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야 할 첫 계약, 후회부터 시작됐다

실행은 했지만 확신은 없었던, 내 인생 첫 투자 순간

by 임루아

2025년 5월, 대선 직전이었다. 시장 분위기는 뜨겁다 못해 들끓고 있었다. 부동산 카페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대세상승기’라는 단어가 오갔고, 내가 불과 몇 달 전까지 임장 다니며 발품 팔던 아파트들은 하나같이 호가가 1억씩 올라 있었다.



“이러다 정말 못 사는 거 아냐?”

조급함이 가슴을 눌렀다.



그때 전화가 왔다. 성동구의 한 부동산 사장님이었다.

“전에 보셨던 그 집, 지금 바로 결정하시면 됩니다. 12억인데 11억 9800까지는 가능해요. 바로 안 하시면 2순위 들어옵니다.”

입지는 분명 괜찮았다. 5호선 역세권이었으니 교통은 탄탄했다. 하지만 그 외의 조건들은 마음에 걸렸다. 아파트는 이미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구축이었고, 구조는 복도식이라 답답했다. 전용 59㎡라 크지도 않았고, 인테리어도 깔끔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사진 속에서는 어찌저찌 괜찮아 보였지만, 현장에선 생활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집들이 낫지도 않았다.



언덕에 있어 오르내리기만 해도 숨이 찌든 곳, 로얄동이 아니라 채광이 어둑했던 집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이야기도 전혀 없는 오래된 단지들. 컨설팅 업체에 50만 원 가까이 내고 상담받았던 집은 호가와 실거래가 차이가 너무 커서 애초에 매수가 불가능했다. 수십 군데를 다녔지만, 마음에 ‘딱’ 드는 집은 하나도 없었다.



그 순간, 모임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완벽한 타이밍은 없어요. 실행이 타이밍이에요.”



부동산 사장은 재촉했다.

“11억 9800. 지금 바로 안 하시면 다른 분한테 갑니다.”



남편은 덤덤했다.

“네가 하고 싶으면 해. 결정은 네가 해.”

책임은 온전히 나에게 넘어왔다. 펜을 드는 대신,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계좌번호를 입력했다. 손이 떨렸다.


가계약금, 송금 완료.



그 순간 나는 실거주용 제주집 이후로 처음으로,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손에 넣은 사람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쁨보다 불안이 먼저 몰려왔다.

‘내가 지금 뭘 한 거지?’

‘이 집, 조건이 그렇게 좋지도 않았는데….’

머릿속에서 계속 같은 문장이 맴돌았다.

자리에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계약서가 떠오르고, 복도식 복도가 스멀스멀 다가왔다. “왜 이렇게 서둘렀지? 조금만 더 기다려볼 걸….” 후회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다시 스마트폰을 열어 시세를 검색하고, 비슷한 단지 매물들을 확인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해 보았다. “그래도 역세권이잖아. 그래도 이 정도 가격이면 괜찮은 편이야.” 그렇게 합리화를 하다 보니 새벽 두 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기대와 불안, 설렘과 후회가 한꺼번에 몰려와 뒤척이다가 결국 깨달았다. 아, 이게 바로 내 인생 첫 투자 아파트의 무게구나.



그리고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이제부터 진짜 전쟁, 바로 전세 세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풀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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