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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 볼께, 아주 많이

반려 동물의 죽음 앞에서 슬퍼하는 아이를 위한 그림책

                  

그림책은 시각언어로서 어린이가 생활하고 성장해 나가는데 있어 상상력, 정서발달, 창조력, 사고력 계발에 중요한 요인이 되며, 인생에 걸쳐 책에 대한 태도를 결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본 그림책은 성인이 된 후에도 의식, 무의식속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니글이는 올해로 10살 나름 자기 합리화가 가능한 나이다. 얼마 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구피의 떼죽음에 다시 진주린 10마리와 네온테트라라는 물고기를 사다가 주었다. 베타라는 열대어도 사 주었는데, 일주일 전에 죽었고, 2주 전에 사온 장수풍뎅이도 3일 전에 죽었다.   며칠 전 니글이가 쓴 일기다. 나름 슬퍼하는     듯.           

   오늘 니글이가 고양이를 사서 키우고 싶다고 떼를 쓰고 있다.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 개라서 안 죽는단다. <100만 번 산 고양이> 사노 요코/비룡소를 읽었는데 고양이는 마음만 먹으면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그러니까 잘 죽는 물고기보다 거북이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나,

난 “너 하나 키우는 것도 무자기 힘들거든, 안돼!”하지만 집요하다, 조만간 난 니글이의 공략에 지쳐 짜증을 내며, 고양이나 거북이를 사러갈 거 같은 불길한 예감에 빠진다. 

오늘 소개할 그림책은 울 딸들이 좋아하는 프라이드치킨과 양념 치킨, 반반 아니고 병아리를 키우는 귀여운 아가들이 주인공인 그림책이다.




 <양념이와 프라이드> 이선일/푸른날개/2014.10.30. 



             

책의 내용은 어린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유치원생 정훈이에게 양념치킨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간식이다. 엄마 손을 붙잡고 치킨을 사러 가는 길에 운명적으로 만난 노오란 병아리! 정훈이는 그 좋아하는 치킨도 마다하고 병아리를 사 달라며 엄마를 조른다. 이렇게 키우게 된 작고 귀여운 두 마리의 병아리는 정훈이와 동생 지훈이의 단짝 친구가 된다. 병아리들이 알면 섬찟할 ‘양념이’와 ‘프라이드’라고 이름을 붙여 놓고 동생 지훈이는 노오란 새끼 병아리가 커서 바삭바삭한 프라이드치킨이 된다는 설렘에 “형, 프라이드는 얼마나 커야 먹을 수 있어?” 하고 묻는다. 

 지훈이의 엉뚱한 말에 깜짝 놀란 정훈이는 “친구는 먹는 게 아니라.”며 버럭 화를 낸다. 이들 형제들에게  양념이는 더 이상 맛있는 간식 양념치킨이 아니라 소중한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유치원에서 공부할 때도 온통 양념이와 프라이드 생각뿐이고, 유치원 모자에 병아리를 담아 함께 자기도 하며, 양념이에 대한 생각들로 하루가 지고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양념과 프라이드가 많이 아파 지훈이랑 정훈이는 치료도 해주며 정성껏 보살펴 주었는데. 

양념이와 프라이드는 정훈이의 곁을 떠나가고 말았다. 예쁜 숲에 양념과 프라이드를 묻고 양념이와 프라이드는 어른 닭이 되지 못하고 하늘나라에 가버리고 말았다.

 이 책을 읽어 줬더니 니글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 나 많이 미안해, 장수풍뎅이한테도 물고기들한테도, 엄마 근데, 난 고양이도 귀엽고, 강아지도 키우고 싶어, 생명들을 많이 많이, 이거 나쁜 생각이지.... 참아 볼게 아주 많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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