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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무리 Dec 30. 2015

고흐

내 마음대로 그림 감상하기 (2)

 가장 유명한 그림인 모나리자를 다뤄보았다면, 가장 유명한 화가 이야기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고심 끝에 결정한 화가는 바로 빈센트 반 고흐이다. 고흐의 풀 네임은 모르더라도 고흐라는 이름은 알고 있다. 심지어는 고흐의 그림은 모르더라도 자기의 귀를 자른 괴상한 화가의 이야기는 어디에선가 들어봤을 것이다. 이번 편에서는 가장 유명한 화가를 다루는 만큼 먼저 인물에 대해서 알아보자. 


 고흐는 젊은 시절에 성직자가 되고자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둔 후, 그림을 통해 불행한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하였다. 그는 “나의 그림은 내가 말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보여 준다.”라고 말했으며 또 “나는 시골에서 건강함과 풍요로운 힘을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고흐의 이런 세심함이나 다정함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그의 괴팍하고 정신병적인 일화만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있다. 특히 고흐 자신이 그린 귀에 붕대를 감고 있는 본인의 자화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괴상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게 되었다. 그가 귀를 자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친구였던 고갱과의 다툼에 화가 나 자신의 귀를 잘랐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거울을 보니 자신의 귀가 못 생겨 보여서 잘랐다는 이야기도 있고, 좋아하던 여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귀를 잘라서 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진짜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고흐가 조울증이나 우울증이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실제로 수줍고 겁이 많았다고 하는데, 이와 함께 고독과 좌절감도 많이 느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도 힘들었던 고흐는 동생인 고흐에게 재정적으로나 심정적으로나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흐는 결국 힘든 생활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에게 총을 쏘아 생을 마치게 된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당시 사회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힘든 삶을 살아야 했던, 그리고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던 고흐는 대중들이 생각하는 화가의 이미지와 들어맞는다. 일상 대화 중에서 “전 미술전공입니다.” 또는 “전 나중에 화가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면 10명 중 8명의 대답은 “아 그럼 배고프게 살아야겠네요.”라는 슬픈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현대의 작가들 중에서는 정말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부유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편견은 아마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고흐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닐까? 전부 고흐 때문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가장 유명한 화가인 고흐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준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사람들은 화가의 기구한 운명을 반기기까지 한다. 그림 값 높게 받고 싶으면 다작을 한 뒤, 특이하게 죽으면 가장 비싸게 받을 수 있다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이다. 대중들은 왜 예술가의 험난한 삶들을 원하는가. 이는 예술가에 대한 동경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연민에서 나온 것인지 원인이 불분명하다. 아니면 그냥 내 일이 아닌 남 일이라 그러는 것일까? 


 고흐는 미술사에서 후기 인상주의 작가로 분류된다. 초기 인상주의의 화가로는 마네, 모네 등이 있고 후기 인상주의 화가는 고갱, 세잔, 고흐 등이 있다. 인상주의가 등장하기 이전인 르네상스 시대에서는 이상적인 인물, 안정적인 구도, 원근법에 집중하였다면 인상주의는 이를 거부하며 빛과 색에 중점을 맞춰 그림을 그려나갔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짧은 순간에 시각적으로 받아들인 것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하여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보다 더 색에 민감하고, 물체를 볼 때도 이상적인 모습보다는 인상에 남아있는 대로를 그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특히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은 초기 인상주의 화풍에만 그치지 않고, 더 순간적이며 더 본질적인 그림을 그리고자 노력하였다.  그중에서도 고흐는 짧은 붓터치와 보색의 배열을 주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그는 유명한 인물들 그리기보다는 일상생활의 풍경들을 자주 그렸다. 자기 자신의 방이나 자화상, 그리고 밤하늘 등을 주로 그려 대단한 유작들을 많이 남기기도 하였다. 특히 그는 모델을 고용하여 인물을 그리기보다는 자화상을 많이 그렸는데 이는 모델비를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아 자신을 그렸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빈센트 반 고흐,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1889 


