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 무리하면 건강에 치명적이지만 나는 새벽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서평을 쓰고, 미국 주식을 들여다보고, 이래저래 딴짓을 하니 어느덧 새벽 한 시. 약 일 년 전부터 낮에는 한국 주식을 매매하고, 밤에는 미국 주식을 매매하는 생활을 이어왔다. 매매하지 않는 시간에는 경제 정보를 수집해야 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24시간 긴장의 끈을 놓기가 어려운 생활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쉬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피곤함에 찌들어있다.
나는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가. 창밖의 아파트 불빛도 보이지 않는 적막한 밤에 이제서야 근원적인 물음이 떠오른다. 나는 왜 자신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일까. 내가 원하는 건 진짜 돈일까. 사실 진짜로 원한 건 여유와 행복이었는데, 어느 순간 주객이 전도되어 돈에 끌려가고 있는 느낌이다. 돈이 부르면 언제나 “네~!”하고 달려갈 수 있는 오 분 대기조가 된 것만 같달까.
그렇게 해서 부자가 되었다면 앞선 고생이 기쁜 의미가 되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주식 붐 직전에 들어간 주식시장은 남들이 자랑하는 것만큼 큰 수익을 안겨주지 못했다. 원체 소심한 성격인지라 투자에서도 그게 고스란히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잃지 말자, 그리고 물가상승분보다 조금만 더 벌자’. 내 모토 그대로, 딱 그만큼이었다. -이 또한 시간당 최저임금이 안된다-
어쨌든 계속 지속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비몽사몽 미국 계좌를 확인하고 밥을 먹으며 뉴스를 보고, 아이들을 원에 들여보낸 후 곧바로 한국 주식 시장 오픈을 들여다보는 생활을. 아마 나에게는 돈보다 성취감과 집중해야 할 무언가가 필요한 게 아닐까. 그러니까 어찌 보면 취미로 하는 셈인데, 문제는 주식판이란 게 취미, 전업 투자자를 가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국, 미국 가리지 않고 몇 달째 지수가 횡보 중이다. 아마 한 번이라도 주식투자를 해본 사람이라면 내 돈이 새파랗게 깎여있는 공포를 잘 알 것이다. 소심한 나는 그 공포를 이겨내고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으로 주식을 조금씩 매수해본다. 소심한 투자자니까, 좋아서 하는 거니까. 계속 버틸 수 있다. 아마 나는 주식시장을 떠나지 못하겠지. 어쩌면 중독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