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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술사 Feb 11. 2021

내 취향은 너와 달라. 내 커피도 그렇고..

-아메리카노말고 다른걸 주문하고 싶다면-

커피는 기호 식품이다. 그리고 맛을 모르고 마시면 만족도가 많이 떨어지는 게 커피라는 기호식품이다.

자기가 좋아서 즐겨야 되는데, 맛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좋아하고 즐길 수 있을까.

게다가 요즘은 맛도 모르는 커피를 마시며, 스페셜티 커피라는 이유만으로 비싸기까지 하다.


비싼 스페셜티 커피를 좋아서 마시는 게 아니라면 대체재를 찾던지, 아니면 커피에서 어떤 맛이 나는지 알아보는 수고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기호가 생기고 비싼 커피를 마실 때 느껴지는 심리적 불편함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맛을 알면 더 비싼 커피를 찾게 되고, 소확행이라며 더, 더 비싼 커피를 찾게 되는 자신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커피라는 게 무조건 많이 마신다고 해서 맛을 정확히 알게 해주지는 않는다.

커피의 맛과 향을 느끼고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카페들은 그런 노력을 도와주기 위해, 그리고 내가 마시는 커피에서 어떤 향과 맛이 나고 있는지를 일깨워주기 위해, 컵 노트, 테이스팅 노트 라는걸 제공한다

<커넥트 커피의 인도네시아 만델링 테이스팅 노트>

커피를 살 때 자주 보게 되는 테이스팅 노트(컵 노트)는 판매하는 곳에서 '우리 커피에서는 이런 맛이 느껴지고 이런 향기가 느껴져요'라고 적어 둔 맛과 향에 대한 가이드이다. 보통은 로스터나 커퍼가 적게 된다. 납품을 받아서 제공하는 가게의 경우 공급처에서 테이스팅 노트를 적어서 같이 보내주기도 한다.

요즘은 커피의 산지와 재배지의 고도, 품종까지 같이 적어 커피에 대한 기본 정보와 커피를 마신 후 느껴지는 테이스팅까지 간단명료하게 표기한 것들을 많이 쓴다.


테이스팅 노트를 무심히 읽어보고 주문하는 손님들이 많은데, 테이스팅 노트는 그렇게 취급받기에는 너무 중요하다.  테이스팅 노트는 커피 체인에 속한 사람들이 커피에 관한 정보를 공통의 언어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커뮤니케이션 툴이며, 고객들이 자신의 기호와 취향에 맞는 커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정작 고객은, 커피에 대한 자신의 기호를 모를 때가 많다.

자신의 커피 취향을 스스로 알 수만 있다면 2천원 짜리 에스프레소를 마셔도 만족할 것이고 8천원 짜리 게이샤를 마셔도 만족을 할 것이다.

<오우야 에스프레소의 테이스팅 노트>

커피의 맛을 느끼면서 마시라고 하면, 뭔가 미각이 많이 발달되어있는 사람이거나, 커피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지레 관심을 접어 버리는 분들이 많다. 아쉬운 일이다. 밥값만큼 비싼 커피를 마시면서 한잔의 커피가 주는 오감의 자극을 느끼려 하지 않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커피맛을 알아보기 위해서 초보자에게 필요한 건 호기심과, 미각이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처음엔 단연 호기심이다. 미각은 일반적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미각 정도면 충분하다. 미각이 맛을 보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얼핏 그게 더 중요해 보이지만 실제는 그게 아니다. 필요한 건, 내 앞에 놓인 한잔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호기심을 갖고 집중하는 것이다.


내 앞에 놓인 한잔의 커피(비싸게 지불한)에 집중하는 습관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우선 테이스팅 노트를 잔 앞에 놓아보자. 그곳에 다크 초콜릿, 오렌지, 헤비 바디가 적혀 있다면 로스터와 바리스타는 그 커피에서 다크 초콜릿의 쌉쌀한 단맛, 감귤류의 산미, 우유와 같은 입안의 무거운 질감을 맛볼 수 있도록 볶고 정성스레 추출했다는 이야기다.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다 느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처음 커피 테이스팅을 하는 상황이라면 세가지 중에 한 가지씩 느끼는 것에 집중 하자.  우선 단맛에 집중하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자. 보통 커피의 단맛은 맛의 뒤끝에서 느껴진다. 그 단 정도와 단맛의 질이 우리가 생각하는 설탕의 순수한 단맛이 아니다. 커피의 단맛은 여러 맛이 섞여있는 단맛이어서 쓴맛과 단맛, 신맛과 단맛과 같이 두세개 이상의 맛과 섞여있어서 느끼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후미에 가면 쓴맛이나, 신맛 등과 같이 섞여있는 맛이 엷어져 단맛이 더 잘 느껴지게 된다. 그러니 꼭 뒷맛에 집중해서 단맛을 찾아보자.


신맛은 쉽게 느껴지는 맛이다. 그래서 맛을 찾는 수고는 덜해도 된다. 신맛에서 찾아야 될 것은 신맛의 질이다. 신맛은 부정적인 신맛과 긍정적인 신맛으로 나눠지는데 내가 주문한 커피에서 느껴지는 신맛이 식초와 같은 날카로운 신맛이 느껴진다면 부정적인 신맛을 느낀 것이다. 반대로 감귤과 같은 새콤달콤한 신맛이 느껴진다면 긍정적인 신맛을 느낀 것이다. 내가 느끼는 신맛이 귤인지, 오렌지인지, 천혜향인지, 식초인지 구분을 해보자.


바디는 입안에 느껴지는 질감인데 물을 입에 머금었을 때와 우유를 머금었을 때 입안에서 느껴지는 차이가 바로 바디이다. 물은 가볍고 우유는 입안에 느껴지는 질감이 무겁다. 커피를 마셨을 때 입안에 느껴지는 질감을 물이나 우유와 비교해 보자. 물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면 바디가 가벼운 것이고 우유에 가까운 것이라면 바디가 무거운 것이다. 자신의 기준을 잡으면 된다. 내가 느끼기에 물에 가까워 가벼우면 그 커피는 바디가 가벼운 것이다. 중요한 건, 커피를 마시면서 그 질감을  느끼려 노력하고 그 감각을 이해하는 것이다.


처음 한잔은 오롯이 단맛을 느끼려 해 보고 그 다음 날 커피를 마실 땐 산미를, 그 다음 날에는 바디를 느끼려 해 보자. 그러면 전과 다르게 커피의 맛을 훨씬 잘 느끼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까지 커피를 마시는데 무언가를 느끼려 노력해야만 하냐고? 물론 그렇지 않다. 커피는 기호식품이니까 원하는 대로 즐기면 된다.


중요한 건 자신의 취향을 찾아서 기호에 맞는 적절한 가격대의 커피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결국 내가 누군지 내가 알아야 된다.  자신을 알아야 된다.


바리스타 앞에서 오렌지의 신맛과, 밀크 초콜릿의 부드러운 단맛과, 실키한 바디를 가진 커피를 추천해 달라고 말하는 당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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