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수 증원 논의와 몇가지 생각

by 금태섭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과 관련해서 의원수 증원 논의가 한창이다. 정치를 하면 할수록 의회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삼권분립이라고는 하지만 갈수록 집행부의 힘이 입법부나 사법부에 비해서 압도적이 되는 현대 민주국가에서 의회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는 꼭 필요하며, 그런 의미에서 의원 숫자를 증원하자는 의견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나중에 긴 글을 쓸 기회가 있겠지만, 일단 몇가지를 지적해두고 싶다.


1) 의원수 증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과는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최근 의원수 증원 문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논의되는 경향이 강하다. 비례대표의 숫자를 늘이기 위해서는 지역구 의원 숫자를 줄이거나 의원 정수를 늘여야 하는데 지역구 숫자를 줄이기가 어려우니 전체 숫자를 늘이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의원수 증원은, 입법부 강화라는 측면에서 독립적인 논리를 가지고 추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470조에 이르는 예산을 심의하고 치밀하게 결산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의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야 한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행정작용을 이해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의원수 증원 논의를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2) 그런 면에서, 국회에 소요되는 예산 총액을 고정시킨 채 의원 수를 늘이자는 주장에 반대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만을 위해서라면 보좌진 숫자도 줄이고 세비도 대폭 깎아서 의원 숫자만 늘여도 된다. 그러나 그것은 입법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청에는 반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더 필요하다면 그만큼 인력과 예산을 보강해야 한다.


내년도 예산이 470조인데 국회에 들어가는 예산 전체가 6,400억원에 불과하다. 언론에서는 의원실 1개를 운영하는데 6억이 들어간다고 하면서 마치 엄청난 비용이 낭비되는 것처럼 보도하는데 국회의원 숫자를 60명 늘인다고 해도 360억원이 더 드는데 불과하다. 행정부를 견제하고 제대로 된 법안들을 만드는데 이 비용이 과연 지나친 것인가.


3) 정치 혐오의 목소리가 힘을 얻어서는 안 된다.


의원수 증원에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서로 상대방에 대해서 정치 혐오의 혐의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 혐오는 주장의 내용을 떠나서 우리 안에 폭넓게 퍼져있다.


의원 정수를 늘이자는 쪽에서 국회 운영에 소요되는 예산을 고정하자고 하면서 '같은 값에 의원 여럿을 쓰자.'는 식의 얘기를 하는 것을 듣다 보면, 입법부를 필요악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든다.


반대로 의원 숫자 증원을 반대하거나 오히려 줄이자는 주장도 정치 혐오 정서에 기대고 있다는 혐의를 면제해주기 어렵다. 어차피 의원 숫자를 늘여봐야 별 기대할 게 없다는 태도가 역력하다.


의원수 증원은 대한민국 국회가 국민 전체를 골고루 대표하고 있는가, 각 영역의 이해관계나 어려움을 충실히 대변하고 있는가, 입법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등의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하고 필요한 만큼 보강해서 정치가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아직까지 국회의원들이 잘 하지 못했고, 그에 따라 국민들이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깊이 반성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회와 정치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고, 의원수 증원의 문제가 단순히 선거제도 개선의 수단으로 논의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