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생활 일년차 결산
소란했던 2020년의 기록: 배움의 연마
COVID-19 창궐이나 전공의 파업 등 예상 밖의 일이 있었으나 개인적으론 대체로 평탄했던 2020년도 어느새 끝을 앞두고 있다. 무슨 의식처럼 매 년 해오던 정리를 안 할 수는 없고 비주기적으로나마 점검하고 기록해둬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복무를 마친 뒤 보낸 지난 8.5개월 간의 병원 생활을 간략히 갈무리해본다.
먼저 주 80시간 일하며 밤낮이 바뀌는 때가 생겼고, 운동을 할 여력이 없어진 덕에 체중이 꽤 불었다. 수면 패턴이 망가져 피로 누적으로 커피를 달고 살았다. 차 사고가 한 차례 났고 원체 잘 못하던 운전을 가급적 피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쉬는 시간이 일정치 않으나 그 와중에 슬기로운 의사생활, 종이의 집 시즌1~4, 인간 수업, 비밀의 숲 시즌2, 지정 생존자 시즌3,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6, 퀸스 갬빗을 봤다.
본업 관련해서는 어떻게 지냈나. 인턴으로 인천 소재 모 병원에서 5월 내과, 6월 산부인과 7월 가정의학과 8월 응급의학과 9월 산부인과 10월 내과, 11월 외과 12월 응급의학과 소속으로 근무했다. 총 여섯 번의 발표를 했고 예상치 못하게 인턴 1등 성적표를 받아들었으며 이는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레지던트 지원 병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내과, 직업환경의학과, 가정의학과를 두고 고민했으나 결과적으로 내년에는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수련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무엇보다 금년 최우선 목표였던 바를 이루고 바라던 곳에 무사히 다다를 수 있어 참 감사하다.
그 와중에 새 직장에서 두 달 근무한 이후 일정 조정이 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대학원에 복학해 재난역학 수업을 수강하며 한 학기를 보냈다. 코로나바이러스 창궐로 업무가 과중된 면이 없잖아 있지만 반면 비대면 수업이 개시된 덕에 대학원 수업을 수강할 수 있게 되었으니 참 세상 모든 일에 양면성이 있다 싶다. 동시에 지인들과 <건강의 공공성과 공공보건의료> 읽기 모임을 진행하는 중에 있다.
더불어 지난해 마무리하지 못했던 독학학위제 경영학사 3단계, 4단계 시험에 8월, 10월에 응시해 가까스로 학위를 취득했다. 재무회계, 재무관리 및 국사를 학습했고 공부량은 미진했으나 절대평가의 덕을 톡톡히 봤다고 하겠다. 재무회계를 뜯어볼 수 있게 되어 2017년 각종 코인에 투자한 이후 처음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고 누구나 그렇듯 초보 투자자의 길을 걸었다. 꾸준한 연습과 원칙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 싶었고 유명한 몇 권의 책을 사 읽었다. 시간이 늘 많지는 않으니 그나마 내게 친숙한 분야 위주로 보수적으로 투자해야겠다 생각한다.
종합해보면, 서른을 맞이한 때에 낯선 사람들과 낯선 공간에서의 낯선 시작이 여러 도움을 얻어 좋은 결실로 이어진, 이전의 미진했던 부분을 일부 청산한 참 다행인 한 해였다. 다시금 새로운 시작을 앞둔 지금 다년간 내실 있게 수련받으며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훈련을 잘 받기 위해 체력 단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싶다. 스프린트가 끝나고 마침내 삶의 장거리 달리기가 시작되려는 참이기 때문. 겸손하게 부족분을 채우며 뛰어야 할 때 잘 뛸 수 있도록 남은 기간을 잘 준비해보고자 한다.
늘 도움 주신 분들께 다시금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아울러 제언이나 조언은 물론 함께 공부를 이어나갈 분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덧붙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