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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K Sep 07. 2016

맛으로 남경을 뛰어넘다

<上海遊覽> (四) 상해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

한국에서 전라도 음식을 '남도요리'라 통칭하는 것처럼, 중국에서도 북경요리는 경채(京菜)라고 줄여 말하고, 사천요리는 천채(川菜)라 줄여 말한다. 그렇다면 상해요리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답은 소채(蘇菜)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상해는 강소성(장쑤성)에 붙어 있긴 하지만 예전에는 분명 절강성(저장성) 땅이었다. 그렇다면 절채(浙菜)라고 불러야 맞는 말 아닌가? 그리고 중국에서는 절강성 요리를 분명 절채라고 부른다. 


이게 무슨 영문일까?


우리는 보통 '상해요리'를 중국 4대 요리 중 하나라고 칭한다. 그런데 사실 '상해요리'라고 할 만한 요리들 중 정말 몇백 년 된 상해요리는 부용청해(芙蓉青蟹;푸롱칭셰, 상해 게 요리)나 새우요리 같은 해산물 요리들 정도? 현대 상해에서 우리가 '상해요리'라고 부르는 요리들의 원형은 사실 남경요리에 보다 가깝다.


상해가 현대에 와서 조차지로 비로소 역사에 등장한 도시인 것과 반대로, 남경(난징)은 전통적으로 장강(양쯔강) 이남지역, 그러니까 중국의 지역구분으로 볼때 강남지방을 대표하는 도시였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남경도 내륙수운이 발달한 도시였기 때문에 강남 곳곳의 물자가 모이기 좋았기 때문이다. 장안(서안)과 낙양(뤄양)이 서진시대 이후 이민족에게 밀려 쇠퇴하자 옛 오(吳; 우리가 아는 그 삼국지의 손권이 세운 오가 맏다)의 수도인 건업(建業)의 자리에 세워진 도시였다. 이후 남경은 한족 국가들의 중심지가 되어 오랫동안 번성했다.


다들 잘 모르는 사실 하나!
남경은 현재도 수도라는 사실! 어디의 수도일까? 답은 중화민국,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대만이다. 타이페이는 여전히 헌법상으로 중화민국의 임시수도이며 중화민국의 명목상 수도는 어디까지나 남경이다. 보통 타이페이가 임시수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도 헌법상 수도가 북경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북경은 국공내전에서 중국이 승리하기 전까지 북평(北平;베이핑)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뭐, 북경 역시 예전엔 청나라의 수도로서 연경(燕京;연나라의 수도라는 뜻)이라 불리던 중요한 도시임에는 분명하지만 말이다. 사실 중화민국은 반청의 기치를 가지고 일어난 나라이니 청나라의 수도인 북경에 대해 상대적으로 저평가하기도 했고 말이다. 마치 조선왕조가 한양을 수도로 삼은 이후 개경을 개성으로 격하했듯이.


상해 요리 이야기에 왜 이렇게 남경 이야기를 많이 하냐 하면, 현대의 상해요리는 결국 그 남경 지역의 요리가 개항 이후 서양인과 외지인의 입맛에 보다 맞게 맞추어진 요리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해지방에 원래 존재하던 특유의 해산물 문화가 더해져 현재의 중국 4대요리가 만들어졌다.

원래 강남 요리는 강북지역의 요리에 비해 담백하고 깔끔하다고 하지만 상해요리, 그 중에서도 모던한 요리를 먹으면 "이것이 분명 중국요리 맛은 나는 데 내가 아는 중국요리가 맞아?"라는 말이 나올 법 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중화요리는 산동화교들에 의해 재창조되고 발전되었으니.


우리가 서울에 살면서도 매일 한국음식을 먹는 것은 아니듯이, 상해에서도 상해요리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상해가 중국 경제의 중심지인 것처럼, 중국의 모든 산물과 음식이 집합하는 곳이 현대의 상해이다.

상해에서의 4일은 그 모든 것을 맛보기에는 너무 짧다. 이 요리가 상해요리가 맞는지에 대해 고집하기보다는, 맛있는 요리를 상해에서 먹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상해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들을 골고루 맛보고 싶어 택한 음식점들이 아래의 식당들이다. (참고로 가격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음에 양해를 구합니다. 엥겔계수가 원래 좀 높아요...)



