀가하던 중 발에 채이는 낙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왜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워 보이는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픔이 될 수 밖에 없나' 싶어 친구들에게 ' 낙엽이 예쁘기는 한데 이거 언제 누가 다 치우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걸 말할 사람이 없다는게 너무 슬프다'는 카톡을 보낼 때도 '합리적 이타주의자' 친구들은 나를 지지해줬다. 물론 좋은 얘기만 걸러 들었던 것은 아니다. 비판적 지지를 보내준 '한라에 취한다' 친구들에게도 감사할 따름이다.

감사를 표해야 할 분들을 모두 언급함이 마땅하나, 글이 상당히 길어진 덕에 몇몇 분들만을 짚어본다. 올 한 해 함께 일할 기회를 주신 송회장님, 일하며 부쩍 가까워진 조사장님을 비롯한 워킹그룹 선생님들, 모 작가의 도서명 마냥 '한국이 싫어서' 이 나라를 떠날 채비 중인 두 형님 '갑형'과 '예비 김사무관' 님, 제주에서 지내는 홑자 이름을 가진 이, 학생같지 않은 삶을 사는 박모씨, 그리고 어려운 순간에 부딪힐 때마다 기꺼이 시간내어 얘길 들어주시고 따뜻한 조언을 건네주신 부모님과 동생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7. 마치며

마지막으로, '고독에게 밥을 주라'는 어머님의 말씀 말마따나 지난 1년 동안 스스로와 부단히 싸워온 나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참 고생 많았다. 이만하면 후련한 맘으로 올해를 놓아줄 수 있을 것 같다.



Adieu 2018, 안녕 나의 스물 여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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