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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미 Jan 13. 2016

자랑스러운 나의 조국

런던에서 만난 네덜란드인 T를 보며

유럽 여행 첫날,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런던으로 들어오는 비행기에서 네덜란드인 T를 만났다. 런던에서 일하고 있다는 그는 런던이 처음인 내게 오이스터 카드(교통카드)를 구입하는 법을 알려준 것을 계기로, 히드로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튜브를 같이 타게 되면서 친해졌다. 그는 자신의 휴가가 내일까지이니 나를 위해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했다.


다음날 우리는 차링크로스(Charingcross)역 앞의 스타벅스에서 만나, 내셔널 갤러리로 향했다. 나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고흐의 해바라기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 있잖아, 고흐가 네덜란드 출신인 거 알아?

- 당연히 알지.

- 네덜란드는 고흐 말고도 유명한 예술가 많아.

- 아 그래? 또 누구?


내가 호기심을 보이자 T는 그때부터 신나게 네덜란드 예술가들 이야기를 시작했다. 영어가 짧아서 그의 말을 반도 못 알아 들었지만, 그 이야기를 하는 T가 너무 행복해 보여서 다 알아듣는 척을 했다.


마치 서울에서 친구를 만나듯, 런던에서의 7일 동안 시간이 맞으면 T와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남은 여행 일정을 말해주었더니 왜 이번 여행에서 네덜란드는 가지 않냐고, 자신의 고향은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흐트(Maastricht)라는 도시인데 정말 끝내주는 곳이라며 도시 홍보 동영상도 보내줬다. 나는 다음에 또 유럽에 오게 되면 꼭 마스트리흐트를 들리겠노라고 약속을 했고, T는 그러면 그때 자신이 또 가이드를 해주겠다며 기뻐했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 T는 다음 휴가로 꼭 한국을 방문할 테니 가이드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언제든지 오라고 대답하고 나서, 그가 한국에 오게 되면 나는 어떤 부분을 가장 즐겁게 이야기해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슬프게도, 바로 떠오르는 게 없었다.




자신이 자라 온 도시를, 자신의 조국을 사랑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나는 나의 친구에게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소개해 줄 수 있을까. 한국인들도 잘 모르는 도시인 나의 고향에 데리고 갈 수 있을까.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를 읽으며 몇 번이고 다시 읽었던 부분이 있다.


애국가 가사 알지? 거기서 뭐라고 해? 하느님이 보우하는 건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야. 만세를 누리는 것도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고. 나는 그 나라를 길이 보전하기 위해 있는 사람이야. 호주 국가는 안 그래. 호주 국가는 “호주 사람들이여, 기뻐하세요. 우리들은 젊고 자유로우니까요.”라고 시작해. 그리고 “우리는 빛나는 남십자성 아래서 마음과 손을 모아 일한다.”고, “끝없는 땅을 나눠 가진다.”고 해. 가사가 비교가 안 돼.


네가 태어난 나라니까 무조건 자랑스러워 해야한다고 강요하지 않는 것이 자랑스러운 조국이 되는 방법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언제쯤 '헬조선'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자랑스러운 나의 조국이라고 대한민국을 소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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