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목전일 급가을 날.
풍부한 햇살이 따가운
소나무 카페 꿀밤 나무 아래서
속에 입은 긴팔 흰 면티에
걸쳐 입은 흰 린넨 셔츠가
꿀밤나무 그늘에서는 짙은 흰으로
훅! 반해서 한참 고개를 숙여
유난히 단정한 흰빛을 쳐다보았다.
33도를 가리키던 늦은 더위에
급체할 듯 다가온 찬 가을.
나는 이 흰 린넨셔츠를
입어보지도 못하고
겨울을 맞이하기는 아쉬워서
걸쳐입었는데...가을 볕에
흰 린넨은 그냥..발광체였다.
그늘 속에서는
발광이 잦아들어
오묘하게 깊은 흰으로
그만 반해버린 것이였다.
그리고
그 깊은 흰과 닮았던 것 같은
소설가 한강의 '흰'이
보고싶었다.
책의 문장은 기억나지 않고
느낌만이 연기처럼 남아 떠오른
나이가 되었다는 것..
깊은 흰은
깊은 차분함같아서
차분함은 맑은 기운과
보고싶으나 당장 볼 수 없는
아리한 기분까지 걷는 걸음에
신처럼 신고 어슬렁 걸었다.
집으로 왔으나
흰을 찾아보지는 않았다.
나는 그것을 다 즐겨서
그건 그 때에 이미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