첫날 들렀던 이 곳은 상해요리집이 아니다. 상해의 유명한 운남(雲南; 윈난)음식점인 Lost Heaven(花馬天堂). 운남성엔 예로부터 타이, 미얀마계 소수민족이 많이 살았고, 이에 따라 다른 지방과 비스무리하게 생긴 음식들도 조금 더 향신료가 강한 특성을 지닌다. 춘권, 궁보저육(公保豬肉; 궁보계정과 비슷하지만 돼지고기로 만든 요리). 죽순탕, 그리고 중국에서는 엄청나게 자주 먹는 단차오판(蛋炒飯; 계란볶음밥). 넷 다 사실 중국에서는 보편적인 요리이지만 Lost Heaven에서 먹었던 맛은 조금 달랐다.


Lost Heaven은 상해에 두 곳이 있는데, 와이탄(Bund)에서 가까운 곳을 택했다. 분위기는 둘 다 차이가 없는 듯하다.


Lost Heaven Bar 花馬天堂
200002 上海市 黄浦区 延安东路17号甲 (17 Yan'an E Rd. Huangpu, Shanghai)
+86-21-6330-0967

영어는 아마 잘 하시는 듯합니다. 저 말고 다른 한국인들의 후기가 있는 걸 보면 한국인들이 생각보다 많이 찾는 듯합니다. 



셋째 날 점심엔 예원에 들렀다. 개인적으로 예원 바깥의 북적거리는 거리는 참 별로였지만(중국 특유의 시끄러움도 시끄러움이지만 호객행위 소리가 더 시끄러워서...) 예원 안의 건물, 바위, 정원은 왜 여길 그래도 가 보라고 하는지 느낄 수 있는 정도. 그 시끄러움이 예원 안으로 조금만 들어오면 없어졌던 것 같다. 그냥 무작정 앉아서 멍하니 지나가는 사람을 보다 하늘을 보다 해도 좋은 쉼터였다.


예원에서 우리는 그냥 사람 많은 아무 곳이나 무조건 들어가자는 생각으로 사람들이 엄청나게 줄서 있던 남상만두점(南翔饅頭店)에 줄을 섰다. 나중에 보니 블로그도 많고 상해 관광 팜플렛에도 있는 엄청난 집이었는데...


첫 두 장의 사진이 우리가 시킨 35위안짜리(한국돈 6000원 정도) 해황관탕포(셰황관탕바오;蟹黃灌湯包)이다. 관탕포가 뭔가 했더니 저렇게 관을 꽂고 육수를 마시는 만두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속은 게살로 만들었는데... 만두피의 술맛이 엄청나게 진하다. 정제되지 않는 맛? 맛이 없다라고 이야기하기보다는 투박한 맛이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저것만 시킨 이유는 두 번째 집에서 본 탕원(湯圓)때문이었다. 하루에 세 번밖에 못 먹는 밥이 너무 아깝지 않냐면서 이것저것 다 주워먹었는데, 이 두 번째 집에서 그 주워먹음의 끝을 달렸다. 남상만두점 건너편, 광장에 있는 영파탕단점(寧波湯糰店)이었다. 영파(寧波;닝보)는 상해 남쪽에 있는 도시인데, 이 도시의 탕원이 유명하다는 이야기는 일찍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녹색의 떡 같이 생긴 것이 바로 그 탕원이다. 원래 탕원은 중화권에서는 정월대보름에 물에 띄워 삶아먹는 음식인데, 대만에 살 적에 먹었던 탕원은 조그맣고 마치 우리나라에서 파는 꿀떡같은 맛이어서 참 좋아했다. 그런데 내가 기대한 그 탕원이 아니라 거대한 떡이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먹은 저 탕원은 흑깨로 소를 채워 넣은 탕원. 동행한 J씨의 의견에 따르면 저 탕원은 마치 물에 맛을 약간 희석한 찰떡같은 맛이라고 한다. 나 역시 이 의견에 격하게 동의했다. 

