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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hwan Jul 22. 2020

New Normal

COVID-19이 불러온 새로운 일상의 변화

'COVID-19'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내가 현재 일하고 있는 여기 Bay Area도 여러 가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아마도 시간이 지난 몇 년 후쯤에는 지금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변화들 중의 몇몇은 일상화되지 않을까 싶지만, 현재 경험하고 있는 여러 가지 생소한 변화들을 개인적인 기록의 차원에서라도 한 번 정리해본다.





WFH(Work from home)의 일상화


Be Safe

내 기억이 맞다면, 지난 3월 초 정도쯤부터 WFH(재택근무)하라는 회사의 리더십으로부터 공지가 있었다.  그 공지는 Santa Clara County의 healthcare policy와 궤를 맞추는 것이었다.  그때 당시만 해도 COVID-19의 감염자들이 언론에 하루에 한두 명, 많게는 10명 안팎으로 보고되는 수준이어서 일찍부터 WFH을 시작했으니 이곳의 상황이 금방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래서 초기에는 WFH을 하는 목적이 '현 상황에서 조금만 견디면서 각자 건강하게 생활을 유지하며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WFH을 하자'였다.  말 그대로 생활이나 업무 측면에서 '조금만 버티자'라는 생각이 강했다.



Be Equipped

지금이 7월 말이니까, WFH을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났다.  Bay Area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WFH 중이며 그중에서 Facebook, Google은 올해 말까지 WFH을 할 것이라고 5월 말 정도쯤부터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왔다.  내가 일하고 있는 eBay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6월까지 WFH 한다고 했다가, 지금은 올해 말까지로 정책을 변경했으나, 아마도 상황 변화에 따라서 기간이 더 연장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상황이 길어지자, 초반에 '조금만 버티자'라는 생각에서 '지금 상황에 맞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자'라는 생각과 논의가 생겨났고,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WFH 하기 위해서 다양한 제품들을(웹캠, 스탠딩 데스크, 마이크, 모니터 등등) 구비하기 시작하며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다름없는 환경을 집에서 구축하기 시작했다.  회사에 따라서는 WFH 중에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곳도 있다. 나 또한 스탠딩 데스크를 구매 후 회사에 정산 처리를 했다.



Be Flexible

Facebook은 게다가 얼마 전에 '모든 직원들이 꼭 사무실에서 일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으며, 심지어 Twitter의 경우에는 직원이 원할 경우 평생 WFH 할 수도 있다고 더욱 공격적인 회사 정책을 발표했다.  몇 달간 WFH을 해보니 대면 업무가 사라진 불편함은 있지만 그래도 업무의 퍼포먼스와 회사의 전체적인 생산성이 크게 떨어질 정도가 아닌 것을 알게 되니, 좀 더 유연한 업무 환경이 조성되는 듯하다.  이는 머지않아 고용 정책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가령 이전에는 Bay Area에 있는 테크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와야 했는데,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의 매니저도 얼마 전에 나와 1:1 미팅 중에 '너도 원한다면 올해 말까지 한국 가서 일해도 좋아'라고 했었다.  물론 마음이야 정말 그러고 싶지만, 여러 가지 부수적인 문제들(비자 신분 문제, 세금 문제, 시차 문제, 연봉 조정 문제 등등)로 인해서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이런 부수적인 문제들도 지역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한 근무 환경이 된다면 따라서 변하게 될 거라 본다.  머지않아 이곳에 있는 회사에서 소속되어 있지만, 실제 일하는 곳은 한국(혹은 그 이외의 국가)이 될 수도 있겠다. 연봉은 미국 기준, 세금은 한국 기준으로 했으면 좋겠다.





