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ijaventure Feb 04. 2016

"나는 왜 직장을 그만두고 사막을 달렸을까?"

'네팔을 위해 사막을 달린 청년' 연재 중반을 맞아, 쉬어가는 이야기


안녕하세요. '네팔을 위해 사막을 달린 청년' 박용준입니다.


작년 10월 중순, 안데스와 아타카마, 그리고 우유니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한 가지 결심한 게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저의 이야기'를 글로 꼭 남기고, 가능하다면 많은 분들과 나누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귀국 직후 바로 기록을 정리하고 어떻게 글을 구성할지 고민했어요. 11월 초 프롤로그를 쓸 때까지는 단 한 자도 쓰지 못했답니다. 어떤 방식으로 저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약 2달 동안의 치열한 구상 후에야 어느 정도 글의 방향이 잡혔고, 올해 1월부터 <백수극한모험기 : 용사의 탄생>이라는 다소 유치한(?) 제목으로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도전과 모험에 대해, 그리고 '저'라는 특이한 사람에 대해 쓰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리고 정확히 한 달 만에 일곱 번째 이야기까지 소개해드렸네요. 일주일에 약 2편씩 연재한 셈인데, 글쓰기를 좋아하는 저로서도 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의 연재는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에 비해 한 편 분량이 굉장히 긴 편입니다. ^^;) 물론 여기에는 '먹고사니즘'의 문제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생계를 유지하려면 몇 달이고 글쓰기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그 때문에 최소한 봄이 오기 전에 연재를 마쳐야 한다는 압박도 꽤나 컸기 때문이었지요.

아직 <백수극한모험기 : 용사의 탄생>을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어서 '구독하기'를 누르고 함께 모험을 떠나주시길!


하지만 보람은 있었습니다. 운이 좋아서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고, 또 제 글을 읽은 많은 분들이 공감과 격려, 흥미를 보내주셨습니다. 무슨 노릇인지 연재한 8편의 글 중 무려 5편이 브런치/다음 포털/카카오톡 채널 등의 메인에 선정되었고(!), 덕분에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총 30,000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큰 힘이 되는 것은 <백수극한모험기 : 용사의 탄생>의 연재가 반짝 인기글 하나가 아닌,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 여러 글들이 고루 독자분들의 주목을 끌었다는 점입니다. 귀중한 시간을 투자해서 제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 자체가, 저에게 너무나 크나큰 행복이었던 한 달이었습니다. 브런치에 올라오는 수많은 주옥같은 글들 중 유명인이나 전문가도 아닌데 이렇게 여러 번 메인으로 소개되다 보니, 오히려 낯이 뜨거울 정도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갈수록 커져가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점점 줄어만가는 통장 잔고. 퇴사할 때 각오했지만, 역시 '백수'의 삶은 쉽지 않습니다. 항상 마음을 다잡지만, 자주 약해집니다. 특히 생각했던 일이 잘 안될 때는 힘들더군요. 가끔 침대에 누워도 잠을 못 이루는 밤이 있습니다. 그때 문득 생각해요. '못 참고 때려치우고 나온 게 과연 잘한 걸까?', '나는 왜 직장을 그만두고, 노예처럼 일해서 모은 돈을 써가면서, 힘들어 죽을 것 같던 사막마라톤에 도전했던 걸까?' 기다렸다는 듯 날카로운 칼을 내미는 '현실'을 마주 보며, 서른 살 백수인 저 스스로에게 다시 그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2월 4일 오늘, 네이버의 '공익/나눔' 섹션에 소개된 저 자신의 글이, 아래 소개해 드리는 두 꼭지의 글이 그 질문에 답을 해주더군요. (물론 서른 살 백수의 빠듯한 경제상황에 답을 해 준 것은 아닙니다. 하하하)


한 달 전 2016년 새해를 맞으며 썼던 그 글에서, 저는 다시 2015년의 수많은 순간들과 수많은 감정들과 수많은 생각들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다시 '용기'를 잃지 말고 두려움에 맞서 싸워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해요. 바로 매일 고민을 하고, 그 고민을 통해 용기를 가지고 매일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제 글을 아껴주시는 분들이 있는 이 곳 브런치에 글을 계속 써나가는 것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겠네요.


지금 이 순간도 학교와, 직장, 사회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멋지게 저항하고 있는 수많은 '용사'들을 응원하며, 앞으로 남은 절반의 연재를 위해 더욱 좋은 글 쓰도록, 그리고 용기를 가지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얼마 전 <한국갭이어> 측에 기고한 원고 중 일부입니다.)

