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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hwan Mar 11. 2021

포틀랜드 한 달 살기 - Intro


COVID-19으로 인해서 지난 1년간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다는 자책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일 년 넘게 이어지는 지루하고 단조로운 생활 가운데 뭐라도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2020년에 계획했었던 한국으로의 여행도, 미국 내 여행도 모두 자연스럽게 취소되었던 터라 나와 아내는 어떤 것이라도 해보고 집 밖으로 움직이고 싶었다. 물론 안전한 범위 내에서.


사실 처음 나온 이야기는 이사였다. 늘 집에만 있으니, 좀 더 넓은 집- 가능하면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마당도 있는 곳으로 가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었다. 그리고 평소에 누구를 만나기보다는 가족끼리 산책이나 하이킹을 자주 하니 자연이 넓게 펼쳐져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마침 재작년에 출장차 갔었던 포틀랜드가 떠올랐다. 낙엽이 한창 떨어지고 난 후의 11월 초였으니 가을의 문턱을 이미 지난 때였다. 일 년 내내 상대적으로 온화한 캘리포니아에서는 느낄 수 없던, 오랜만에 코를 스치는 바스락거리는 차가운 공기가 반가웠던 좋은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도심 다운타운에도 붉은색, 노란색으로 물들여진 낙엽이 무성한 멋진 나무들이 길을 따라 서있는 것을 보니, 도심 바깥에는 얼마나 멋진 자연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 무렵에 일을 마치고 호텔에 들어와서 포틀랜드의 곳곳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다음번에는 꼭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함께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났다.


Nov 6, 2019



포틀랜드 어때?

-라는 나의 말이 의외로 들렸던 건지, 아내는 '포틀랜드?'라고 되물어 보면서 내 얼굴을 한참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뉴욕,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등등 늘 번화한 곳에서만 살던 사람이 꺼낸 이야기로는 의외였다는 생각을 했었겠지. 그 의문 투성의 표정을 지닌 아내를 설득하느라 내가 출장 시에 경험했던 포틀랜드의 이야기도 다시 꺼내어보고, 그곳에 이미 살고 있는 몇몇 지인들의 경험담도 내 경험담인 양 실감 나게 늘어놓았다. 사실 그보다 더 효과적이었던 것은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의 사진들이 담긴 Google map과 인근 동네의 집들을 둘러볼 수 있던 Zillow 앱이었다. 그 덕분에 며칠 만에 아내는 포틀랜드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다른 주(state)로 이사하는 것은 다른 나라로 이민 가는 것만큼이나 번거로운 일이라 결정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지금 지내는 곳에서 이제야 좀 안정적으로 지내기 시작했는데, 또다시 새로운 곳으로 가서 다시 처음부터 셋업하고 시작하기란 게을러진 '아재'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여러 가지로 매력적인 곳임에는 틀림없는 포틀랜드이기에- '한번 가서 한 달 정도 살아보고 결정할까?'라는 이야기를 꺼내었다.


'한 달 살기 프로젝트'는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일단 Airbnb에서 가족들이 한 달간 머물 집을 찾았다. 웬만한 집이 아니라, 나중에 우리가 이사오게 되면 구입할 만한 집(위치, 크기, 인테리어, 구조 등등)을 빌려서 여행이 아니라 진짜 사는 것처럼 지내보자는 것이었다. 꽤 많은 집들을 둘러본 후에 마음에 꼭 드는 집을 발견하고는 바로 예약을 했었다. 키친은 오픈된 공간에 꽤 넓은 공간을 차지하며 집안의 중심에 있었고, 집 뒤에는 아이랑 내가 뛰어놀만한 잔디밭이 적당히 깔려있었고, 오후 시간에 한가롭게 아내와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야외 테이블도 단촐하게 놓여있었다. 집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예약 후에도 몇 번인가 아내랑 사진을 둘러보았다.


이후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포틀랜드로 이사를 가볼까라는 계획은 (일단)접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포틀랜드에서 한 달 살기' 프로젝트는 유효했다. 비록 짐을 챙기는 과정에서 약간의 귀찮은 마음이 들어서 중간에 취소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었지만, 워낙 비싸게 오랜 기간 동안 예약하고 가는 거라 취소 시에 내가 감당해야 할 액수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덕분에 가까스로 짐을 꾸려 포틀랜드로 향할 수 있었다.



s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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