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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K May 13. 2016

<鬱陵武陵> (2)

천 개의 매력을 가진 언덕이라 울릉이라 하였나

울릉도의 땅은 육지의 축소판이다


처음 울릉도 여행을 계획하고 일정을 짰을 때, 둘째 날의 식사는 온전히 울릉의 땅을 느낄 수 있는 것들로만 골랐다. 둘째 날 마침 점심 정도면 나리분지에 닿을 수 있을 듯하여 나리분지에서 나물로만 된 식사를 하고자 하였고, 저녁에는 땅을 밟고 살아가는 울릉의 약소를 먹어보기로 하였다.


좌측이 나리분지, 그리고 우측이 나리분지에서 벗어나면 볼 수 있는 동해바다의 모습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이 날은 섬 북쪽은 바람이 그다지 세차게 치지 않았지만, 나리분지를 넘어가는 순간 사람이 몸을 가누기 힘든 정도의 바람이 쏟아졌다.

성인봉을 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은 있으나, 나리분지의 모습 또한 재미있기 그지없다.


지리시간에 대구가 분지형 도시라는 이야기를 수없이 듣지만 사실 대구라는 도시는 워낙 커서 그 감이 잘 잡히질 않는다. 하지만 이 곳은 그냥 보면 정말 여기 화산 안 칼데라 맞네! 라는 생각이 그냥 들 만큼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분지 지형이었다. 아마 백이면 백 이 두 사진을 울릉도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보여준다면 불과 몇백 미터 차이도 나지 않는 곳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울릉도 여행을 다니면서 또 하나 느낀 점이 있다면, 울릉도는 패키지로 다녀도 꽤 괜찮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패키지를 매우 싫어하지만 단체일 경우 패키지를 통해서 다니는 편이 훨씬 더 싸고 안전이나 기타 걱정을 더는 하나의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울릉도는 이러한 장점뿐만 아니라 일주일 이상 찬찬이 돌아다니는, 혹은 컨셉을 잡고 여행하는 여행자가 아니라면 패키지 여행객과 자유여행객이 가는 장소의 차이가 거의 없을 만큼 한정적이어서, 만약 울릉을 가고 싶지만 교통과 이런저런 불편함 때문이라면 패키지 또한 하나의 선택지는 될 수 있겠다.


물론 우리가 갔던 식당들 중 단체손님을 구경했던 곳은 이곳 나리분지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작은 규모의 식당들만 주로 들렀기 때문이었고, 나리분지의 식당은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실 단체손님을 많이 받는 식당답지 않게 괜찮은 식당이었다. 물론 모종의 통로를 통해 미리 어떤 평을 받는지도 샅샅이 알아봐 두었기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이 사진을 강원도 어디서 먹어본 밥들과 비교한다면 큰 차이가 없어보이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울릉도는 원래 강원도에 속했던 섬이기 때문이다. 1896년 처음 경상도(당시에는 경상남도)에 속했는데, 경상북도가 아니라 경상남도인 것이 정말 특이하지 않은가? 지금에 이르러서야 강원도 출신의 울릉도 주민의 수도 많이 줄었다고 하며 대부분은 영남지역을 연고로 하는 주민들이지만 나물의 종류나 전의 모습이 희안하게 강원도의 것을 조금 더 많이 닮았다.


우측 위의 나물은 삼나물인데, 특이하게도 '회'라고 불린다. 이유인 즉슨 육회와 맛이 비슷해서라는데... 왠지 육회를 맛보지 못했던 울릉도 사람들이 육지에서 온 사람에게 육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듣고, 어떤 음식이 가장 육회와 비슷한 맛이냐 물어봐서 고르게 한 후 이를 회라고 부르게 되지 않았을까 상상하게 된다. 실제로 인삼 맛, 더덕 맛, 고기 맛 이렇게 세 가지가 같이 나서 삼나물이라 부른다고 하니 말이다.




울릉의 물이 유난히 많은 이유

봉래폭포의 위 폭포와 아래 폭포는 흐르는 모양이 다르다. 화산암의 종류 때문이라고 (2016.5.6.)


건천이 유난히 많은 제주도와는 다르게, 울릉도는 강이 길게 흐를 자리가 없으면서도 물이 끊이지 않는다. 작은 섬에서 식수를 바닷물의 정수에 의지하지 않고 용출수로만 의지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봉래폭포의 수량 또한 육지의 다른 폭포에 못지않다. 울릉도는 동해에 어떻게 이런 산이 우뚝 솟아 있나 싶을 정도로 깎아지른 듯한 봉우리가 많은데, 산이 높을수록 물이 깊고 많다고 하였던 옛 말이 울릉도에는 그대로 적용되는 듯하다.


