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ijaventure Dec 09. 2016

설렘과 긴장의 첫 출근

네팔을 위해 사막을 달린 청년, 독일 원조기관 전문가로 네팔에 돌아오다.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참 떨리는 일이다.

특히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문화를 가진 다양한 사람과 함께 있는 일터라면.

그리고 그곳이 뉴욕, 파리, 홍콩이 아니라, 네팔이라면.


네팔에서의 첫 주말을 재회와 추억 여행으로 알차게 보내고, 드디어 GIZ 신입직원(?)으로서 첫 출근날이 찾아왔다. 새벽같이 일어나 몸을 뒤척이자 지나온 날들이 하루하루 머리 속을 스쳐간다. 독일에서의 면접 이후 오랜만에 정장을 차려입고 게스트하우스 문을 나서니 네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떠돌이 개 한 마리가 내 구두를 킁킁거리고, 금요일에 안면을 튼 GIZ 기사님이 반갑게 '너머스떼'를 외친다. 회사 차량을 타고 한 블럭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자 금새 GIZ 네팔 소속 S2HSP(Support to Health Sector Programme) 팀의 사무소가 나타났는데, 네팔에 있는 많은 국제기구&원조기관 건물이 그렇듯 그냥 고급 전원주택 같은 느낌이었다. 


독일에서 면접관으로 만났던 독일인 상사 2분과 먼저 인사를 나누고 바로 월별 전체회의(Staff Meeting)에 참석했다. 첫 출근이자 첫 회의인만큼 자기 소개가 빠질리 없지. 네팔 봉사단원 출신으로 KOICA 직원으로 일하다 네팔 지진피해 모금 프로젝트를 하고 이후 IT를 공부해 GIZ 컨설턴트가 된 이력은 짧게 하는 게 영 쉽지 않다는 점을 다시 느끼며, 다시 네팔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켜서 행복하다고 훈훈하게 소개를 마무리했다.


GIZ Nepal의 여러 사무소 중, 내가 당분간 근무할 S2HSP(보건팀)의 메인 사무실 건물


거의 알아듣지 못한 오전 전체회의를 마치고 잔뜩 긴장한 채로 점심 식사를 했다. 현지식으로 먹는 점심은 딱 내 입맛에 맞았지만, 첫날이라 그런지 얼어있었던 것 같다. 오후에는 독일 상사 FF 및 파트 팀원들과 함께 네팔의 보건의료 체계와 현재 상황, 담당할 사업(Health Information System)의 현황과 목표 및 이슈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다. 미국에서 10년 간 공부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네팔인 동료의 자세한 설명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필기하고 질문하며 첫날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저녁을 먹고 동료와 함께 근처 카페에서 오늘 들었던 내용을 정리했다. 아직 영 익숙하지 않은 글로벌한 업무환경과 영어 & 네팔어에 흔들리는 정신을 부여잡고, 생소한 보건 분야 용어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니 지나간 첫 날.


공부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하루만에 깨닫다.


P.S.

에피소드 : 일요일에 수전네 집에 인사 드리러 찾아갔는데, 어라 거실에 한국 사람이 있네. 안녕하세요 하고 들어가 수전 아버님과 대화를 하고 나니 남자분이 말을 거신다. "한국에는 무슨 일로 가셨어요?" 순간 굳어버린 머리. 엥 네팔이 아니라 한국에...? 알고 보니 내가 한국에서 한국어 배워 온 네팔 사람인줄.



2016.12.5. 첫 출근

- 환영인사 & 전체 스태프 미팅

- Health Information System 파트 미팅 & 사업 개요 브리핑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네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