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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E Sep 30. 2017

나의 수심(愁心)이, 점점 더

발등을 적시던 우울이 불어나 무릎까지 차올랐다. 까맣게 잠겨 잘 보이지도 않는 발끝을 애써 찾으며 무거운 걸음을 옮기다 보면 우울은 어느새 허리를 지나 가슴 밑까지 새까맣게 물들인다. 나의 수심(愁心)이, 점점 더 깊어진다. 이마 위에서 찰박이던 우울이 순식간에 머리 위로 차오르고, 곧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만큼 깊어졌다. 자꾸만 가라앉는 것을 어찌할 수 없어 나는 멀어진 수면 밖을 가만히 올려다본다. 익숙해진 주변은 온통 새까만데 저 먼 곳만 반짝인다. 그걸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속이 상해 나는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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