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인공지능 시대 그리고 인류의 삶
어느 날 스마트폰이 찾아왔습니다. 묵직한 노트북과 애지중지하던 DSLR 카메라, MP3 같은 다양한 물건들을 작고 네모난 기계에 압축해서 넣어둔 느낌이었죠. 그리고 테크놀로지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도 우후죽순 생겨났죠. 스마트폰 하나쯤이야 충분히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크기이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우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한 것 같습니다. 인정하시나요?
저는 <나 혼자 산다>라는 관찰 예능을 즐겨봅니다. 어느 에피소드에 코쿤이 등장했어요. 자신이 가진 스마트폰을 봉인이라도 하듯 가둬두고 잠시 로그아웃 하던 모습이 선명합니다. 우리의 스마트폰은 여전히 케이블을 통해 밥을 먹고 있습니다. 결코 꺼지는 법이 없죠.
"유튜브 좀 그만 봐라"
아이들을 다그치면서도 정작 어른들은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지는 않은가요? 출퇴근할 때는 물론이고 밥을 먹을 때도 비행기를 타는 순간에도 여행지에 가서도 늘 함께 하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할 때도 베개 옆에 딱 붙어있으니 스마트폰 없이는 1분 1초도 살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네요. 그만큼 우리 일상은 스마트폰과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금융, 생활, 예약, 사진, 정보, 업무, 건강 그리고 커뮤니케이션까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죠. 생성형 인공지능이 생겨난 후 스마트폰이 탄생한 그 순간의 임팩트만큼 영향력이 대단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생성 AI의 파급력이야 두말할 나위 없지만 스마트폰이 가진 지배력을 능가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생성형 인공지능의 잠재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AI 패권전쟁
영국은 2021년 9월 국가적으로 'AI 전략'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민간과 공공부문에 걸쳐 생산성과 성장 동력, 혁신에 있어 인공지능의 절대적인 힘을 인정하고 10개년간 단계적인 변화를 시행한다고 합니다. 전 산업분야에 걸쳐 존재했던 규칙 자체를 재정립하고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하며 인류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대다수의 영역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거대 잠재력을 가진 심층 기술로서 인공지능을 콕 집어서 언급했다고 합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인간중심인공지능 연구소(the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에 따르면 영국의 AI 분야 민간투자는 약 44억 달러(2022년 기준)라고 했습니다. 미국의 경우가 474억 달러, 중국이 134억 달러 규모입니다. 대한민국은 31억 달러 규모로 나타나기도 했네요. 2017년 3월 캐나다 정부가 세계 최초로 국가 AI 전략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로 많은 국가들이 후속적인 AI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지나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접어들며 생성형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테크놀로지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MZ세대를 두고 생성 AI의 슈퍼 유저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아직 써보지 않은 유저들도 분명히 있을 테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AI 패권전쟁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진화하는 인공지능, 수익화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알파고가 이세돌과 바둑 대결을 한 적이 있죠. 이때만 해도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탄생했다며 환호하는 박수갈채와 그 뒤에 가려져있던 우려와 걱정의 뒤범벅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머신러닝이라던가 딥러닝과 같은 키워드가 수도 없이 등장하기도 했었죠. 알파고 열풍을 타고 서점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신간들이 마구 쌓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습니다. 인공신경망은 훨씬 더 진화했습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은 단순히 계산만 하거나 학습지 뒷면에 나온 답안지처럼 딱 정해진 답만 내어주진 않습니다. 각 사용자들이 던지는 천차만별의 쿼리에 대해 가장 적합한 답을 찾아 제시합니다. 알파고 등장에 놀랐던 전문가들이나 관련 업계 모두 생성 AI가 가진 잠재력에 또다시 뒤통수라도 맞은 듯 어안이 벙벙했을 것입니다. 생성 AI의 놀라운 능력에 어쩌면 가장 공정하고 정확한 서비스로 디벨롭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와 반대로 지금의 생성형 인공지능은 지극히 편향적이고 유해한 가짜뉴스를 만들어 낼 수도 있으며 인간이 가진 지능에 절대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는 인공지능을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보다 좋은 곳에 쓰일 수 있도록 가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고자 수많은 테크 기업들이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죠. 돈 많은 기업들이 인류의 라이프 스타일 개선을 위해 꾸준하게 투자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수익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합니다.
