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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Aug 14. 2024

직장인 K씨의 은밀한 사생활

나의 활력 충전소는 바로 여기랍니다


"요즘 즐기는 취미가 뭐예요?"


누구나 취미 하나쯤은 있을 테지. 퇴근 후 저녁때마다 영어회화 한다며 끊임없이 '자기계발' 한다는 친구도 있고 매달 한 권씩 책을 선정해 읽고 모임에서 난상토론 한다는 후배도 있으며 최근 개봉작들을 두루 섭렵하는 영화 모임의 리더 격인 지인도 있다. 여기에 러닝에 필라테스며 테니스에 클라이밍, 골프까지 다양한 신체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모 팀장에게 "주말에 즐기는 취미가 뭐예요"라고 물으니 "소파와 한 몸이 되는 거"라고 할 정도니까. 그가 집에서는 카우치 포테이토였다니. 충격적인데 뭔가 어울려.   



언제였던가. 그래 거의 2년이 되어간다. 회사 근처에 새로 생긴 체육관 앞에서 쭈뼛거리다가 '그래 주춤할 필요 뭐가 있나'라며 용기 있게 문을 활짝 열고 찾아가 운동을 배운 지 24개월 남짓. 이제야 커밍아웃하지만 점심도 마다하고 취미 삼아 하게 된 '주짓수(Jiu-jitsu)'가 회사 사람들 몰래한 나의 은밀한 사생활이다. 주짓수? 그게 뭐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런 것도 하냐면서 놀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누굴 괴롭히려고 배우냐고 농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긴 이제 와서 격투기 같은 걸 뭐 하러 배우느냐고 말하는 친구도 있긴 했다. 주짓수는 기본적으로 격투기의 한 종류다. 일본 유술의 영미식 발음이 바로 주짓수(Jiu-jitsu)다. 타격보다는 '암바'처럼 관절을 꺾거나 트라이앵글과 같은 조르기(초크)나 서브미션 등 그라운드에서 펼치는 그래플링 위주의 무술인데 얼마 전 유퀴즈에 나왔던 연세대학교의 존 프랭클 교수가 우리나라에 브라질리언 주짓수를 전파한 인물이다. 미국의 UFC 선수인 브라이언 오르테가도 주짓수를 수련한 선수이고 정찬성이나 김동현도 주짓수라면 손에 꼽는 인물들이다. 뭐 그렇다고 내가 UFC에 나갈 것도 아니고. 후술 하겠지만 그저 취미로 즐길 뿐이다. 


사실 주짓수를 배우는 건 온전히 자기 방어를 위한 것인데 주짓수 기술을 배우고 그 기술을 써보기 위해 실제 스파링도 한다. 무엇보다 파트너가 되는 다른 사람들과 부둥켜안고 이리저리 뒹굴며 땀을 흘린다. 출신도 다르고 나이도 천차만별이지만 취미 삼아 운동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난 'E'라는 외형적 MBTI(다소 신뢰하는 편이다)라 사람들과 만나는 걸 좋아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것도 매우 환영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체육관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역시 그저 반가울 뿐이다.  


이곳에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점심시간이 되면 남들은 식당 앞에 줄을 설 때 주섬주섬 도복 챙겨 체육관으로 오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매트 위에 모여 기술을 배우는 사람들의 눈빛은 남다르다. 각자 파트너를 잡고 앞서 배운 기술을 연습한다. 서로가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뒹구는데 그마저도 재미가 있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파트너와 함께 주짓수 말고도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시간도 나름 의미가 크다. 배운 지 거의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주린이(주짓수 초보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분들은 일취월장하는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스파링 한 뒤 경험하게 되는 근육통이 '며칠 뒤면 체력이 늘어날 예정입니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실제로 3분 스파링도 토할 것처럼 힘이 들었지만 이제는 6~7분씩 3차례 스파링도 가능한 수준이 됐다. 탭을 받거나 치는 일종의 승패 따위를 떠나서 일단 스파링을 한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편이다. 회사로 복귀해야 하는 시간이 되면 이미 체력은 바닥이다. 다음 날이 되면 이곳저곳 멍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운동하고 나면 개운하다. 가기 전에는 '아 오늘은 좀 쉴까?'라며 교묘하게 우회로를 생각하기도 하지만 운동을 다녀오고 나면 그보다 뿌듯한 것도 없다. "그래, 다녀오길 잘했다"라고. 그래 이제 생각해 보니 나의 활력 충전소는 바로 여기다.  


그래요, 제 취미는 주짓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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