여기서는 정말로 이 지역의 요리다운 게 요리와 딤섬 같은 것들도 판다. 추천할 맛까진 아니지만 이 지역 음식이 원래 어떤 모습이었는지 생각해 보는 데는 괜찮은 곳이었다.


Nanxiang Mantou Dian (Yuyuan) 南翔馒头店(豫园新路)
200010 上海市 黄浦区 豫园路 85号 (No. 85 Yuyuan Road, Huangpu, Shanghai)
+86-21-6355-4206

메뉴판은 기본적으로 중국어로만 쓰여 있습니다.
해(蟹)=게, 저(猪)=돼지고기, 소롱(小籠)=소룡포 정도의 한자는 알고 가시면 편하실 것 같아요!
Ningbo Tangtuan Shop 宁波汤团馆
200010 上海市 黄浦区 豫园老街 104
+86-21-6355-9999

여긴 위 집보다 조금 덜 알려진 집이라 영어는 잘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 같았어요. (상해어를 더 편해하시는 것 같기도...



이날 저녁, 상해에서 먹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음식들을 찾다 발견한 폴 파이렛(Paul Pairet)의 식당인 Mr and Mrs bund라는 곳에 들렀다. 사실 Ultraviolet라는 식당도 있는데 거의 2달 전에 예약해야 하는 데다 100만원에 가까운 지출, 한 끼를 위해 100만원을 지출할 생각도 계획도 능력도 없는 우리였지만 2016년 아시아의 베스트 레스토랑 28위인 이 식당은 들를만 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날은 저녁도 저녁이지만 와이탄의 18번 빌딩 꼭대기에서 와이탄과 동방명주를 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행복했던 점이었다.


우리가 먹은 것은 688위안(11만원)짜리 PP 클래식 코스. 참고로 이 코스 2인분이 내가 상해에서 썼던 모든 경비보다 비쌌다.


가장 위의 구운 빵 같은 아뮤즈부쉬는 소스가 아무래도 사우전드아일랜드 소스 같은 느낌이었는데 한두 가지를 뺀 느낌? 밋밋하지만 소스가 아뮤즈부쉬의 밋밋함을 살려주는 느낌이다.


첫 애피타이저는 콩 드레싱과 파마산을 얹은 루꼴라 샐러드와 트러플을 올린 토스트. 우리는 살면서 이 곳에서 트러플을 처음 먹었다! 알싸한 루꼴라 샐러드가 지나치게 쓸 수 있는데 트러플이 잘 잡아주는 느낌. 이걸 먹으면서 다음 메뉴에 대해 비로소 기대감을 가진 듯하다. 


(시계방향으로 순서대로 애피타이저, 메인(해산물), 메인(립) 순.)


두이 번째 Black Cod "In the bag" PP라는 메뉴가 이날 먹었던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요리인 것 같다. 저온조리한(시머링) 대구를 광동식 소스와 함께 낸 덮밥인데 맛을 부드럽게 이어주면서 여기가 중국이라는 것을 과하지 않게 표현해내는 듯한, Mr and Mrs bund는 이런 집이라는 걸 나타내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 다음 메뉴인 우측의 Jumbo Shrimp "In citrus jar" PP와 대응되는 음식인 것 같은데, 이건 오히려 비주얼은 화려했지만 맛은 레몬 맛 입힌 새우구이? 라고 해야하나, 평범한 맛이었다는 게 문제...


여기까지 먹어도 사실 배불러서 더 안 먹어도 될 뻔 했는데, 데리야끼 소스를 입힌 갈비가 나왔다!

메인이 하나 적거나 양이 적었다면 갈비를 맛있게 먹었을 것 같은데, 이제 이 갈비에 대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데리야끼 소스의 맛이 살짝은 과했던 것 같기도 하다. 



후식으로 망고를 얹은 사블레를 먹은 후 든 생각은 용두사미? 라고 해야하나... 분명 하나하나 맛있고 좋은데 대구 요리만큼의 충격이 살아나지 않았던 Mr and Mrs bund였다. 



