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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삭임 Oct 12. 2024

흰..그리고?

겨울이 목전일 급가을 날.

풍부한 햇살이 따가운

소나무 카페 꿀밤 나무 아래서

속에 입은 긴팔 흰 면티에

걸쳐 입은 흰 린넨 셔츠가

꿀밤나무 그늘에서는 짙은 흰으로

훅! 반해서 한참 고개를 숙여

유난히 단정한 흰빛을 쳐다보았다.


33도를 가리키던 늦은 더위에

급체할 듯 다가온 찬 가을.


나는 이 흰 린넨셔츠를

입어보지도 못하고

겨울을 맞이하기는 아쉬워서

걸쳐입었는데...가을 볕에

흰 린넨은 그냥..발광체였다.


그늘 속에서는

발광이 잦아들어

오묘하게 깊은 흰으로

그만 반해버린 것이였다.


그리고

그 깊은 흰과 닮았던 것 같은

소설가 한강의 '흰'이

보고싶었다.


책의 문장은 기억나지 않고

느낌만이 연기처럼 남아 떠오른

나이가 되었다는 것..


깊은 흰은

깊은 차분함같아서

차분함은 맑은 기운과

보고싶으나 당장 볼 수 없는

아리한 기분까지 걷는 걸음에

신처럼 신고 어슬렁 걸었다.


집으로 왔으나

흰을 찾아보지는 않았다.


나는 그것을 다 즐겨서

그건 그 때에 이미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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