(주)한국갭이어 : 청소년, 청년들이 자신만의 창조적 시간인 '갭이어(gap year)'를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그려볼 수 있도록 컨설팅과 진로지도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 '갭이어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곳

공식 홈페이지 http://www.koreagapyear.com/



갭이어를 보내기 전과 갭이어를 보낸 후에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긍정적이고 꿈이 큰 사람이었습니다. 스스로의 능력과 가능성을 믿었습니다. 그렇기에 열심히 하면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해왔지요. 하지만 그렇게 노력해서 들어간 직장 생활에서 저는 점점 작은 사람이 되어갔습니다.  꿈꿔왔던 직장. 이곳에 들어가서 열심히 일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에 좌절감이 너무 컸어요. 아침부터 자정까지 컴퓨터 앞에서 스스로 확신 없는 업무를 하는 저의 모습은 off 스위치가 고장 난 기계 같았습니다. 사실 한국의 많은 청년들이 정해진 사회적 기대와 삶의 궤적 속에서 저와 비슷한 좌절을 겪어요. 그러나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히고, 미래의 계획과 주위의 시선 때문에 다른 대안을 생각하기 어렵지요. 저 역시 퇴사하기 약 1년 간 그러한 고민 속에서 괴로워했습니다.


나이 서른, 어려워지는 취직, 사랑하는 가족과 여자 친구에 대한 미안함... 보이지 않는 퇴사 후 미래는 정말 두려웠습니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겁니다. 틀린 건 틀린 거예요. 의미 없는 직장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퇴사를 감행할 때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더 이상 불행하고 싶지 않았고, 더 늦기 전에 잃고 있는 제 자신을 찾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렇게 갭이어를 선택했고 네팔을 위해 사막마라톤을 달렸습니다. 꽤 많은 기금을 성공적으로 모금해서, 지진으로  상처받은 네팔 사람들에게 작지만 의미 있는 도움을 줄 수 있었어요. 작은 아이디어를 동료들과 함께 프로젝트로 기획해내고, 250km 극한의 사막마라톤을 완주하고, 이를 제 2의 고향 네팔에 기부한, ‘네팔을 위해 사막을 달린 청년 박용준’. 이제는 그런 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습니다. 


비록 통장 잔고는 얼마 남지 않았지만, ‘경쟁’과 ‘스펙’, ‘저녁 없는 삶’ 속에서 잃어버린 ‘자아와 자존감’을 다시 찾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력서에 남을 약 1년 간의 경력 공백이 전혀 아쉽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갭이어를 계획하고 있는 대한민국 청춘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는?


어떤 사유로든 ‘갭이어’를 계획하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다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정하셨으면 합니다. 사실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각자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상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거나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하시는 거라면 단순히 ‘스펙 쌓는 일’ 보다도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왜 갭이어를 가져야 하는지, 갭이어 동안 왜 이것을 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이것을 통해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목표의식과 계획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한다면, 가능한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합니다. 무작정 ‘노력’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만약 ‘여유를 가지면서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면, 그 계획대로 최선을 다해 ‘여유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어떤 것을 계획하시든지,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이루는데 쓰이는 갭이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또 가능하다면, 그것이 사회와 공익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물론 필수적인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저는 대단한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저는 현재 ‘백수’입니다.) 그리고 사실, 저는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은 의미 없어요. 그만두고 여러분의 진짜 꿈을 찾으세요’라는 주제넘은 말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갭이어’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자신의 판단과 결정에 의존해야 하고, 거기에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지금 당장 학교고 직장이고 다 그만두고 세계여행이나 하세요’라고 조언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보신 분이 ‘야 이거 멋진데, 나도 사막마라톤이나 도전해봐야겠다’라고 생각하시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본인 자신에 대한 고통스러운 성찰과 오랜 고민 없이, 남들이 하니까 무언가 하긴 해야겠다고 해서 한다면 갭이어가 끝나도 달라지는 건 없을 겁니다.


사막마라톤을 달리면서 가장 의지가 되는 것은, 함께 달리는 동료 선수지요. 그들은 라이벌인 동시에 가장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쉽지 않은 결정을 응원합니다. 


저 역시 아직 ‘현실’이라는 레이스를 함께 하고 있는 동료로서, 여러분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갭이어> 블로그에 실린 인터뷰 전문 보기 : http://blog.naver.com/koreagapyear/220600979628

매거진의 이전글 사막마라톤 훈련기 : 양재천에서 천왕봉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