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과의 일대일 면담이 있었다. 교수님은 내게 공부는 따라갈만한지, 어려운 건 없는지, 어떤 성장이 있었는지를 물어보셨다. 먼저 들으면 도움이 될 수업도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그러고 나서, 지난 학기 성적과 공부를 하면서 무슨 경험들을 했는지 물으셨다. 다양성을 수용하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는지, 임상이나 연구, 교육, 봉사와 같은 여러 영역에서 접점이 있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어지는 교수님의 말씀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미국에서는 공부만 잘하는 아시아인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요. 네가 공부 잘하는데, 그게 뭐 (so what)? 네가 하는 공부로 사회에 무엇을 기여했는지, 얼마나 좋은 시민인지가 중요합니다."라고 하시며, 앞으로 그런 생각을 염두에 두면서 공부를 하고 경험을 쌓으라고 조언해 주셨다.
내가 속했던 교육 현장에서 이런 말을 들었던 적이 있던가.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위를 향해 달려야 한다고, 다른 건 좋은 대학을 들어가거나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나서 생각하라는 메시지가 더 익숙한 듯하다.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여 모두가 앞만 보며 달렸던 것 같다.
그렇게 달려간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정상이라고 생각한 곳에서는 또 다른 경주가 펼쳐지진 않았던가. 꿈의 끝에 이타심이 없다면 공허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함께 살기 위한 고민을 지금부터 하지 않는다면, 내가 왜 뛰는지도 모르는 체 언제나처럼 뛰고 있을 것만 같다. 내 꿈의 끝에 공허함이 아닌, 좋은 것들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들이 가득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