"인류를 위한 서비스를 꿈꿉니다. 그런데 돈까지 벌어다주면 좋잖아요?"
사실 챗GPT는 사용자의 쿼리를 받아 작동할 때마다 엄청난 전력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뿐 아니라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한 인프라 비용은 물론이고 인건비, 데이터셋 확보와 학습을 위한 비용 등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게 되죠. 이러한 인공지능 세계에는 투자한 사람도 있고 투자받은 만큼 연구하고 고민을 거듭하는 사람들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투자에 대한 대가를 돌려줘야 하는 게 세상의 이치겠죠.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하는 곳들도 더 나은 서비스, 더 특별한 솔루션 그리고 수익화에 대한 고민도 하는 중이랍니다.
우리와 공존하게 될 인공지능
어느 날,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데이터를 집어삼키면서 스스로 학습을 하고 있네요. 데이터는 인공지능 학습용으로 쓰이는 재료가 됩니다. 잘 가공된 데이터라면 맛도 좋고 비주얼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처럼 양질의 먹이가 되죠. 그래서 방대한 데이터를 분류하고 정제하는 일은 생각보다 중요하답니다. 여기저기 난립한 데이터를 이렇게 다듬어 데이터 셋으로 만들고 학습시키는 작업도 물론 중요하죠. 이제는 LLM을 넘어 멀티모달 AI(Multi-Modal)로 인공지능의 한계를 또 다시 뛰어넘고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학습하는 멀티모달 AI가 스스로 행동하고 생각하며 진화하는 그 순간에도 인간은 인공지능을 제어하는 주도권을 잘 쥐고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 인공지능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규제의 목소리도 귀 기울여야 합니다. 인터넷이 생겨난 이후 수많은 것들이 온라인 세상에서 싹을 트고 자라나 여기저기 난립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옐로 저널리즘의 과도한 어뷰징도 지금보다 더욱 선정적이고 자극적이었죠. 하지만 정해진 울타리 안에서 규칙이 생겨났고 지켜야 할 정책도 생겨났습니다. 만일 이러한 약속이 없었다면 온라인 세상은 무질서한 카오스를 넘어 파괴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유토피아를 꿈꾸는 기술이 '악용'이라는 덫에 걸리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문화적으로 제도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용해야 올바른 규칙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암암리의 세상이 있기도 하죠. 깨끗하게 잘 정비된 도시 사이사이로 뒷골목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쓰레기와 전단지가 나부끼는 어두운 골목에 규제의 시선을 벗어난 또 다른 아비규환의 세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연하지만 인간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적 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서 인공지능 테크놀로지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그리고 경제 분야의 변화가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하죠. 더구나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이에 따른 투명성 확보 등 윤리적 사용을 위한 규제와 감독 역시 매우 절실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챗GPT를 통해 얻은 결과물을 그대로 녹이는 것보다 한번 더 곱씹어보고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오히려 생성형 인공지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인가 얻으려 구체적인 쿼리를 만들고 '거의' 완벽한 답변을 받을 수 있으면 여러모로 편리할 순 있겠죠.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고 때로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곤 하죠. 인간이기에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늘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공지능이 초지능이 되는 순간 인간을 지배하고 세상을 집어삼킬지도 모른다는 오버 테크놀로지에 가까운 이야기보다 현재 직면한 과제와 생성형 인공지능이 인류와 산업에 끼치는 영향을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지극히 실질적인 것에 질문을 던지라고. 그래야 유토피아를 꿈꾸며 살아갈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