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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술사 Nov 09. 2019

추출

Hand Drip/Pour Over


추출(Brewing)


커피 체리의 수확부터 시작한 커피의 긴 여정은 결국 추출로 완성된다.

추출이 되어야 비로소 고객이 음용 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은 바리스타이다.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위치에 있다는 면에서는 바텐더와 바리스타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제품에 관여하는 정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칵테일 역시 바텐더의 숙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바리스타가 커피에 미치는 만큼은 아니다.

커피는 바리스타가 커피를 추출하기 위한 방법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한잔의 커피에서 신의 얼굴을 볼 수도 있고, 악마의 얼굴을 볼 수도 있다.


커피는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사랑처럼 쓰다는 말은 전적으로 바리스타에 의해 천사처럼 하얗고 천국처럼 따뜻하며 첫사랑처럼 달콤하다는 말로 치환될 수 있다.


로스터나 커퍼 출신 커피인들은 보통 커피의 맛은 생두가 70% 로스터가 20% 바리스타가 10% 정도 차지한다고 한다. 바리스타 출신들은 바리스타의 영역을 좀 더 넓게 잡아 생두가 60% 로스터가 20% 바리스타가 20%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나는 커피맛에 관여하는 각 영역의 수치는 원두가 약배전이냐 강배전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원두의 배전도에 따라 기여하는 생두/로스터/바리스타의 수고(Value)의 총량이 다르다는 것이다. 


약배전과 강배전의 상대성


커피 한잔을 만들기 위해서 업계 종사자들이 수고하는 절대량은  약배전이 강배전에 비해서  훨씬 크다. 

생두의 선택부터 큰 수고가 든다. 약배전은 생두 본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콩을 찾아야만 한다. 예상하듯 좋은 콩은 비싸다. 비싼 콩이 좋은 콩은 아니지만 좋은 콩은 비싸다. 나쁜 콩에서 좋은 맛이 나길 기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이제는 누구나 다 안다.


로스터는 약배전을 잘하기보다 강배전을 잘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노르딕 로스팅을 포함한 약배전 로스팅은 6개월 이내에 대부분 나름의 해결책을 찾는다.

그러나 강배전을 잘하기 위해서는 6개월로는 모자라다. 심지어 강배전을 잘 가르쳐주는 선생을 만나는 것조차 힘들다. 카페 역시 강배전 커피가 맛있는 카페를 찾는다는 건 전설 속 무릉도원을 찾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추출은 약배전이 강배전보다 어렵다.

바리스타가 약배전 추출을 할 때는 반드시 추출에 따른 수율과 농도에 대해 이해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는 추출 방법을 고민해야 된다. 물의 온도와 분쇄된 입자의 굵기도 감안해야 된다. 

강배전의 추출은 바리스타에게 약배전에 비해 음용 가능한 맛의 허용도가 훨씬 크다. 

따라서 약배전과 같이 디테일한 추출의 고민을 덜 가지게 한다. 


약배전과 강배전을 제대로 추출하여 한잔의 완벽한 한잔을 만드는데 드는 총 수고(Value)의 양은 약배전이 강배전에 비해 약 30% 정도는 더 증가한다고 생각한다.


약배전:생두70  + 로스터30 + 바리스타30 = 130

강배전:생두40 + 로스터40 + 바리스타20 = 100


약배전과 강배전에 따른 각 요소별 증감은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생두의 중요성은 약배전으로 갈수록 더 커지며

로스터의 기술은 강배전으로 갈수록 더 필요하며

바리스타의 추출 능력은 약배전으로 갈수록 더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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