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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촌 Jan 09. 2022

여행의 시작

2021년 캐나다 로드트립(1)

출발 시간은 늦어진 오후 9시로 출발 하자마자 해가 지기 시작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참이였던 어느 2021년의 중간, 운이 좋게도 바이러스 수치가 내려가기 시작했을 때 캐나다의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를 갈 일이 생겼다.


 그 옆인 알버타 주에서 지내고 있던 나는 코로나로 인한 주 이동 봉쇄가 풀리기만을 기다렸고 봉쇄 해지가 된 지 이틀 만에 허겁지겁 준비를 하여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다.


 이번 여행도 역시나 로드트립이었다.

 BC주로의 로드트립은 몇 번 있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길을 선택해 보기로 했다. 


교대가 늦어졌지만 고맙게도 가면서 먹을 음식들을 싸주셨다

 그것은 바로 미국과의 국경 근처에 있는 3번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일명 "Crowsnest Highway" 라 불리는 이곳은 말만 고속도로였지 여느 한국의 국도 여행이라고 말해도 손색없을 정도였고 BC로 갈 수 있는 조금 다른 느낌의 방법 중 하나였다.


 배를 타야 하는 일정 때문에 일을 교대 하자마자 출발하기로 했지만 교대자와의 착오 문제로 시간이 지체되었고 첫 번째 도착 장소로 출발을 할 때는 오후 9시가 다 되었다.

 달리는 도로에서 김밥을 입으로 반, 땅으로 반 던져 넣으며 해가 빨리 지지 않기를 바랐다.  










여름의 캐나다는 해가 거의 10시까지 떠 있지만 구름이 나를 도와주지는 않았다

 급한 마음을 부여잡고

 서둘러 달리니 다행히도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첫 번째 장소의 표지판이 들어왔다.

 고속도로에서 이곳의 간판은 많이 봤었지만 와 본건 처음이었고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서도 아무도 없는 시골길을 한참 또 달려야 했다.  

멀리 보이는 넓은 절벽과 한눈에 어떤 곳인지 알수 있는 입구 표지판

드디어 당도한 이번 여행의 첫 번째 장소는 'Buffalo Jump'라고 불리는 원주민들의 절벽이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이곳은 예전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이 버팔로를 절벽에서 떨어뜨려 사냥하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가면 끝없이 넓은 절벽이 날 맞이 할 줄 알았는데 매표소인 것 같은 건물과 함께 입장료를 내지 않으면 못 들어가게 해 놓았는지는 몰랐다.

 심지어 밤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그곳은 당연히 닫혀 있었다. 

이렇게 자연 그대로에 무언가를 해놓았을지는 몰랐다. 그래도 멀리 절벽이 보이긴 했다.

 아무도 없었지만 멀리서도 어렴풋이 절벽이 보였기 때문에, 물론 내가 생각했던 게 정확한 지점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굳이 철조망을 넘어가진 않았고 잠시 멈춰 그곳의 바람 냄새로 그 옛날을 상상하고 난 뒤 바로 다음 행선지로 향하기로 했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고 버팔로 점프 지역에서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가는 길은 완전 시골 비포장 도로라서 제발 이 캐나다 대륙 한가운데서 멈춰 서는 일이 없기를 빌며 조심히 빠져나왔다.

운이 좋게도 내가 서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최대한 해를 따라가는 모양새 였다.


 그리고 밤이 다 되어 도착한 두 번째 장소는 벨레뷰라는 조그마한 마을의 광산 동굴이었다.

해가 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곡성의 한 장면 때문인지, 혹은 어렸을 적 가족들이랑 갔던 북한군들의 땅굴 때문인지 동굴은 내게 조금 꺼림칙한 곳이지만 오늘 밤은 이 마을 근처에서 보내기 때문에 오늘은 기회였다.


여기도 무언가를 해놨구나

 헌데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폐쇄된 예전 광산 동굴이라 자연스럽게 두었을 줄 알았는데 입구부터 요란스럽게 해 놓았고 입구도 막혀 있어 보였다.














 잠시 고민한 끝에 이번엔 헤드라이트와 등산 스틱, 간단한 간식 가방으로 무장?을 하고 직접 걸어 들어 가보기로 했다.

 한 밤중에 마을은 조용했지만 닫혀 있는 곳에 들어간다는 것은 여간 눈치가 보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주변의 소리는 물론 이거니와 내 숨소리, 발자국 소리 하나하나 신경을 쓰며 톰 소여가 된 듯 입구를 지나 10분 정도의 산길을 조마조마해가며 걷고 나니 멀리 탄광 건물들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아무도 없다고 생각이 되었지만 건물 안에 불이 켜진 곳을 지날 때는 제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길 간절히 바라며 자갈길을 살금살금 걸었다.

 최대한 건물 쪽으로 붙어서 숙여 걷는데 갑자기 센서 등에 불이 들어와서 화들짝 놀라는 둥 아무튼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며 드디어 동굴 가까이 도착했고, 나는 그 순간 우두커니 멈출 수밖에 없었다.


 또 입구가 닫혀 있었다.


그런데 나를 멈춘 것 그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동굴에서 새어 나오는 기운, 아니 바람이었다.

동굴로부터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은 흡사 다른 세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한 그런 이질적인 것이었다.

그 매섭고 날카롭고 어둡고 차가운 것을 멀리서 느끼자마자 마자 나의 동굴로 들어가려던 마음은 순식간에 전의를 상실했다.


 그리곤 한 여름이 무색하게 추워진 내 몸을 추스리기 위해 서둘러 차로 도망을 쳤다.

물론 돌아갈 때도 살금살금 쥐새끼처럼 조심히 돌아갔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이건 동굴의 기운에 압도되어 줄행랑쳤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래서 사람들이 여름엔 공포체험을 하나 보다.

 

건물 외벽에 그려져 있는, 밤에 보면 음산하기 그지없는, 벽화들과 멀리 보이는 동굴 입구

 




차로 와서 바로 그 마을을 떴다.

괜히 마을 자체가 음산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잠시 후 괜히 난 겁먹었던 게 아니라고, 잠겨 있지 않았다면 들어가서 동굴 안에 있는 악당들을 물리쳤을 거라며 정신승리를 한 뒤 분풀이로 근처에 찾아두었던 다른 지역문화유산 터를 가보기로 했다.




 두 번째로 간 곳도 예전 탄광 건물의 터였던 곳 이라는데 그냥 밤 산책하기 좋은, 조금은 오싹한, 그런 정도의 인상만 남아 있다. 그리고 빛이 하나도 없어 별을 보기 아주 좋았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이곳에 수도꼭지가 있어서 무사히 세수를 하게 해 준 고마운 장소이기도 하다


세수도 우연찮게 마첬겠다 다음 날 둘러볼 곳이었던 주차장으로 이동 후 다음 날을 기약하며 잠이 들었다. 


1. 두번째 장소인 Leitch Collieries 2. 빛이 하나도 없어 별이 잘 보였던 그곳 3. 나를 밤새 긴장시킨 큰 노래 소리와 약냄새가 진동했던 차 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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