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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javenture Dec 04. 2016

다시, 네팔

네팔을 위해 사막을 달린 청년, 독일 원조기관 전문가로 네팔에 돌아오다.


1년 전, 나는 뜨거운 사막 위를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250km의 끝이 보이지 않던 극한의 사막마라톤. 살인적인 햇빛, 어깨를 짓누르던 배낭의 무게, 온 몸을두드려 맞은 듯한 근육통...... 가장 괴로운 것은 무섭도록 적막한 사막의 밤이었다. 매일 밤 잠에 들지 못할 정도로 차가운 사막의 한기에 밤새도록 떨다 보면, 완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유령처럼 나를 괴롭혔다. 

 

난 누구인가. 난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2015년, 나이 스물아홉. 


고통 속에서 헐떡일 때마다, 나는 꿈을 좇아 미친 듯이 달려온 20대 청춘의 말미를 떠올렸다.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정작 멀어져 사라지고 있던 나의 꿈. 할 일을 채 마치지 못하고 자정이 넘어 어쩔 수 없이 퇴근하던 어느 날 밤, 아름답지만 서글픈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나는 자문했다. '도대체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걸까.' 나는 뙤약볕에 방황하는 지렁이처럼 말라가고 있었다. 격무와 야근은 참을 수 있다. 그러나 비효율적이며 비합리적인 구조와 문화 때문에 나의 미래까지 저당 잡히고싶지 않았다. 나는 전문가가 되고 싶었지만, 조직이 원하는 것은 시키는 일을 잘 해내는 행정관료가 되는 것이었다. 2015년 여름, 한국 정부의 해외 무상원조사업을 전담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직원이었던 나는 퇴사를 감행했다. 정년을 포기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두려움 속에 저지른, 많은 이들이 걱정하고 또 비웃었던 선택이었다. 

 

2015년 10월, 별이 아름답다는 칠레 아타카마의 광활한 사막,

새벽 5시가 되어서야 애타게 기다리던 모닥불이 피워지고, 추위에 떠는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닥불 주위로 모여들어 몸을 녹이기 시작한다. 불의 온기, 침묵 속에 느껴지는 동료 선수들의 고통과 의지. 날이 밝아오면서 사막의 태양은 다시 떠올랐고, 새로운 고통과 환희를 동시에 안겨줄 레이스의 하루가 찾아온다. 여기 사막에서 쓰러져 죽더라도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아. 나는 다시 힘을 내어 러닝화의 끈을 질끈 매고 드넓은 죽음의 땅으로 뛰쳐나갔다. 퇴사할 용기가있었다면, 그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나는 죽어라 달렸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조금 지난 2016년 12월, 네팔.

 

#I’M GOING TO NEPAL이라는 소셜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네팔을 위해 사막을 달리는 청년’으로 불렸던 나는 지난 2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다시 발을 디뎠다. 2015년 10월 사막마라톤을 무사히 완주하고, 12월 ‘재단법인 아름다운커피’와 함께 네팔을 방문해 모은 기금을 지진피해 농가에 지원한 지 만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네팔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결심대로, 나는 거짓말처럼 1년 만에 네팔에 돌아왔다. 그러나 지진 이후 많은 것이 변하고 있는 네팔처럼, ‘청년모험가’를 자처하던 백수 청년은, 이제 세계 최고의 선진 원조기관 중 하나인 독일 GIZ의 컨설턴트(Junior Consultant)라는, 정말 쑥스럽고 분에 넘치는 직함을 가지게 되었다.


2010년 네팔 해외봉사단원 출신이자,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직원이었던 나는 한국인으로서는 거의 처음으로, 독일 연방정부의 원조기관인 국제협력공사(DeutscheGesellschaft für Internationale Zusammenarbeit (GIZ) GmbH)에서 약 1년 7개월 간 근무할 예정이다. 좌절의 끝에서 감행한 퇴사, 네팔을 위해 도전한 250km 사막마라톤과 소셜펀딩 프로젝트, 그리고 방황의 시기와 새로운 도전과 준비의 시간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독일 원조기관의 컨설턴트로 취업하기까지. 그 1년 반의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음을, 그리고 두려움과 좌절, 용기와 희망 또한 있었음을 기억해낸다. 


지나친 완벽함을 추구한 나머지, 결국 완결하지 못한 사막마라톤 도전 이야기(“백수극한모험기”)는 잠시 접어 두고자 한다. 더 좋은 글을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게 하겠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꾸준한 연재에 대한 목표의식을 오히려 방해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번 브런치에서는 다시 돌아온 네팔에서, 그리고 특이하게도 ‘독일 원조기관’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의 입장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나의 일, 생활, 생각에 대해 조금씩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앞으로나의 삶에 있어 참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나의 꽤나 특별한 이야기가 비슷한 고민과 꿈을가진 누군가에게 약간의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글을 쓰는 이로서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2016.12.2.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하다.




 '네팔을 위해 사막을 달린 청년'의 #I'M GOING TO NEPAL 이야기 https://youtu.be/ntiof25ZOrM

#I'M GOING TO NEPAL [아름다운 청년X아름다운커피]'네팔을 위해 사막을 달린 청년'의 아타카마 사막마라톤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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