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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javenture Dec 11. 2016

네팔에서의 첫 주를 보내고

네팔을 위해 사막을 달린 청년, 독일 원조기관 전문가로 네팔에 돌아오다.


네팔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코흘리개(?) 대학생 봉사단원도 아니고 여행자도 아니고 '사막마라톤 청년'도 아닌, 독일 원조기관 GIZ의 컨설턴트로 보낸 첫 일주일. 앞으로 20개월의 네팔 근무 동안 기억에 오래 남을 시간일 것이고, 그만큼 기록을 잘 해놓자, 마음먹게 된다.


물론 매일, 혹은 매주의 이야기를 한 편의 완성도 높은 수필로 남기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모르는 것을 배우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것도 정신없을 테니까. 그보다는 좀 읽는 맛이 떨어지더라도 최대한 매일, 그리고 자주, 보다 많은 배움과 고민, 생활의 희로애락을 기록하는데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



다음은 1주 차의 기록이다.


2016. 12.6.-7. (화-수)

- S2HSP 프로그램 대표 브리핑

GIZ S2HSP팀에는 총 4대의 차량이 있다.

    내가 속한 Health Information System(HIS) 프로젝트 멤버들과의 브리핑에 더해, 2회에 걸쳐 프로그램 총괄 독일인 대표님(PR)과의 GIZ 및 네팔 보건사업 소개 브리핑을 가졌다. 대표님은 GIZ 정규 직원이라기보다는 무기(permanent) 전문직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많은 GIZ 소속 Senior 전문직들의 고용 형태라고 한다. (나는 Junior로 20개월의 계약직(limited term contract)에 속한다.)

    KOICA에서 일했던 나에게 놀라운 것은 프로그램 담당 전문가들의 높은 전문성과 화려한 글로벌 이력이었다. 예를 들어 대표님의 경우 보건 분야 전문가로서 본인이 직접 의사(MD)고 개발에 중점을 둔 보건학(tropical diseases) 관련 석/박사 학위는 물론, 20년 넘게 GIZ뿐만 아니라 많은 국제기구, 원조기관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보건 전문가다. 분야 expertise을 가지고 개발협력 프로그램/프로젝트 management까지 하는 그들은 한 직장/직위에 머물지 않고 자유롭게 옮겨다니며 다양한 사업 및 조직을 경험하는 셈이다. 그리고 GIZ 같은 선진 원조기관은 그러한 커리어를 적극 지원해준다고 한다. '정년 보장'이 장점인 정부기관에서 전문가/행정관료 사이 존재하는 철저한 분리구조 속에서 일했던 나에게는 굉장히 생소하고 부러운 모습이었다.


- 위기관리 브리핑 및 안전교육

GIZ 직원용 안전 / 지진발생 대처 관련 자료

    GIZ를 비롯한 유수의 선진 원조기관과 국제기구는 직원의 안전(Safety & Security) 보장을 그 어떤 것보다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GIZ 본부(GDC)에서 Crisis Management Officer를 만나 필요한 신상정보 등을 제출하고 안전관리 현황과 방침에 대해 교육받았으며, 영국 원조기관인 DFID(Department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소유 Compound에서 Risk Management Officer(RMO)와 면담을 진행했다. 특이하게도 독일 GIZ와 영국 DFID가 소속 직원들의 안전관리 프로그램을 일종의 Joint Operation으로 공동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널 널 해 보이는 독일 본부와 달리-너머스떼 인사하면 들여보내 줌- 영국 사무실은 무장군인의 엄중한 경호가 이루어지고 있어 새삼 다른 분위기였다.)

    인상 깊은 것은 GIZ/DFID가 네팔을 3가지 국가 위험등급 중 가장 위험한 'Red' 등급으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Red에 속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아프간/이라크/소말리아 등이 있다. 다만 네팔의 경우 지리적인 요인(교통 제약, 지진 등 자연재해의 파괴력 및 심각성)이 굉장히 큰 것으로, 타 Red 등급 국가와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설명해주었다.



