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1억 오른 집값, 집주인의 달라진 눈빛

전세 하나 못 구하면 제주에서 서울로 이사 가야 한다고?

by 임루아



가계약금을 보낸 뒤, 나는 비로소 내가 뭘 한 건지 직시하게 됐다.



갭투자.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감이 안 왔다. 전세를 끼고 산다? 그게 뭔데? 하지만 임장을 다니고, 카페를 뒤지고, 컨설팅을 받으면서 조금씩 윤곽이 잡혔다.



갭투자란 이런 것이다. 12억짜리 아파트가 있다. 전세가가 7억이다. 그렇다면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

즉 '갭'은 5억. 나는 이 5억만 있으면 12억짜리 집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전세 세입자가 7억을 내주니까.



들리기엔 마법 같지만, 현실은 전쟁이다.

문제는 내 통장에 12억이 없다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잔금을 다 치를 현금이 없었다. 계약 후 잔금일까지 전세 세입자를 구해야 했다. 세입자가 내는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구조. 만약 전세를 못 구하면?



직접 입주해야 한다.



나는 제주도에 산다. 실거주 집이 제주에 있다. 성동구 그 복도식 구축에 당장 들어가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이 학교는? 남편 일은? 제주 집은 어떻게 하고?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했다.

그런데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5월에 계약을 했는데, 6월이 되자 세상이 뒤집어졌다. 2025년 2월 서울시가 강남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하면서 풀린 물꼬가, 대선을 앞두고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갔다.



6월 3주차,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0주 연속 상승하며 6년 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성동구는 무려 0.76% 상승하며 서울 25개 구 중 가장 높은 상승폭을 찍었다. 금호동, 하왕십리동 선호 단지들을 중심으로 호가가 미친 듯이 뛰어올랐다.



내가 11억 9,800만 원에 계약한 그 집. 한 달 만에 호가가 13억을 넘어섰다.

주인집의 태도가 달라진 건 그 즈음이었다.



처음 계약할 때만 해도 담담했던 집주인 아들이, 어느 날 전화를 걸어왔다.

"요즘 옆 동 같은 평수가 14억에 나왔더라고요. 저희가 좀 싸게 판 것 같아요."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뉘앙스는 분명했다. '이 가격에 넘긴 게 아깝다.'

나는 전화기를 붙들고 식은땀을 흘렸다. 아직 잔금도 안 쳤는데. 전세 세입자도 못 구했는데. 혹시 계약 파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다행히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연락이 뜸해졌고, 서류 요청에 대한 답도 느릿느릿해졌다. 사람 마음이란 게 이렇게 티가 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진짜 폭풍은 6월 말에 왔다.

6월 27일, 정부는 긴급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고 대출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다음 날인 6월 28일부터 바로 시행.



주요 내용은 이랬다. 수도권이나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은 최대 6억 원까지만 가능해졌다. 예전에는 조건만 맞으면 10억 원 넘게도 빌릴 수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한도가 확 줄어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집값이 14억 원인 서울 아파트를 사려면, 예전에는 대출 10억 원과 자기자금 4억 원으로도 가능했지만, 이제는 대출이 6억 원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자기자금이 8억 원 이상 필요해졌다.



갭투자자에게 이게 무슨 의미냐면— 전세 세입자를 구해도, 본인 자금이 부족하면 대출로 메꿀 수 없다는 뜻이다.



카페가 난리가 났다.


"잔금 어떻게 치르냐", "계약 파기해야 하나", "지금 사면 바보다"… 공포와 분노가 뒤섞인 글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10월, 결정타가 날아왔다.



10월 15일, 이재명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동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버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뭐냐고?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을 사고팔 때 지자체 허가가 필요하고, 집을 사는 사람은 실거주 목적을 증명해야 하며, 최소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가장 치명적인 건—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해진다는 것.



서울 전역이다. 서울 전역.



만약 내가 5월에 계약하지 않았다면? 만약 조금만 더 망설였다면?

그 생각을 할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5월에 계약을 완료하고, 6월 초에 전세 세입자를 구했다. 6월 27일 대출규제 발표 직전이었다. 10월 15일 토허제 지정 5개월 전이었다.



우연이었을까? 운이었을까?



모임에서 들었던 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 "완벽한 타이밍은 없어요. 실행이 타이밍이에요."



그 말이 맞았다. 하지만 솔직히, 실행하면서도 확신은 없었다. 그냥 눈 딱 감고 뛰어든 것에 가까웠다.

전세 세입자를 구한 이야기, 그리고 잔금일에 벌어진 일들은 다음 화에서 이어가겠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한 달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긴 한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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