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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무리 Dec 30. 2015

로스코

내 마음대로 그림 감상하기 (3)

20세기 미술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모던 아트의 시기인 20세기는 혁신적인 그림이라고 할 정도로 충격적인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 혁신 속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계보다는 자기 자신 내부의 감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던 아트는 이전의 과거를 부정했으며 표현의 자유에 집중하였다. 미술은 이제 단순히 자연이나 사람을 묘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순수 추상미술까지 나아갔다. 


 러시아 출신의 미국 화가 마크 로스코는 색들의 관계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어떤 사물을 모사하는 미술에서 벗어나 거대한 색의 면들과 테두리가 불분명한 사각형들을 캔버스에 그려 넣었다. 또한 우리가 대중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인상주의나 르네상스 회화와 달리 인물이나 사물, 풍경 등 형체를 가진 것들을 그리지 않고 단순하게 색을 이용하여 면을 그려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함을 통해서 관람자들에게 무언가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로스코는 “어떤 화가들은 모든 것을 말하려 한다. 그러나 나는 말을 적게 할수록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그의 대부분 작품들이 거의 제목이 없다는 데에서도 알아챌 수 있다. 그는 어떠한 주제를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고 오직 관람자가 직접 느끼는 감정을 중요시 여겼다. 말년의 로스코는 주로 어두운 색을 이용하여 엄숙하며 우울한 느낌의 작품을 그렸다. 그리고 비극적이게도 그는 자신의 생을 자살로 맞이하였다. 자, 이제 혁신적인 그림을 그린 마크 로스코의 작품들을 감상해보자! 


마크 로스코, <무제>, 1953


 이 그림은 처음 봤을 때 무엇이 느껴지는가? 인터넷에서 로스코의 그림들에 대한 게시물들을 살펴보면 댓글은 대부분 이런 내용이다. “아, 내가 그려도 이것보다는 잘 그리겠다.”,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 같다.”, “이런 그림을 팔고 돈을 그렇게 받다니! 나도 화가나 해야겠다.” 등 로스코의 작품을 비하하는 댓글들이 주를 이룬다. 음, 이런 사람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그렇다면 당신이 직접 그려보라고!


   그러나 로스코의 그림을 한 번도 실제로 보지 않고 화면을 통해 처음 접했다면 이러한 주장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그의 그림들은 모니터나 휴대기기 화면을 통해서 보았을 때, 정말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위의 그림은 그저 보라색과 검은색, 그리고 밑에 부분의 약간의 주황색을 단순하게 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밀하게 살펴보면 우선 주황색으로 캔버스를 전부 칠한 다음, 그 위에 붉은 보라색과 검은색을 덮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붉은 보라색과 검정 색의 경계도 특이하게 처리하였으며 붓터치(로스코는 붓이 아니라 스펀지로 그림을 그렸다고 하지만 편의상 이하 붓터치라고 표현하고자 한다)도 살아있다. 또한 로스코의 특징은 거대한 캔버스에 작업했다는 것인데 화면상으로 보면 그 거대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멀리 구겐하임 미술관까지 가서 본 로스코의 작품, 이 작품이 직접 본 첫 작품은 아니지만 본인의 카메라로 찍은 로스코의 작품을 첨부해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도 처음으로 로스코의 그림을 인터넷 상에서 접하게 되었을 때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 찬 느낌이었다. 이런 그림이 8천만 달러에 팔리다니! 이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화면을 통해 로스코의 그림을 처음 보게 된 필자도 위에 적었던 댓글들과 같은 반응이었다. 그의 작품은 정말 색도 얼마 안 필요하고 형체가 불분명해서 어린 초등학생이 그릴 수도 있을 만큼 쉬워 보였다. 그러나 후에 미술을 시작하게 되면서 직접 그려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이때 진심으로 로스코에게 사과했다. 그동안 위대한 작품을 못 알아본 무지한 예술 문외한으로서 당신의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그리고 이후에 전시회에 가서 로스코의 그림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처음으로 내 두 눈으로 로스코의 작품을 보는 순간! 그 순간, 그림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우선 사람보다 훨씬 큰 거대한 크기에 압도당했고,  그다음으로는 색의 조화에서 오는 느낌에 감동받았다. 그리고 살아있는 붓터치까지! 작품들은 어느새 내면에 들어와서 마음을 마구 흔들어놓았다. 로스코의 그림을 보면서 우는 사람도 있다던데 그들의 마음이 정말 충분히 이해가 됐다. 무엇이 감정들을 흔들어 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본인의 안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느낀 감정들을 글로 다 써내지 못한다는 것이 한탄스러울 뿐이다.  