2016.12.8. (목)  

- GDC 본부 PR 담당자 브리핑 - 독일 개발협력(GDC) 소개

    GDC 본부를 찾아 PR 담당자로부터 공식적인 소개 브리핑을 받았다. GDC란 German Development Cooperation(독일 개발협력)의 약자로, 흔히 GIZ 네팔 본부 사무소를 의미한다. 그러나 GIZ가 아닌 GDC로 부르는 이유는 독일 대외원조의 다른 축인 KfW(독일재건은행) 때문이다. KOICA + α / EDCF(수출입은행)라는 이원구조로 이루어진 한국 개발협력처럼, 독일 역시 GIZ와 KfW가 무/유상 원조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실제로 GDC 사무실 내부에 KfW 사무실이 함께 있는데, 인원수는 GIZ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워낙 각자의 역할과 장/단점이 분명한지라 무/유상 간 마찰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고 한다. (적어도 네팔에서는 굉장히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 처음 알게 된 사실로는 PTB(국가표준원)라는 기관이 별도로 있어 네팔 정부에 계량표준화 관련한 조언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볼리비아 계량표준 사업... 퇴사할 때가 기억난다.


- S2HSP 타 파트(Reproductive, maternal etc.) 사업 소개 브리핑

협동조합이 생산하는 유기농 생리대

    내가 속한 S2HSP(보건 프로그램)은 총 4개의 하위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가 담당하게 될 HIS는 그중 한 프로젝트(혹은 thematic)에 해당한다. 생식/모성보건 프로젝트의 팀장(V)의 초청으로 근처에 위치한 사무실을 방문해 브리핑을 들었는데, 굉장히 흥미로웠다. UNFPA와 함께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을 위해 모바일 앱을 만들고, 협동조합을 꾸려 친환경 생리대(sanitary pad)를 생산해 저렴한 가격으로 여성들에게 제공하는 사업이 가장 인상 깊었다.



2016.12.9. (금)  

   - Nuwakot 토착 '따망' 민족에 대한 강의(DFID Compound)

    사업 대상지이자 우리가 파견될 필드인 누와꼿 지역의 토착민인 따망(Tamang) 민족에 대한 특강이 있어 다시 DFID를 찾았다. 몽골계 민족인 따망족은 오랜 역사를 가진 네팔의 주요 토착민 중 하나로,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네팔은 작은 국토 면적 대비 지리, 자연환경, 민족, 언어, 종교 등 엄청난 다양성이 숨 쉬는 나라로, 인구를 구성하는 대표 민족과 그들의 언어만 해도 20가지에 달한다.


   - GDC 네팔 Country Director 면담

    한국으로 따지면 '네팔 사무소장'에 해당하는 GDC 국가소장님과 면담을 가졌다. 프로젝트 대표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기후변화 & 개발무역 분야의 전문가로, World Bank, ADB 및 원조기관 등에서 경력을 쌓아왔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분야 전문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기 힘든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 특이하게도 1990년대 말 한국 수원에서 3년간 거주하며 한국 축산 무역에 대해 논문을 썼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한국어는 잘 기억하지 못했다. 마라톤에 큰 관심을 보이며, 나의 #I'M GOING TO NEPAL 동영상을 꼭 보겠다고 하셨는데, 흠 진짜?

   - 대통령 탄핵안 가결(!)



2016.12.10. (토)  

   - Kathmandu Ultra 27K 완주

    네팔의 트레일러닝 동호회인 Trail Running Nepal이 주최하는 레이스인 Kathmandu Ultra 50K의 50km 부문에 참가하였다. 네팔에서의 첫 레이스라 큰 기대를 가지고 임했지만, 훈련 부족과 컨디션 난조(구토, 어지러움)로 인해 중도 포기하고 27km로 코스를 바꿔 완주하였다.

    

    다음 한 주도 즐겁고 건강하고 알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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