나에게 한반도 땅에서 가장 인상깊은 폭포라고 한다면 울릉도를 오기 전에는 금강산의 구룡폭포가 아닐까 싶다. 사진으로만 본다면 백두산의 비룡폭포(중국에서는 장백폭포라고 부르는)의 크기와 웅장함이 더 대단해 보이지만 백두산은 후일로 기약하였기에 눈으로 봤던 폭포들 중에는 금강산을 따라올 폭포가 없었다. 그것이 고등학교 1학년때 봤던 것임을 생각해 본다면 그 외양에 당시 얼마나 경탄했을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어서 봤던 금강산 상팔담(上八潭: 구룡폭포 위에 있는 여덟 개의 못이라 하여 상팔담이라고 한다)의 영롱함까지 합쳐져 금강산의 아름다움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한반도 남쪽에서 폭포를 꼽으라고 한다면 이 폭포 또한 구룡폭포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예쁜 폭포가 아닐까 싶다. 구룡폭포가 바위 사이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장엄하고 사자후를 내지르는 듯한 모습이라면 울릉의 봉래폭포는 그야말로 깊은 산과 이제 잎새를 펼친 음력 사월의 울창한 나무숲 사이에서 요리조리 바위와 어울리며 떨어진다. 왜 울릉이 울창한 숲(鬱)이 있는 언덕(陵)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순간이다. 봉래폭포에 오르는 길이 쉬운 길은 아니지만 이 폭포에서 눈을 멎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울릉의 약소 이야기


울릉도에서 소를 약(藥)소라 부르는 연유를 살펴봤더니, 울릉도에서는 벼농사를 짓지 않아 볏짚을 먹일 수 없어 이런저런 약초와 풀을 먹이기 때문이란다. 사실 소가 볏짚을 먹는 것은 농경지역인 우리나라에서 가둬서 키우기에 일어나는 일이지, 원래 소는 당연히 파란 풀을 먹고 자란다. 호주의 드넓은 평원에서 자라는 호주산 소고기가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당연히 이런 데 있다.


하지만 때문에 마블링이 좋지 못하고 고기의 질감이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질감과는 약간 멀 수도 있다. 이래서 호주산 소고기를 한국으로 수입할 때 두달 전부터 좁은 곳에서 곡식을 먹인다고 하니 이 또한 수요에 맞추기 위한 일이라지만 과연 이렇게 키운 소의 고기가 정말로 더 좋은 고기인지는 모를 일이다.


당연히 울릉도의 소 또한 울릉도에서 자라는 소가 아니었다면 일반 우리가 아는 투쁠 등급의 한우보다는 못한 대접을 받았을 터, 다만 울릉도 소라는 이유로 유명세를 타고 급기야 육지 소를 울릉도 소라고 팔기도 한단다.


울릉도에서 약소라 하면 도동에서 유명한 <향우촌>이라는 식당이 있다. 대표님이 꽤 유명한 분이시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시에 들렀던 식당이기도 한데, 도동에 위치하여 이 곳 대신 천부에 위치한 다른 식당을 들렀다. 육지의 상차림에 비해 별 것은 없지만 울릉도의 명이나물은 언제 먹어도 꽤나 별미이다.


명이도 울릉의 밭에서 키운 것이 있고 자연산이 있다! 숙소 사장님께 추천받아서 천부에서 사게 된 명이나물은 정말 자연산인지 향이 울릉도에서 먹던 것보다 훨씬 진하고 깊다. 




육지와 비슷하나 또한 비슷하지 않아 더욱 더 매력적인 울릉의 땅


마지막 날 아침, 숙소 앞에서. (2016.5.7.)

둘째 날 아침 관음도에 올라 울릉도 쪽을 바라보았을 때 주상절리 위에 밭을 일군 모습과 울릉도가 꼭 제주도와 우도의 미니어쳐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같은 화산섬이어도 제주도와 울릉도가 판이하게 다르듯, 육지에서 본 비슷한 것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울릉의 육지 또한 비슷하면서도 육지와는 생판 달랐다. 엉겅퀴 사이로 보이는 집의 모습이 초가같지만 사실은 투막집처럼 보이는 현대화된 숙소이고, 그 뒤로는 바다가 보인다.


거친 바위 틈에서도 생명은 자란다. (2016.5.7. 행남해안산책로)


다음에 울릉을 다시 오게 되는 날이 언제일지는 모르겠다. 그 때가 되면 공항이 생겨 있어 비행기로 찾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니, 비행기로 울릉을 찾는다면 하늘에서 울릉의 땅과 바다를 모두 볼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장점은 생길 것 같다!

다만 그것이 나의 느낌을 온전히 대체하지는 않길, 그 때가 되어도 울릉의 땅과 바다가 지금같기를 소망하고, 꿈꾼다.


울릉의 갈매기는 항구도시의 갈매기들처럼 비둘기마냥 지조없이 떠돌지 않는다. 보이는 물고기를 향해 독수리처럼 바다를 바라볼 뿐이다. (2016.5.7. 행남해안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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