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주전쯤 한국에 들어와서 2주 자가격리를 하고, 1주일 격리 2.5단계 반 자유인(?)의 삶을 살고 있어요. 이번에 들어와서 특히 자산과 돈의 개념에 대해서 처음으로 배우고 있고, 또 수업료도 비싸게 내고 있습니다.
싱가폴에 있었다면, 자산에 덜 관심을 주었을 것이고, 그래서 아마 조금 더 행복하고 무료하게 지냈을거에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주변 사람들의 영향으로 자산이라는 컨셉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고, 저는 조금 초조해져서 그만 나스닥에 재입장을 하고 말았습니다...^,,ㅠ
한국오니까 모두가 부동산 얘기를 하고, 모두가 자산을 더 늘리는 것에 대해서 레버리지를 해야하고 막 그런 얘기를 해요. 월급 올라가는 것에 우쭐해 있던 제 자신이 한치 앞밖에 못본 것 같아서 후회가 되더라구요...
그리고 급기야 저는 불행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명상 외에, 불행할 때면 책을 통해서 답을 찾으려고 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책들을 뒤적거렸어요. 한국에 있는 제 책장은 대부분 오래 된 책들이라서 읽을 만한게 있을까, 했는데 그냥 눈에 들어온 책이 있어서 집었습니다.
제목은 너무 유치한 "스무살에 만난 유태인 대부호의 가르침"이에요. 뭔가 제목부터 너무 식상해서 창피하긴 한데, 유독 마음에 들었던 챕터가 있어서 여기 씁니다.
바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생각하라' 라는 챕터에요.
은근 재밌고 느끼는게 있으니까 같이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펜이랑 종이를 준비하시고, 중간에 선을 하나 딱 그어주세요.
선의 왼쪽에는 지금까지 목표로 하던 것 중에 달성했던 목표를 목록으로 만들어보세요. 정말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대요.
그리고 선의 오른 쪽에는 목표였는데 달성하지 못한 것도 목록으로 만들어 보는거에요.
그리고 그 목록을 살펴보면 어떤 사실을 발견할 수 있대요.
그 사실이란 어떤 사실이냐면, 책의 문구를 그대로 인용해볼게요.
"이루어진 일의 목록을 보면 자네가 원했던 것이 확실하게 손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 것이네. 그것이 얼마만큼 자네 인생을 풍부하게 했는지 음미해보게. 그리고 달성하지 못한 일의 목록을 살펴보게. 아직 조금 미련이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멀리 보면, 비록 이루지는 못했지만 자네 인생의 행복을 변하게 할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네. 그 당시에 실현되지 않았던 편이 오히려 자네에게 도움이 된 경우도 있을 걸세.
그렇다면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은 실현되었고, 그렇지 않은 것은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네. 어쨌든 자네는 항상 최고의 현실을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네.
보통 사람은 원하는 것이 실현되지 않기 때문에 목표를 생각하는 것을 그만둔다네. 그러고선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불만만 잔뜩 늘어놓는 것이라네."
정말 자기개발서는 꾸준하고 식상하게도 목표의 중요성을 하나같이들 강조하는데, 저는 이걸 목록으로 적고서야 제가 목표를 세우는 것의 수혜자였음을 알게 되었어요.
저의 왼쪽에는 (이룬 목표들) 이런 항목들이 있었어요:
1) 해외에서 일하고 살기
2) 글로벌 마케터되기
3) 세상을 바꾸는 회사에서 일해보기
4)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 보내보기 등등.
비록 추상적이지만, 당시에는 진짜 제가 간절히 원했던 것이었고, 이 목표를 이루고자 한 노력들과 달성을 통해 제 인생은 정말 풍부해졌더라구요.
그리고 오른쪽에는 (이루지 못한 목표들) 이런 항목들이 있었어요:
1) 연대나 고대 둘중에 하나 가기 (서울대는 고려도 안함요 ^^)
2) 경영 전략 컨설팅 회사 입사하기
3) (말로는 여러번 말했지만, 진지하게 원한적은 별로 없는 것 같은) 부자남편 만나서 가정주부로 살기
처음 두개는 엄청 간절히 원했던 것들이었죠. 연대생이나 고대생이 되고 싶어서, 고등학교 시절을 갈아 넣었던거고, 맥킨지는 중학교 2학년때부터 제 꿈이 "경영 전략 컨설턴트"라고 스케치북에 스크랩까지 해놨더라구요. 그렇지만 그것들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어요. 저는 훨씬 저와 잘 어울리는 곳에 있게 되었으니까요. 무엇보다 그걸 준비하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 자체는 어디 안가고, 제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었구요.