이 곳에 낮에 가도 좋겠지만 밤에 가야 하는 이유는 사실 음식이 아니라 이 두 장의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앞에는 동방명주가 보이고, 오른쪽에는 20세기 초 건축된 와이탄 17번 빌딩의 아르누보 양식의 장식이, 그 아래에는 와이탄의 여러 빌딩이 보인다. 눈 앞에 100년 전의 야경과 지금의 야경이 같이 펼쳐지는데, 이 날이 상해에서 가장 황홀했던 밤인 이유를 이 사진 둘로 설명할 수 있을 것만 같다. 


Mr and Mrs Bund
 200002 上海市 黄浦区 中山东一路 18号 外滩18号6楼 (Bund 18. 6/F. 18 Zhongshan Dong Yi Lu)
+86-21-6323-9898
http://www.mmbund.com

메일 예약 가능한 것 같고, 저희가 갔을 때는 저희만 동양인이었어요. 서빙하시는 분께서 중국어 하는 사람 만나서 반갑다는 말을(...) 중국어로 이야기하면 엄청 좋아하시면서 신경써 주십니다.

만약 정말 여유가 많으신 분들이라면 이 집의 상위호환인(그렇지만 가격은 엄청나게 차이나는) Ultraviolet을 꼭 가보시길... http://uvbypp.cc
Mr and Mrs Bund는 와이탄 18호 빌딩에, Ultraviolet은 16호 빌딩에 있답니다. 



마지막 날 아침, 상해에서 자주 먹는다는 셩지엔바오(生煎包)집을 들렀다. 체인이라 어디서든 쉽게 먹을 수 있는 집이고, 비싸지도 않다. 비주얼이 좀 못 만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맛있다! 지금이야 중국 어디서든 쉽게 먹을 수 있는 물만두 종류지만 원래 이 음식은 상해에서 즐겨 먹던 음식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원래 한쪽이 저렇게 누렇고 한쪽은 희다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까지 대만이나 중국 다른 곳에서 먹었던 셩지엔바오가 짝퉁이었구나...


Yang's Dumpling  小楊生煎

상해 어디서나 찾을 수 있지만 저희는 아침으로 먹은거라 동방명주 올라가기 전 있는 곳에 갔습니다. 거의 현지인들이 있는 곳이지만 영어도 병기되어 있었어요.



공항을 떠나기 전, 이번 상해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집인 Fu 1088(福 1088)에 들렀다. 

양식도, 길거리 상해음식도 먹었으니 현대화된 상해음식도 한번 먹어야 할 것이 아닌가?

Fu 음식점은 여러 곳이 있는데 이 1088이 가장 먼저 생겼고, 1039, 1015가 차례로 생겼다. 이들 음식점들마다 특징은 약간씩 다르다고... 예약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이 찾기 힘들었다. 애시당초 이 건물은 프랑스 조계지 구역에 있던 주거용 건물이었고, 이 주거용 프랑스식 건물을 보수 후에 개조하여 만든 곳이기 때문이었다.


인당 최소 금액이 있다고 들었지만 우리는 제한 없이 먹을 수 있었다. 2명이 갔는데 메뉴를 너무 많이 시키면 남을 게 뻔했기 때문... 실제로도 남았고 말이다. 그런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닌지, 메뉴를 주문하는데 이 정도면 될 것 같다고 미리 언질을 주셨다. 사실 2명이 갈 때보다 8명이 아예 모임을 만들어 가면 아주 좋을 것 같은 곳이다. 



이 가구들이 계속 여기 있지는 않았을 것 같지만 건물과 잘 어울리는 모던한 느낌이다. 색.계가 생각나게 하는 배경의... 마지막 날 대단한 호화를 누린다고 생각했다. 건물이 오래된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지만 크게 드러날 정도는 아니었다. 



