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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입사원 May 09. 2020

브랜딩은 포장술이 아닙니다

"나는 그런 얘에요. 만나볼래요?"

브랜딩은 포장술이 아닙니다.


예쁘고 멋지게 꾸미는 일은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연히 해야 할 '테스크'이지 그 자체가 브랜딩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디자인 하나 바꿨다고해서, 콘셉트 하나 잡았다고해서 브랜딩이 절로 되는 건 더더욱 아닙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팀을 구성하는 개개인 한명 한명이 브랜딩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전화를 받는 매너도 브랜딩이고 이메일을 보내는 방식도 브랜딩이고 자율출퇴근 제도가 의미하는 바가 브랜딩이고 명함에 표현된 정보가 브랜딩이고 회의 주기나 방식도 브랜딩이고 밝게 인사하는 됨됨이도 브랜딩이고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하게끔 변화시키는 과정도 브랜딩이고 하다못해 만들어낸 제품을 어느 시기에 얼마만큼 할인할 것인지 정하는 것도 브랜딩이고 회원정책이나 적립금 쿠폰 사용정책, 서비스 단계별 프라이싱, 마케팅 콘텐츠의 서사도 브랜딩이고 팀의 생각과 말과 행동 모든 것이 브랜딩입니다.


팔려는 서비스나 제품, 마케팅 콘셉트 하나로만 브랜딩을 말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뭐라 하기 어렵지만 브랜드는 일종의 인격체고 살아있는 어떤...막 움직이는 머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하나의 이미지나 카피로 '브랜딩 예쁘고 멋지게 잘 되었네' 라고 말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특히 디자이너든 마케터든 오너든 경력과 관계없이 그렇게 말하는 부류를 저는 불신하는 편입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이미지 예쁘게 잘 뽑았네','콘셉트 명확하네'가 더 맞는 표현 같습니다. 브랜딩 역시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보고 싶습니다. 쌓여가고 성장해나가는 브랜드의 과정 말입니다.


브랜드를 브랜드답게 잘 갖춰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시각화된 하나의 물성, 또는 이미지로 표현해 내는 것은 더욱 심각한 고민거리이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여지고 싶다'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철학과 비전을 반영하는 게 더 먼저 깊숙하게 고민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생각과 신념을 이런 방식으로 이렇게 표현해서 이런 채널을 활용해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에서 이렇게 활동할 겁니다. 우린 그런 얘들이에요' 라고 선언한 뒤, 그걸 진짜 그렇게 꾸준하게 지켜나가는 것, 이것이 브랜딩의 시작이 아닐까 요즘 유난히 그런 생각을 합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브랜드 가운데 그.렇.게. 하는 우리 모습을 좋아해주고 주변에서 찾아보고 알아도보고 친구에게 추천도 공유도 해보고 특별한 이벤트가 생겼을 때 응원하고, 그 브랜드가 만들어낸 제품이나 서비스를 돈을 내고 사용해보고 조언과 충고를 아까지 않고 적극적으로 브랜드에 말도 걸어보는 관계 맺는 고객들이 생겨갈 때, 비로소 '브랜딩하고 있구나' 의심해볼 여지가 생기는 것 뿐, 이 역시 브랜딩이 예쁜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 고객, 팬덤은 완전하게 다릅니다.


브랜딩은 사람이 모여 만든 기업활동의 모든 것이고 처음이자 끝이기도 합니다. 브랜드가 ing하려면 나와 우리 부족의 기틀을 적시하고 명확하게 하는 게 우선입니다.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지금은 다소 황당한 제언일지라도 시장이 원하는 이목만 끌려는 브랜드가 아니라 우리를 확실하게 드러내는 것, 드러낸 우리와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소수일지라도 조금씩 모여드는 것, 그들에게 약속을 지켜내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것, 브랜딩의 시작은 예쁘고 멋진 거짓된 추상이 아니라 나니까 할 수 있는 솔직하고 명확한 only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나를 사랑해줄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그 사람들을 나도 원없이 사랑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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