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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을 도와주는 로봇의 등장?

by Pen 잡은 루이스

평일 내내 벗어던진 옷은 구석진 곳에 쌓여 빨랫감이 되고 주말이 되면 세탁기와 건조기를 거쳐 뽀송뽀송 포근한 새 옷이 된다. 뭔가 커다란 숙제 하나를 끝낸 느낌인데 그 기분을 아시려나. 멀리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곱씹을 추억거리와 기념품과 여독과 빨래가 함께 쌓여서 오는데 "아 누가 대신해 주면 좋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빨래도 세탁기가 돌려주고 건조기가 말려주는데 뭐가 문제냐고 할지 모르지만 은근히 귀찮은 건 사실이다. 예전에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이제 곧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사도우미 로봇이 탄생한다고 하면서 어떨 것 같냐고 물었더니 쓸데없는 답들이 돌아왔다.

"야, 지금 내가 돈 받고 도우미 할 판이야. 그냥 나 쓸래?"

"로봇이 청소도 해주고 설거지도 해주긴 하는데 그러다 때려 부수면 어떻게 해"

"너도 잘 부수고 다니잖아. 가만 보면 우리 집 고양이보다 네가 더 심한 거 같아"

인공지능과 로보틱스가 혁신을 이룩하게 되면 상상했던 것들이 현실로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물었던 것인데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갈 줄은.


2014년 설립된 1X 테크놀로지스(1X Technologies)라는 미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이 있다. '로봇을 사람처럼 움직이고 배우게 만드는 회사'라며 '사람이 하는 행동을 로봇이 그대로 학습하고 모방하는 체계'를 핵심 가치로 두고 있단다. 인공지능이 텍스트를 처리하고 대화하는 상호 작용의 단계를 벗어나 인간이 살고 있는 일상에서 로봇이 직접 행동하는 시대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결국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브레인이 되는 셈이고 1X의 바디(몸체)가 결합되어 행동한다는 꼴이다. 오픈 AI가 1X에 투자한 이유도 이러한 포인트에 있다. 오픈 AI가 직접 로봇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보다 1X를 통해서 자신의 AI 기술을 피지컬 AI로 확장하려는 전략을 취한 것이지 않을까. 어쨌든 서로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한다면 퀄리티가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건 당연한 거니까. 아무튼 1X는 최근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인 네오(NEO)를 공개했는데 이게 소비자 가정에 본격적으로 투입된다는 얘기다. 일시불 구매는 약 2만 달러, 월 구독형으로 하면 약 499달러라고 한다(가격은 상이할 수 있으며 국내 도입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수 있음). 실제 배송은 2026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수기 구독형은 들어봤어도 로봇을 구독형으로 집안에 들일 수 있다니. 뭔가 어색하고 낯설지만 이 또한 우리가 겪게 될 미래가 아닐까.


네오의 특징은 처음부터 산업형이 아니라 가정용으로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환경 속에서 사람과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인데 키는 약 167cm~170cm 정도, 몸무게는 약 30kg으로 경쟁 휴머노이드보다 훨씬 가볍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괜히 무겁게 만들어봐야 사고만 크게 날 뿐. 여기에 손이나 관절이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도록 구현되었고 소음도 그리 크지 않으며 최대 70kg 수준의 물체를 들 수 있다고도 했다. 시각 기능, 언어 기능, 기본적 동작 등을 통합한 온보드 인공지능 모델이 탑재되어 있으며 여러 가지 기능이 있을 테지만 무엇보다 세탁물 정리하는 작업도 가능하다고 한다. 오호.


AI 에이전트처럼 모든 걸 스스로 판단하는 단계는 아니다. 특정 작업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원격 운영자가 개입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한다. 일단 우리가 살고 있는 가정환경은 모두 다르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도 있고 신혼부부도 있으며 반려견, 반려묘를 키우는 집안도 있고 아기가 있는 경우도 있다. 빌라도 있고 주택도 있고 아파트도 있다. 아무튼 변수가 굉장히 많다. 또한 완전하게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의 액션은 안전문제와도 직결된다. 충분한 검증기간이 필요해 보이니 일종의 프로토타입이라는 셈이다. 당장 집안일에 투입되어 사람 한 명이 하는 몫을 수행한다는 측면보다 조금씩 배우고 성장하는 로봇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거 같다. 하긴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집에 새로 들어갔는데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게 뭐람. 근데 저 금액을 주고 '배우고 성장하는 로봇'이라면 꽤 값 비싼 장난감이 될 수도. 어쩌면 키덜트에게는 반가운 소식일까?


피겨 AI(Figure AI)의 피겨 02는 산업 현장 중심의 로봇이라 스마트 팩토리에 적격이고 테슬라의 테슬라 봇으로 알려진 '옵티머스'는 똑같이 휴머노이드를 지향하고 있지만 성능 자체는 아직 미완성(상용 출시도 미정)이라고 했다. 네오는 가정 내에서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집 안에서 하는 일종의 '노동'이 개념에서 프로토타입으로 구현된 것이긴 하지만 로봇이 사람 옆에서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유지보수도 중요하고 안전성은 보다 더 중요해졌으니 초기 모델로는 당장 검증하기가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시간이 흐르게 되면 피지컬 AI의 한 축이 될 휴머노이드 세계에 진입하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인 것 같다. 드디어 영화에서나 봤을법한 로봇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NEO" by 1X technolog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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