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읽지 못한 편지.
불어오는 바람은 피부가 아릴 만큼 차가웠다. 나는 네가 곧은 자세로 누워있을 기다란 나무상자를 내려다봤다. 네 얼굴이 있을법한 곳 어디쯤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나는 네가 왜 여기에, 그런 모습으로 누워있는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발갛게 얼어붙어 잘 움직이지 않는 내 손엔 네 앞으로 도착한 편지가 쥐어져 있었다. 아무것도 볼 수 없을 너를 대신해 읽은 그 편지는 너와 꼭 닮은 어떤 이가 보낸 것이었다. '안녕.' 하며 시작한 그의 편지는 '여전히 행복하지?' 하며 너의 안부를 물었다. 그는 아마 네가 이 편지를 잘 받았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을 테지. 만약 네가 이 편지를 읽었다면, 여전히 행복하냐는 그의 물음에 어떤 답을 해줬을까? 나로선 도무지 짐작도 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