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끊은지 3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디카페인 커피를 하루 5잔씩 마시게 되지만요. 커피를 마시면 컨디션이 피크를 찍고 쭉- 우 하강합니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잔잔하고 은은하게 졸린 눈을 뜨고 다닙니다. 이것도 나쁘지 않지만, 커피를 마시고 각성되어 집중하는 기분을 느끼지 못해 사는 맛이 안 납니다. 너무 무료해요. 삶이 이렇게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해요. 하지만 이 평온함이 내가 잊고 있었던 진짜 삶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커피를 마시면 컨디션이 가장 높은 곳을 찍고 빠르게 우하강하는 것처럼 인생에도 롤러코스터가 있어야 사는 기분이 들었나봐요.
저는 긴장을 할 때 커피를 마시는 편이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커피에 대한 감정의 의존도가 높았습니다. 최근 커피를 마시지 않고 감정의 부담감을 온전히 마주했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이었습니다만, 커피를 끊고 나서야 사소한 일에도 내가 커피를 찾고 있었구나 라고 깨달을 수도 있었어요. 무언가에 의지해야만 하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아, 커피는 왜 안 마시게 되었냐면요. 지난 몇 달간 술과 커피에 빠져 살았기 때문인데요. 퇴근 후에 마시는 맥주와 와인 한 잔에 살았고, 다음날 좀비처럼 일어나 마시는 커피로 일을 해치워 나갔습니다. 커피와 맥주는 나에게 주는 댓가였습니다. 결국 맥주와 커피의 효과는 점점 제로에 수렴되었고 어느 하루는 아예 일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어요. 그러다가 한 2주간 위가 땡땡 부었지 뭐예요. 이러다간 정말 큰일 나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가 눈앞에 있어도 입으로 들어가지 않았죠. 커피 인생 처음으로 오랫동안 커피를 마시지 않게 되었습니다. 빠르게 얻은 쾌락은 병을 주었습니다.
지금도 냉장고에 있는 맥주가 마시고 싶어 죽겠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디카페인, 무알콜 생활이 주는 평온함이 맘에 드는가 봐요. 절제하는 나, 굉장히 새롭습니다. 당분간은 무료하게 지내봐야겠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서는 절제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아, 물론 설탕은 예외입니다.