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을 위해 사막을 달린 청년, 독일 원조기관 전문가로 네팔에 돌아오다.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참 떨리는 일이다.
특히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문화를 가진 다양한 사람과 함께 있는 일터라면.
그리고 그곳이 뉴욕, 파리, 홍콩이 아니라, 네팔이라면.
네팔에서의 첫 주말을 재회와 추억 여행으로 알차게 보내고, 드디어 GIZ 신입직원(?)으로서 첫 출근날이 찾아왔다. 새벽같이 일어나 몸을 뒤척이자 지나온 날들이 하루하루 머리 속을 스쳐간다. 독일에서의 면접 이후 오랜만에 정장을 차려입고 게스트하우스 문을 나서니 네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떠돌이 개 한 마리가 내 구두를 킁킁거리고, 금요일에 안면을 튼 GIZ 기사님이 반갑게 '너머스떼'를 외친다. 회사 차량을 타고 한 블럭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자 금새 GIZ 네팔 소속 S2HSP(Support to Health Sector Programme) 팀의 사무소가 나타났는데, 네팔에 있는 많은 국제기구&원조기관 건물이 그렇듯 그냥 고급 전원주택 같은 느낌이었다.
독일에서 면접관으로 만났던 독일인 상사 2분과 먼저 인사를 나누고 바로 월별 전체회의(Staff Meeting)에 참석했다. 첫 출근이자 첫 회의인만큼 자기 소개가 빠질리 없지. 네팔 봉사단원 출신으로 KOICA 직원으로 일하다 네팔 지진피해 모금 프로젝트를 하고 이후 IT를 공부해 GIZ 컨설턴트가 된 이력은 짧게 하는 게 영 쉽지 않다는 점을 다시 느끼며, 다시 네팔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켜서 행복하다고 훈훈하게 소개를 마무리했다.
거의 알아듣지 못한 오전 전체회의를 마치고 잔뜩 긴장한 채로 점심 식사를 했다. 현지식으로 먹는 점심은 딱 내 입맛에 맞았지만, 첫날이라 그런지 얼어있었던 것 같다. 오후에는 독일 상사 FF 및 파트 팀원들과 함께 네팔의 보건의료 체계와 현재 상황, 담당할 사업(Health Information System)의 현황과 목표 및 이슈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다. 미국에서 10년 간 공부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네팔인 동료의 자세한 설명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필기하고 질문하며 첫날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저녁을 먹고 동료와 함께 근처 카페에서 오늘 들었던 내용을 정리했다. 아직 영 익숙하지 않은 글로벌한 업무환경과 영어 & 네팔어에 흔들리는 정신을 부여잡고, 생소한 보건 분야 용어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니 지나간 첫 날.
P.S.
에피소드 : 일요일에 수전네 집에 인사 드리러 찾아갔는데, 어라 거실에 한국 사람이 있네. 안녕하세요 하고 들어가 수전 아버님과 대화를 하고 나니 남자분이 말을 거신다. "한국에는 무슨 일로 가셨어요?" 순간 굳어버린 머리. 엥 네팔이 아니라 한국에...? 알고 보니 내가 한국에서 한국어 배워 온 네팔 사람인줄.
2016.12.5. 첫 출근
- 환영인사 & 전체 스태프 미팅
- Health Information System 파트 미팅 & 사업 개요 브리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