마크 로스코, <무제>, 1970


  다음 그림이 로스코가 자살하기 전에 그렸다는 작품 <무제(가제 <레드>)>이다. 2015년 예술의 전당에서 로스코 전이 열렸었는데,  이때 가수 윤종신이 이 전시회를 테마로 노래를 만들었다. 노래 제목은 ‘The Color’이다. 이 글에 첨부해놓은 그림을 보면서 윤종신의 노래를 듣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후렴 부분에 “미안해요 아름다웠지만 당신의 깊은 것까진 느끼지 못 했죠 Mr. Rothko 고마워요 내가 나에게 미치지 않았는지를 깨닫게 했죠 Mr. Rothko 그대의 Black 앞에 한참 머물다 마지막 Red Red Red Red Red 앞에서 멈췄던 그 순간 I got your color I fell in your color”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 가사는 로스코전을 다녀온 대부분의 사람들의 감상평일 거라 생각한다. 로스코전의 마지막에 이 작품이 걸려있었는데 아마  그때의 느낌을 말로 표현하자면, 꿈틀거려 넘치는 피와 생동감이 느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도 모니터 상으로 본다면 단순히 빨간색을 칠한 작품에 불과하다. 그러나 직접 이 그림을 보게 되었을 때 관람자들은 생생한 붉음을 마주하게 된다. 필자도 이 작품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떠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빨간색만을 이용하여 이런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실제로 이 작품을 보면 주황을 볼 수도 있다. 본인은 여태까지 주황이 따뜻하고 온화한 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주황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 로스코가 자살하기 직전에 그렸던 작품인 만큼 그의 광기와 열정, 그리고 살아 꿈틀거리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마치 그림이 우리의 혈관 속에 있는 피처럼 숨을 쉬며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 혹시 로스코의 그림,  그중에서도 특히 가제 <레드>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꼭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혹시 자신이 현재 무기력하고 생명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이 작품을 보라!(물론 바다 건너에 있는 워싱턴의 내셔널 갤러리에 있지만). 이 그림을 통해, 관람자들은 무력감에서 벗어나고 생명력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바로 로스코가 원한 것이다! (이 작품과 관련된 로스코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다면 연극 <레드>를 추천한다)


 계속 얘기했다시피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로스코의 그림은 단순히 참고용일 뿐 절대 어떤 매개체를 통해서 본 것을 통해 그의 작품들을 섣불리 평가해서는 안 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로스코는 굉장히 큰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 직접 마주 보자마자 압도당하는 크기에 단순한 것처럼 보이는 몇 가지의 색,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붓터치의 생동감 등은 로스코의 작품을 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그리고 그의 그림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 내면 안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직접 본인의 눈으로 로스코의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서울 이태원에 있는 삼성 리움미술관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비록 많은 로스코의 많은 그림들을 볼 수는 없지만, 그 작품을 그린 화가의 명성을 확인할 수는 있을 것이다. 


<참고 문헌>

Carol Strickland(2010), 『클릭 서양미술사-동국벽화에서 개념미술까지』, 김호경 옮김, 예경 출판사

<기타 참고 자료>

가수 윤종신의 노래 ‘The Color(with 빈지노)’


                                                                                                                                     by 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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