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로 읽는 당신이라는 우주(3) by 멸종각
“음.......... 만약에 제 여동생이라면, 말릴 것 같아요.”
그저 잠깐의 뜸을 들이고 최대한 완만하게 말해도, 이런 이야기에 돌아오는 리액션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네? 왜요? 안 좋은 카드예요?”
‘좋지 않은 카드’라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각인되면, ‘나쁜 메시지를 가지고 좋게 이야기하려 든다!’라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풍성한 이야기들이 추가되더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다음 같은 이야기만으로도 주인공은 홀로 저 멀리 달려 나갑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아주 좋은 메시지가 아닌 이야기를 그저 ‘안 좋은 것’이라고 느낍니다. 차분히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고 자신의 시간과 흔적들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희망적인, 행운이 찾아오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원하는 거죠.
타로를 통해 무언가 알고 싶은 마음 이면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타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하면 마주 앉은 사람 대부분이 알게 됩니다. 불안과 두려움은 사실 먼 미래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불만에 기인합니다. 뒤집어진 카드는 그 사실을 되짚어 줍니다. 카드는 그림 속 자신을 상대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림을 통해, 카드를 뽑은 이의 삶을 듣고 싶어 할 뿐이지요. 그림은 카드를 뽑은 사람의 이야기가 뿜어져 나오도록 돕는 길잡이인 셈입니다.
그러니 카드를 보고 흔들리지 마세요. 당신이 뽑은 카드는, 당신이 실현하고자 하는 수많은 인생 명제들을 키워드 형식으로 늘어놓고 선택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실래요?’, ‘어떤 것도 불가능하진 않아요’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카드가 나왔으니 이제 이렇게 하세요.”
타로 카드를 해석해 주는 사람이 이런 말은 했다고요? 흔들리지 마세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말은 신기에서 나온 예언이 아닙니다. 단순하게 발언권과 언어를 점유한, 어떤 사람이 책임질 수도 없는 행동을 상대에게 강제하는 무책임한 말일 뿐이니까요. 타로는 결코 그런 철학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연애가 무조건 피해야 하는 지뢰는 아니에요. 지금 보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카드에는 00님의 눈부신 성장을 도울 여러 가지 요건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지금 연애도 성장에 한몫하고 있어요. 게다가 남친 분도 00님을 통해 더 나은 선택을 할 기로들을 많이 만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네요.”
카드를 통해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 있던 순간을요. 어떤 것은 확실히 피하고 어떤 것은 확실히 취할 수 있는 게 있던가요? 우리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읽고, 내가 할 선택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 카드를 통해 먼저 들어 볼 수 있을 따름입니다.
그동안 있었던 인생의 선택 중, 어떤 선택이 일그러졌다 느껴진 적이 있나요? 이유를 돌이켜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 그것이 불운이든 행운이든, 굉장히 열린 결말처럼 다가와서 잘 분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던 탓은 아니었나요? 내 현재 상황이 단순히 해피엔딩이냐, 새드엔딩이냐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내 선택이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강제되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개척할 수 없는 다음 스텝 같은 건 없어요.
타로는 내가 정해진 길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어딘가로 떠나는 존재임을, 그리고 살아나가는 존재임을 알도록 도와줍니다. 내 삶에는 여전히 에너지가 있다고, 그것은 늘 순환한다고, 그 어떤 상성에도 소통과 교류가 있다고 이야기해 줍니다.
나에게 쏟아질 우주도 거대하지만, 내게서 끝없이 뻗어져 나갈 우주의 거대함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이야기가 바로 타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