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죽을까봐 라방을 열었습니다.
시작은 아주 가벼웠어요.
코로나로 집에서 못나가는지 일주일하고도 반쯤이 된 어느날, 같이 사는 하우스와 거실에서 재택 근무를 하는데 얘가 콜을 매일 오후 두시쯤 하는거에요. 그런데 목소리가 왕왕 크거든요. 그래서 그걸 피하고 잠깐 쉬려고 방에 왔는데 너무 심심한거에요. 지난 며칠간 사람들도 워낙 안만났고, 늘 집에서 하루종일 책이나 봤으면 좋겠다고 했던 내가 무색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그렇게 하루가 가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심심해서 인스타에서 라이브 방송을 켰어요. 친구들 한둘이 들어오고, 5명이 들어오고 그게 10명이 되어서 그냥 수다떨다보니 오랜만에 활력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다음날도 하우스메이트의 2시 콜에 맞춰서 한번 더 열었고, 친구를 초대할 수 있다는 기능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죠.
그러다가 가볍게 지인에게 "다음엔 스티브가 내 라방의 게스트가 되어줘"라고 말했는데, 스티브가 "그래, 언제?" 라고해서 "그럼 무슨 얘기를 할까?"
라고 해서 나온게 이 포스트 디자인인거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불과 4월 10일의 일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친구들이 관심을 가지고 십시일반으로 도와주기 시작했어요. 라이브 방송을 비디오로 저장할줄도 모르는 저를 위해 스티브는 저장을 해주었고, 해쉬태그를 어떻게 달지 등 좋은 피드백들도 많이 줬어요.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유튜브를 하라고 추천해줬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몰랐지만, 그냥 뭐라도 찍어놓으면 거기서부터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렇게 빌드가 되더라구요.
저질러라, 사람들의 도움을 받다보면 금방 뭐라도 될테니.
첫번째 라방은 싱가폴의 우버, 그랩의 엔지니어링 매니저 스티브였고
두번째 라방은 넷플릭스 실리콘밸리 본사의 리크루터 거성이,
어제 있었던 세번째 라방은 실리콘 밸리의 엔지니어였다가 2년의 원격근무/디지털 노마드 끝에 한국에 들어온 준용의 라방이 있었습니다. (스타 에니지니어 준용의 브런치: https://brunch.co.kr/@zechery)
세번째 라방이 15일에 있었으니, 불과 5일만에 모든 것이 이루어졌네요!
저의 똥손같았던 영상 편집도 베이비 스텝이지만 나아지고 있어요.
첫째 영상은 세로로 찍혔지만
두번째 영상에서 수정했고, 두번째 영상은 내용이 너무 좋았지만 너무 길었고
세번째 영상에서는 대화를 한시간으로 해보자고 했지만, 수다를 멈출 수 없어 두시간 마의 장벽을 부슬 수 없었지만, 대신 제가 10분 정도씩 주제별로 영상을 끊어서 유튜브에 올리게 되었어요!
역시 가장 빨리 배우는 법은 Just do it인 것 같아요.
4월 16일 오늘자로, 유튜브 팔로워 100명이 되어서 URL을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 주소: https://www.youtube.com/alicejeon
아직 두시간짜리 대화에 자막을 달 염두도 못내고 있지만, 그래도 매번 하나씩 나아진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한달 반 동안 초대할 게스트의 리스트가 다 찼어요! 히히
삶에서 많은 행운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받은 가장 좋은 축복은 제 친구들이거든요. 열심히 살고, 아직 백만장자는 아니지만 (일 수도 있지만!) 모두 나름의 스토리를 가지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저는 가장 많이 성장해요. 그리고 그걸 나누는 것은 아주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얘기를 브런치에 정리하면서 글을 썼던 건데, 아무래도 본인들의 입으로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만약에 제가 유튜브로 이걸 시작하려고 했다면, 지난 몇년간 편집의 부담과 장비탓에 시작못했던 뺑뺑이 싸이클을 돌았을거에요. 그렇지만 라이브 방송으로 했기에 쉽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얼마전에 다른 유튜버분들의 영상을 보는데 16분짜리 아주 알찬 비디오였어요. 끝에 그분이 "긴 영상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는데, 저는 그게 제일 뜨끔하더라구요. 제 영상은 각 한시간짜리에, 매 라방이 두시간짜리여서 정말 송구하게도 그런 부분은 너무너무 미흡해요.
그렇지만, 친구들과 일과 미래에 대해서 수다를 떨며 거기에서 제 세상이 넓어지는 것은 제가 돈 받지 않고도 기꺼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고, 그리고 지금까지 반응을 보건데, 게스트가 제일 신나해요.
그래서 오래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코로나 덕분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네요.
아이 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