뭐 애초에 목표를 부동산 자산으로 레버리지 땡기기, 이런걸 삼았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살면서 한번도 '자산'을 목표로 삼았던 적은 없었네요..ㅠ 바란적도 없었고, 목표로 삼고 달린적도 없었으니, 지금 그게 제 손에 없다고 해서 후회하거나 아쉬워하는 것은 아무 소용 없겠죠.
책에서는 이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네가지 이유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1. 해야 할 일을 목표로 설정한다.
- 사람들이 목표를 설정할 때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인데, 해야하는 일을 목표로 설정하는거래요. 예를 들면 몸무게를 5키로 줄인다는 다짐은 눈 앞에 있는 디저트를 안먹게 하지는 못한다는 거에요. 사람은 꼭 해야 한다고 해서 의지가 강해지지는 않는대요.
2.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동기가 없다.
- 그 목표를 달성하면 어떤 즐거운 일이 있을까를 생각해보래요. 그 즐거움이 즉각 떠오르지 않으면 일부러 노력해도 보람이 없대요. 잠시 동안은 의지를 갖고 노력할 수 있어도 휘발유 없이 달리는 자동차처럼 오래 못간다고 합니다. 두근두근 거리는 거소가 같은 목표가 아니라면 오래 노력해서 이루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3.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단계가 없다.
4. 기한이 없다.
그리고 이어서 목표 달성에 성공하는 다섯가지 원칙은 이러하다고 합니다.
1. 마음이 두근거리는 목표를 세운다.
- 많은 사람들이 보잘것 없는 목표를 세운대요.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달성하기 어렵고, 이런 일이 몇번 반복되면 목표라는 말만 들어도 싫어진대요. 그래서 자신이 그것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마음이 두근거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2. 목표를 세분화 하고 구체적인 행동 단계를 설정한다
3.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보상과 실패했을 때의 벌을 준비한다.
4.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라.
- 목표를 달성해서 자신과 주위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이미지화하라. 그런 즐거운 분위기를 잠재의식에 끊임없이 주입시켜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프로세스를 가동시켜라.
5. 행동을 유발하라.
- 목표까지의 단계를 하나씩 행동으로 옮겨라.
아무리봐도 30대에게 제일 어려운 것은 저 중에 1번 아닌가요?! 마음이 두근 거리는 목표 세우기.
30대는 20대보다 훨씬 덜 불안하고, 곰돌이 푸가 그랬듯,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매일 행복한 일은 있는 그런 나이 아닌가요?! 햇살이 좋아서, 커피가 맛있어서, 만나는 친구들이 기특하고 반가워서, 기타 등등 그렇지 않나요? 그러다보면 심장도 간질간잘 하고 그러던데...
(아, 그래서 대부호를 스무살에 만나야 했던가... 책 제목이 이런 깊은 뜻이 있었을 줄은...)
내가 지금 이시점에 앞으로 10년에 걸쳐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뭘까?
해외로 가서 살아내고, 역량을 키우고자했던 20대의 목표와는 다르게 30 - 40대로 가는 이 10년의 목표는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아씨, 사실 고민한지는 꽤 된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어떤 나라에 정착을 하고싶은지가 명확히 있었다면, 멋진 집을 사는 것을 목표로 삼았을 수도 있을것 같아요. 그런데 저에게는 멋진 결혼식도, 나를 닮은 아이를 갖는 것도, 멋진 집 계약도, 백억이든 이백억이든 현금이 통장에 꽂히는 것도 아직은 그 어떤 것도 구체적으로 저에게 다가와서 설레게 하지 않아서 좀 난감해요.
제 브런치를 읽는 분들도, 저와 함께 나이가 들어가고 있을텐데, 그래서 궁금했어요.
지금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아무리 허황된 거라도, 그냥 그걸 한다고 생각하면 심장이 간질간질 신나는 어떤 목표가 있나요?
저도 지금으로부터 최대 3일 딱 고민하고, 제 10년 목표를 두근거리는거로다가 정해올게요.
혹시 지금 두근거리는 목표가 뚜렷하게 있으신 분들은 댓글달아주세요, 궁금해요 :)
아 그리고 그걸 이루고 난 후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생생하게 그려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