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직업은 작가만 있는 게 아니에요.
글을 쓰지 못하는-일부는 '않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경기 북부에서 경기 남부로 이사를 했고,
첫째는 초등학교 입학을 하고, 내년에 연년생 둘째가 입학을 앞두고 있으며,
그럭저럭 학부모 역할에 적응을 했고,
약한 공황 증세 때문에 이사 후에도 병원 상담을 주기적으로 다녔어요.
이제는 집을 샀는데 왜 또 목이 졸리는 걸까?(당시 집에 대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거든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나온 결론은,
일을 하고 있지만 아이들 일정에 맞춘 파트타임이고,
디자이너라지만 레퍼런스만 적당히 짜깁기하는,
이런 상태가 저도 모르게 제 자존감을 갉아먹고 있었나 봅니다.
"얼마나 쓰셨는데요?"
"한... 일이 년?"
"더 꾸준히 하셨어야죠. 너무 빨리 포기하셨네."
의사 선생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가...?
약을 꾸준히 먹어도 나아지지 않고,
정말 이제는 실행을 해야겠다 다짐하며 인터넷을 뒤졌어요.
사이버대 국문과는 이미 모두 접수 마감.
다음 학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지금은 아닌가 보다... 하고 맘을 접었어요.
그래, 다음 학기에 둘째 학교 보내면서 공부하면 되지. 그때는 마흔이지만 취업 되겠지 뭐.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 생활하던 중,
우연히 온라인 취업강의 광고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콘텐츠 마케터? 글 쓰면서 돈 벌 수 있는 건가?
후불제? 취업도 의문인데 그게 되면 일부 지불도 괜찮은데? 안되면 공짜인가?'
싶어서 신청을 해봤어요.
그게 지옥의 시작이었습니다...ㅋ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개인과제에 조별과제에 강의까지 듣느라
-더욱이 저는 '+육아+파트업무' 였으니까요-
"밤새지 말라"던 매니저님의 공지에 욕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 스케줄에 어떻게 밤을 안새냐ㅑㅑㅏㅏㅏㅏㅏ!!(심한말)-
취업강의의 특성상 이십 대가 드글거리는 조에서(굳이 나이는 안 밝혔지만)
너무 올드한 카피라고 핀잔도 먹어봤고,
생소한 마케팅 개념과 프레젠테이션 스킬도 배워가며,
새벽 두 시까지 회의를 거쳐, 겨우 수료를 마쳤습니다.
3 개월 동안 안구 건강을 잃고 목디스크를 얻었어요.
이렇게 얘기하면 엄청 열심히 한 것 같지만 사실 아니에요.
2개월 차에 너무 힘들어 다 포기할까 심각하게 고민도 해봤답니다.
이미 투자한 2개월이 아까원 스스로의 멱살을 잡고 버텨냈어요.
겨우겨우 자소서+이력서+포폴을 완성하고 한숨을 돌리려는 찰나,
이제는 회사 지원 미션이 남아있었습니다.
'지금? 난 아직 아닌 것 같은데??'
반강제로 이력서를 넣고 면접 본 첫날, 회사에서 합격을 통보했습니다?!?
-사실 도와준 매니저 님과 멘토님 덕분이지만-
사실 얼떨떨해요.
낼모레 마흔인데,
이십 대들 틈새에서 취업이 되긴 할까 자괴감 느끼며 밤샌 게 한 달도 안 됐는데,
강의 수료하자마자 취업을 하고,
-내가 원했던- 출판사에 출근을 해서,
홍보 콘텐츠를 만드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니.
대책 없이 갑자기 출근해서 남편이 재택을 하며 아이들을 케어하고 있지만
언제 그만둘지 몰라 주변에 아직 알리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게 '덕업 일치'인지,
일하는 게 재미있고, 퇴근 후에 관련 공부를 하는 것도 괴롭지 않습니다.
-언젠가 고비가 오겠지만 그 시기도 비교적 수월하게 넘기리라...예상합니다-
마흔 되기 20일 전,
저도 취뽀를 했고, 글 쓰는 일로 먹고살고 있어요.
힘들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