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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창한오후 Nov 13. 2023

2023 Jtbc마라톤 열한 번째 풀코스 완주.


2023년 11월 5일 일요일. 섭씨 16도 비.

10월에만 275km 훈련으로 준비했습니다.

러닝을 시작한 이후 월간 거리 중 최장거리.

풀코스 대회는 날이 점점 다가오면서 주는 긴장감이 있는데

부담이 아닌 즐김에 시간입니다.     

마포구 상암경기장에 6시 40분 도착을 하기 위해 아침 일찍 택시로 부천역을 나갑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듯, 러너는 러너를 서로 알아봅니다.

탑승한 1호선에는 같은 대회장으로 가는 러너들이 보였고, 신도림에서 갈아타면서 확연해지고

다시 갈아타는 합정역에서는 전철을 가득 메운 열기가 뜨겁습니다.

10km와 풀코스 선수는 오늘 35,000명입니다.


대회장은 언제나 그렇듯 즐겁습니다.

월드컵 경기장역 밖으로 굵은 비가 내립니다.

다행히 출발 전 비가 멈추었기에 입었던 우의는 벗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반가운 만남을 합니다.

여럿이 함께 사진을 찍으며 오늘에 레이스 계획을 묻고 답합니다.   

저는 아스피린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장거리 달리기는 도중 근육경련이 생기는데 이것을 막아주는 예방약입니다.   

오늘 레이스에 긴장감은 없습니다.


배정받은 C조로 출발 전 만난 하시루형이 예상기록을 묻더니 대답도 하기 전에 먼저 답을 해주었습니다. '

"전라북도 완주?" ㅋㅋㅋ

아놔 이형에 유머감각은 훔치고 싶어 져요.

컨디션은 건강한 내 몸 이란 말로 대신합니다.

그저 천천히만 달리고 걷지는 말자가 목표라면 목표.


엘리트 선수들 8시 정각에 달려 나갔고,  A조부터 순서대로 출발

스타트라인을 넘어서며 GPS 시계를 누릅니다.

인파와 함께 출발~!

아랫배가 살살 불편합니다

곧이어 나온 지하철 화장실로 내려갈까 싶었지만 괜찮은 듯해서 지나고

합정역 지나도 여전히 불편합니다.

여의도 의원회관을 돌아 마포대교를 건넙니다.

결국 12km 지점 애오개 언덕쯤에서 어느 건물에서 해결하니 아주 편해졌습니다.

다시 애오개 오르막을 오르는 도중 뒤에서 "OO 야~"

뒤를 돌아보니 우리 회원 형님입니다.

인사를 하는데 어서 가라며 한 마디~!

"30km에서 걷지 마라~"

지난 대회에서 걷던 저를 보셨었어요.

형님에 이 말씀은 달리는 동안 계속 생각났습니다.

레이스 초반은 아직 괜찮은 몸이라 더 빨라지는데 무리하지 않게 되새기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동묘 앞에서 응원하는 우리 자봉팀을 만납니다.

맨 앞 동생 얼굴이 마치 줌인되듯 확대되어 보입니다.

이어지는 여러분에 응원이 좋았습니다.


2022년에는 23km 지점 골반이 멈추고 다리가 안 나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긴 남은 19km를 힘겹게 왔었습니다.

오늘은 23km 지점에서 내 컨디션이 어떨까 궁금하며 달렸습니다.

다행히 그 지점에서도 호흡 좋고 발은 잘 달려지네요.







종로를 지났고 이젠 어딘지 모르는 서울을 달립니다.  

아차산 지하차도 들어가는데 여기저기 함성이..

나도 큰 함성~!! 으아~ ㅎ


중간에 비가 옵니다. 그 비에 큰 소리로

" 야 신난다~"

레이스에서 비를 맞으면 오히려 몸 열기가 식어 기분이 좋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런파 속

나를 앞질러 가는 수많은 러너 뒤쫓듯 힘내어 달렸습니다.


32km 지점 2차 자봉단을 만납니다.

아는 동생 환한 얼굴을 보는데 자연스럽게

"고마와 고마와~"

콜라 한잔 먹고 가라는 누군가 손에 이끌렸습니다.

거기에는 최근 알게 된 동갑친구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그래도 잘 왔네?"

자랑합니다.

"나 여기까지 한 번도 걷지 않았어!"

그 누군지 기억이 안 나는 우리 회원 둘이서 두 다리에 시원한 파스를 듬뿍 발라줍니다.

다시 달리는데 파스에 시원함이 다리 전체에 느껴지면서

잠시나마 힘이 생겨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잠시 후 만난 친구 한 명이 앞서가며 응원해 주었습니다. 또 반환점 돌아오면서 다시 화이팅 .

그러나 내 다리는 점점 더 굳어만 갑니다.

뻣뻣한 다리. 통증이 있는 오른쪽 무릎. 그리고, 오른쪽 발바닥 앞쪽이 착지할 때 불편합니다.

이쯤 되면 누구나 아픈 곳이 생기지 위로하며 잠시 걸었고, 힘나면 다시 달렸습니다.

8km 남은 지점.

평소 달리던 인천대공원 코스 거리를 생각했습니다.

5~ 4km 지점. 이제는 온몸이 반항하는 마지막 사투가 됩니다.

잠시는 걸었지만 대부분 천천히 달렸습니다.  

3.. 2.. 1km..

800m

다시 마지막 남은 힘으로 속도를 올립니다.

점차 다가오는 피니시 라인을 생각하면서  

내 팔은

비행기가 되고

만세가 되고

한 팔을 높이 들며 멋질 거 같다는 생각으로

골인~!!


드디어 도착한 이곳은

전라북도 완주입니다. ㅎ


마라톤 온라인에서 찍어준 골인 동영상 캡처

https://youtu.be/NGxYyxkJKTQ?si=Kmfg61Xzs6g4439C

2022년 4:46 대비 19분 당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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