 이제 기구했던 고흐의 그림을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괴팍한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고 평가받는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이다. 귀에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게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초상화에서는 아름다운 사람이나 단정한 모습을 갖춘 사람들이 주제인 반면에 고흐는 자신의 아픈 모습까지 그림에 그려 넣었다. 그가 왜 자신의 귀를 잘랐고, 이런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무언가를 숨기려 하지 않고 진실된 모습만을 보이고 싶어 했다는 사실을 이 그림에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고흐의 경직된 표정과 찡그린 인상 속에서 그의 복잡한 심정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찡그린 인상이 자칫 화를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고흐의 눈빛이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슬퍼 보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온색인 노란색을 많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그림 전체에서 ‘무언가 사연이 있음’의 느낌을 준다. 귀를 자른 모습에서 기괴하고 무섭고 의뭉스러운 느낌과 노란색이 어우러져서 덜 기괴하고, 덜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빈센트 반 고흐,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19C 경>


 다음으로 살펴볼 작품은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다. 이 그림은 개인적으로 필자가 처음으로 직접 본 고흐의 그림이다. 그리고 이 그림 덕분에 그림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할 정도로 본인에게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 당시 인상주의파 그림들 속에서도 단연 눈에 띄던 이 그림 앞에서 시간을 얼마나 보냈는지 모르겠다. 그림이 이렇게 반짝거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빛났고 그만큼 본인에게 강한 기억을 남겼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은 어두운 아를의 밤 풍경과 대비되는 별빛들, 그리고 불빛들의 조화가 인상적인 그림이다. 그리고 고흐의 대표작이라고도 할 만큼 유명한 작품이다. 저명한 작가의 명성 높은 작품인 만큼 대단한 작품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 정말 쏟아질 듯 빛나고, 거리의 불빛들은 물에 반사되어 길게 꼬리를 남겨 관람자들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앞쪽에는 커플들이 걷고 있는데 솔직히 필자는 이 사람들을 굳이 넣어야만 했나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풍경과 잘 어우러져 이질적인 느낌은 주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이들 덕분에 낭만적인 느낌이 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빈센트 반 고흐, <까마귀가 있는 밀밭>, 1890년


 마지막으로 살펴볼 그림은 <까마귀가 있는 밀밭>이다. 고흐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는 그림이기도 하다. 그러나 몇몇 학자들은 이에 반대하며 <나무뿌리>가 최후의 그림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까마귀가 있는 밀밭>은 고흐가 가진 짧고 강한 붓터치들과 노란 밀밭과 푸른 밤하늘의 대비가 잘 드러나 있다. 밀밭만을 보면 마치 낮인 것처럼 밀들이 밝은 노란빛으로 빛나고 있는 것과 반대로 하늘은 밤하늘인 것처럼 어둡고 우중충하며 달이 떠있기까지 하다. 고흐는 이 그림은 낮에 그린 것일까 밤에 그린 것일까? 아니면 밀밭은 낮에 그리고 하늘은 밤에 그렸을까? 만약 그랬다면 왜 그랬을까? 필자가 끼워 맞추기로는 아마 고흐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쩔 땐 밝았다가 어느 순간엔 갑자기 우울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된 고흐가 이런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그림을 달리 파악해보자면, 밤하늘이 아니라 해가 사라져 어두워지는 하늘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해가 지는 쪽으로 까마귀들이 날고 있어 무언가 사라지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는 만큼 많이 다루고 싶지만, 사실 고흐의 작품은 컴퓨터나 핸드폰의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는 것이 매우 매우 매우 멋있다. 이 글을 쓰는 내내 그의 그림의 특징이 짧은 붓터치라고 했는데 전자기기들은 이들은 다 담아내지 못한다. 그리고 색들의 대비도 전시회에서 그림을 볼 때 훨씬 더 눈에 띈다. 고흐의 작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당장 전자기기를 끄고, 매개를 통하지 않고, 그 두 눈으로 직접 감상해라! 바로  그때, 당신은 고흐의 진정한 작품을 보게 될 것이다.


<참고 문헌>

Carol Strickland(2010), 『클릭 서양미술사-동국벽화에서 개념미술까지』, 김호경 옮김, 예경 출판사


                                                                                                                                          by 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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