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海遊覽> (二) 강남 풍경이 천하에서 제일이라
둘째 날 오후부터 밤까지 들렀던 곳은 수향마을인 주가각이었다.
사실 원래 시탕(西塘)을 들르고 싶었는데, 가장 가까운 주가각도 들르지 못했는데 남과 다른 경험을 굳이 또 하러 시탕에 들르는 게 맞나 싶어 첫 여행에서는 주가각을 들르기로 결정했던 듯하다.
상해 주변엔 매우 많은 수향마을이 있다. 주장(周莊), 동리(同里), 오진(烏鎮) 등등.. 모두 송원대 이후부터 이어진 유서 깊은 마을들인데, 물이 많은 장강 하류 유역에서 운하를 파고 내륙수운을 이용하여 물자를 운반하고 생활하였던 곳이다. 이들 중 주장은 '강남 풍경이 천하에서 제일이고, 주장 풍경이 강남에서 제일이다'라는 말이 있다고 할 정도로 예쁘다고 하였다. 상해에서 모두 1시간에서 1시간 남짓, 항주와 소주에서도 가깝기 때문에 도시를 벗어나 나오기에도 괜찮은 거리라고 할 수 있다.
대세계역에서 나와서 주가각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 버스 정류장에서 5분정도 걸으면 이렇게 주가각 입구가 보인다.
위에 보인 주가각 글자 조형물 옆에 있었던 양꼬치&문꼬치집.
양꼬치는 사실 '중국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는 음식인데, 원래 위구르 족들이 서역에서 먹던 양고기 요리가 점차 한족들에게 퍼지면서 만들어진 음식이다. 향신료의 사용법 또한 한족 요리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방법 또한 아니고 말이다. 이 양꼬치가 한국으로 들어와서 한국에서 로컬라이징되며 다시 한번 칠리파우더와 즈란을 더해 보다 강한 맛으로 바뀌었다. 중국 어디서 먹은 양꼬치도 내 입맛에 한국 양꼬치보다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을 보면 한국에서 양꼬치는 빠른 시간 안에 굉장히 특이한 별미로 자리잡은 듯하다.
상해의 양꼬치는 심양과 북경에서 먹었던 양꼬치보다는 조금 더 한국의 양꼬치에 가까운 맛이다.
우리가 갔던 시기는 마침 음력 5월, 단오의 며칠 전이었다. 한국에서는 단오에 쑥떡을 먹지만 이 곳에서는 쫑쯔(粽子)라고 하는 대나무 잎에 밥을 싼 음식을 먹는다. 중국의 단오는 전국시대 초나라의 충신이었던 굴원(屈原)이 진나라에게 초나라가 공격당하고 초나라의 사람들이 핍박받는 모습에 자결한 데서 유래하였다. (한국의 단오와 그 유래와 풍습이 전혀 다르다) 물고기가 굴원의 시신 대신 이 쫑쯔를 먹기를 바라는 데서 유래한 것인데, 이 쫑쯔를 싸고 만들고 먹는 풍습 또한 지역마다 다르다!
대만에는 여러 종류의 쫑쯔가 있는데, 상해에서 보던 것과 비슷하게 생긴 쫑쯔도 있지만 대만 원주민들의 댓잎 떡에서 유래된 것처럼 전분이나 타피오카를 가지고 떡을 만들어서 쫑쯔 모양으로 찌는 것도 있다. 대만에서는 여기서 보는 것처럼 완전히 양념된 밥과 재료로 쫑쯔를 만들지는 않았기에 상해의 쫑쯔는 나에게도 꽤 신기하게 느껴졌다.
(주가각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면 사람들 줄 서 있는 쫑쯔 가게가 있습니다)
이렇게 음식 구경을 하다가, 방생교에 사람 많은 시간을 피해 왼쪽으로 나와 태안교(泰安橋)에서 처음 운하를 만났다.
사실 수향마을들을 가리쳐 '동양의 베니스'라고 흔히 말하지만,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도시는 너무 많다. 그냥 딱 떠오르는 도시들만 해도 중국 소주, 태국 방콕, 그리고 한국의 통영까지!
이들 중 많은 곳을 간 것은 아니지만, 나의 느낌으로는 베니스는 베니스만의 아름다움이 있고, 이곳 강남의 수향마을도 각기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동양의 ~~'라 하여 유럽의 것들을 가져다 붙여서 이 마을들 각각이 가지고 있는 미를 설명한다면 이 마을에 대해 오히려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건 나뿐만일까? 특히 동아시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라면 더욱 하면 안될 말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여기서도 저렇게 과거 황실 혹은 전통 복장을 입혀 놓고 사진까지 촬영해 주는데, 사실 사진 견본 그리고 저 분들의 화장을 보니 그다지 하고 싶지는 않더라...