Delivery service의 변화


처음에 미국에 살면서 불편했던 서비스 중의 하나는 배송 서비스였다.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고 배송을 시키면 때때로 배송비가 물건값만큼 나가는 경우도 있었고, 배송 시간도 며칠, 몇 주가 걸리는 때도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익숙하지 못했지만 점점 필요한 물건들은 미리미리 주문하는 습관을 들이기도 했다.  당시에 약 $100 정도 되는 Amazon Prime 년간 멤버십에 가입하면, 1-2주씩 걸리는 배송이(게다가 유료!!) 1주일 이내로 단축이 되고 많은 경우 무료배송을 해주어서 많은 유학생들이 가입하기도 했다. (학생은 50% 할인)


그래도 Amazon 엄청나게  회사고 물류망도 넓고 촘촘해서 그나마 나은 편인데, 음식 배달이라던가 식료품 배달 같은 상대적으로 소규모 서비스들은   전만 해도 많이 없었고, 그나마 서비스도 굉장히 한정되어 있었고, 느리고, 요금도 비쌌다. (아직도 궁금한  물품 배달시에 Delivery fee Tip  따로 받는지 모르겠다) 최근 들어서 음식 배달 서비스(Uber Eat, Door dash, Grubhub ) 식료품 배달(Instacart, Amazon Prime Now ) 서비스 등이 많이 늘어났지만,  역시 이용하는 비용이  비싸고, 원하는 물건을 내가 직접 가서 고르는 편이 정확했기 때문에  같은 경우에는 굳이 사용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COVID-19으로 인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집에 머물게 되고, 외식과 쇼핑을 못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배달 서비스들이 경쟁적으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Delivery fee와 Tip을 따로 지불해야 했지만, 요즘에는 일정 금액 이상을 주문하면 무료로 배달을 해주는 것이 흔해졌다.  예전에는 Delivery의 관점이 '내가 너 대신 물건을 배달을 해주니까, 네가 그 비용을 지불해야지'라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우리 제품/서비스를 이용해 주시니, 배송비는 받지 않겠습니다.'라는 마인드로 바뀐 듯하다.  아마도 이러한 배달 서비스 문화는 COVID-19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쉽게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무료배송 및 빠른 서비스를 경험한 사용자들에게 다시 일정 수준의 비용을 내라고 하기에는 Risk가 크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집안에서


4개월 넘게 하루의 시간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기 때문에, 집에서 일하는 공간을 꾸리는 것 말고도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한 여러 가지 준비들이 필요하다.  가령 집에서 빵이나 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재료, 기계와 도구들을 준비한다던가, 맛 좋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가정용 에스프레소 기기를 구입한다거나, 아이들을 위한 교육 자료를 출력하기 위한 프린터기, 집에서 직접 여러 가지 채소나 과일을 심고 가꾸기 위한 도구들(미국은 마당 있는 집이 흔하다), 가족들끼리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게임기, 보드게임 등등, 예전에는 집 밖에서 하던 많은 일들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려니까 여러 가지 필요한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기 있는 제품들은 쉽게 품절되어서 구매하기 힘든 경우도 있고, 평소에는 할인해서 팔던 것들도 요즘에는 정가 주고도 구입하기 어려운 일들도 많다.


요즘 들어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또 다른 분야는 캠핑이다.  예전 같으면 비행기 타고 가서 호텔에 머물며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러 다니겠지만, 더 이상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니 가족들이 여행 내내 위생과 관련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캠핑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나처럼 캠핑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한번 해볼까?'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래도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작년 가을 11월에 포틀랜드에 4일간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Bay Area와는 다른- 코가 시릴 정도로 바스락거리는 아침 공기와 스웨터 사이로 스며드는 늦가을의 기운을 내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출장 기간 내내 사무실과 호텔 사이를 기꺼이 30여분씩 걸었던 기억이 난다.  '내년에는 꼭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와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스스로 약속했던 그 '내년'은 벌써 올해가 되었지만 아무래도 그 약속을 올해 내에는 지키기 힘들 것 같다.  지금의 상황을 아무리 좋게 이야기해서 'New Normal'이라고 말하려 한들 내게는 절대 Normal이 되지 못할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보통의 삶'이란 아내, 아이와 함께 마스크 따위를 쓰지 않고도 늦가을의 거리를 이리저리 걸어보는 것이니까.




s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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