시계방향으로 조향사보(糟香四寶), 죽성매괴채(竹䗌梅槐菜), 청초수박하하인(淸炒手剝河蝦仁), 하자대조삼(蝦籽大鳥蔘), 개채해육두부갱(芥菜蟹肉豆腐羹). 이 무협지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음식들의 명칭은 이 다섯 요리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술에 담가서 향을 낸 네 가지의 보물인 조향사보는 술에 담가서 향을 냈지만 술 맛이 잘 나지 않고 향긋한 맛이 났다. 두 번째 요리가 지금까지도 생각이 나는 경악스러운 요리였는데, 우리는 이 음식을 먹고 이게 대체 뭘까 엄청 고민하면서 버섯인지 고기인지 토론을 하였다. 나중에 보니 이게 맛조개였다는 것! 맛조개를 어쩜 이렇게 비리지 않게 요리할 수 있는지! 여기에 같이 버무린 해당화나물(매괴채)의 향긋한 향이 자칫 씹는 질감만 있을 수도 있는 맛조개의 맛을 보다 돋구어주는 역할을 해 주었다. 아래의 세 요리들도 우리가 알고 있는 중식과는 완전히 다른 깔끔한 맛, 겨자채와 게살을 넣은 탕에 두부를 끓인 개채해육두부갱은 앞의 모든 요리를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해 주었으며, 하자대조삼의 새우살로 만든 볼 역시 자칫 미끌거리기만 하는 해삼의 질감을 입에서 정리해 주는 맛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만두들과 후식. 소룡포(좌상)와 궈티에(좌하) 모두 깔끔한 맛이었는데, 아침에 먹었던 셩지엔바오가 보급형이라면 이 만두들은 하이엔드 급의 맛? 궈티에는 잘라서 줄 수도 있는데 비주얼이 굉장히 독특했다. 


Fu 1088에서는 방 하나에 한 팀만을 배정하여 20세기 초 조계지에서 대접받는 사람이 되는 느낌을 받게 한다.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스크림에 레인보우 스프링클을 뿌리는 것 같은 느낌, 귀빈을 모시고 오면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은 곳이었다. 여기에 중식의 기본적인 형태와 맛을 전혀 잃지 않으면서 입에 기름지고 텁텁한 맛은 나지 않는, 이번 여행 최고의 맛집이라 불러도 좋을 듯했다.


Fu 1088 福 1088
上海市 静安区 镇宁路3 75号(375 Zhenning Lu, Jingan, Shanghai, China)
+86-21-5239-7878

예약은 전화로만 받습니다. 전화를 받으신 분께서 영어를 잘 못하시는 듯하고, 중국어로 예약할 경우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호텔 카운터나 다른 곳에 도움을 부탁하시는 게 좋을 듯해요. 
도심 유명 관광지에서는 약간 떨어져 있으니 길 찾을 때는 주의를 요합니다. 


물자가 모이는 곳에 음식이 있다


지금처럼 상해요리가 유명해진 데에는 분명 개항과 경제력의 힘이 컸을 듯하다. 

지방에서 방금 상경했던 대학교 초년생 때 서울에 사시는 고모가 서울 음식이 더 맛있다고 말씀하셨을 때 내가 어떻게 서울 음식이 맛이 있냐고, 음식은 전라도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서울에 몇년 살고 보니 정말로 서울 음식이 더 맛있더라. 


이게 전라도 음식이 서울 음식보다 맛이 없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절대적인 종류가 전라도 음식보다 다양하다는 이야기이다.


자주 들르는 식당의 셰프님께서 지방에서 신선한 재료를 구하는 것의 어려움을 토로하시면서 해 주신 말씀은, 지방에서는 제철에 그 지역에서 나는 음식이 아니라면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들도 더러 있는데, 서울에서는 일단 물자가 모두 서울로 모이기 때문에 재료를 보다 신선하고 싸게 구하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말을 듣고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현지 음식'이란, 그 지역에서 대대로 먹던 전통적인 음식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 지역의 현대 문화를 대표하는 것이기도 한데, 우리는 지금까지 전자에만 지나치게 고집해 오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상해 요리도 마찬가지의 기분이었다. 물론 상해요리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특색도 있겠으나, 재료의 종류가 많고 다양한 지방의 사람들의 입맛을 모두 맞추다 보니 어느 누구나 쉽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로 진화한 것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깔끔하고 담백한 상해요리의 모습을 만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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