아래의 두 사진이 돌아오는 길에 간식으로 먹었던 취두부이다.
취두부는 사실 한국 사람들에게 큰 도전을 요하는 요리이다! 더군다나 잘 발효되어서 냄새가 잘 나면 날수록 맛있기 때문에 본인 역시도 예전에는 엄두를 못 내던 음식이었다는 것! 요즘은 취두부가 있는 곳에 가면 꼭 맛있는 취두부를 찾아 먹으려고 노력한다.
이 집의 취두부는 냄새가 사실 심하지 않았는데도 꽤 맛있었다. 아무래도 좋은 곳에서 먹어서 그런가... 사실 주가각에 있는 식당에서 음식을 먹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배가 너무 고프기도 했거니와 먹고 죽지는 않을 것 같았기에... (다만 생선은 실제로 잡아서 요리하시는 것 같으니 주의를 요함)
아저씨가 유난히 호객을 잘 하시는 건지 원래 성격이 좋으신 건지 한국을 좋아하신다며, 한국 돈이 있다면 한국 돈으로 달라고 하시는 바람에 졸지에 중국 돈 대신 한화로 결제하고 나왔던 식당, 맛집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겠지만 친절하신 아저씨 덕에 배부른 간식을 즐기고 나온 느낌.
주가각에서는 민물진주가 엄청나게 많다. 진주 양식하는 집이 한 집 건너 한 집은 있는 느낌.. 나는 아무리 봐도 징그러웠는데 J님은 귀엽다고 한다.
방생교 위에 어스름이 찾아왔다. 이 다리에서는 낚시를 하지 말고 물고기를 방생하라고 스님께서 말씀하셔서 방생교인데, 이 덕에 여기서는 금붕어팔이가 성행했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도 보긴 했는데, 낮 시간에는 상주하는 경찰이 있어서 활동하지 못하는 것 같고, 이 정도 시간이 되시면 슬며시 나타나시는 듯했다.
사실 나는 방생교보다 보다 작은 골목골목이 더 마음에 들었다. 주가각의 아름다움을 배가시켜주는 것은 건물도 건물이겠지만 건물 사이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들, 물에 반짝이는 녹음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우리가 보는 저 집들은 예전에는 분명 누군가의 가정집이었고 생활하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수향마을'이라고 불리는 거겠지만, 수운이 과거와 같이 중요하지 않은 지금은 예쁜 상점들이 가득한 물 위의 인사동을 보는 느낌이었다.
마냥 비판할 수도 없는 것이 실제로 수운보다 다른 교통수단이 편하고 빠르기 때문에, 그리고 과거처럼 물이 바로 옆에 있어야만 생활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수도와 전기가 공급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2015년 초에 여행했던 미얀마 인레 호수에서는 수운이 여전히 더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에 여전히 물 위에도 마을이 존재하는 것이고... 강경의 발달과 쇠락이 여기서도 동일한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천 년이라는 시간이 지탱해온 마을의 역사가 주가각을 새로이 태어나게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녁은 처음의 그 쫑쯔로! 이 동네의 쫑쯔는 꽤 유명한지 마을 입구인 이유도 있겠지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처음의 그 사진이다. 다리 밑에는 초록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또 다리 위에는 초록의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 천 년 전에도 아마 사람은 달랐을지언정 어느 누구는 이 곳에서 일을 하고 생계를 잇고 그 사이사이 저와 같이 초록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주가각이 초록의 물길인 이유이다.
다시 제일 위, 표지사진을 올려서 보면, 사진 가득 녹음이 짙지 않은가?
TIP: 스타벅스 2층에 올라가지는 않았는데, 여기 스타벅스 2층에 올라가면 방생교 쪽을 바라볼 수 있어요. 그게 참 예쁘다고 합니다 // 낮시간대 방생교엔 정말 사람이 많아요 // 처음 버스터미널 지나오면 인력거 호객꾼이 엄청 많은데 터미널에서 입구까지 엄청 가까워요! 안 타도 되세요 // 주가각에서 상해 돌아오실 때 너무 늦게 돌아오시면 정말 오래 기다리거나 고속도로를 입석으로 오시는 경험을 하게 된답니다 (저희가 그랬어요) 야경에 빠져있다가 정말 버스 놓치세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